[Review] 사랑은 다정한 몸짓으로부터, 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23.05.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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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살면서 모든 일이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죽음은 항상 삶의 감각을 곤두세우는 우리에겐 어떤 전조 증상을 느꼈더라도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둘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루틴으로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즐겁게 노년을 보내던 제르맹은 갑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소소하지만 즐거웠던 일상에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라는 변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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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마지막으로 의식하기 위해 ‘장례’라는 문화를 택했다. 주로 검은색 옷을 입고 모여, 사회가 정해놓은 기간을 통해 고인을 추모한다.

 

하지만 이 문화가 행해진 이후에도 슬픔은 일상에 정렬되어 있다. 고인이 입었던 옷, 두고 간 물건들, 함께 있었던 장소를 돌아보면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겨진 상황들이 남은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만 같다.

 

애도에는 정해진 기간도, 정해진 행동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렵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우리는 삶을 재정비해야 하고 떠나간 이들과 함께 또 따로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제르맹, 그는 남은 평생을 눈물의 홍수에 빠져 슬퍼하며 사는 것을 택하는 대신 아내가 살아있을 때 약속한 대로 그들만의 작별 의식을 치르게 된다. 상대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든 그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도록 현생에 남은 사람이 그 일을 끝내주는 것.

 

극 중 제르맹의 아내는 생전, 무용단에 속해 춤을 추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었고, 그래서 제르맹은 그녀가 몸담았던 무용단에 들어가 미처 끝내고 나오지 못한 공연을 대신 끝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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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는 인연이 닿아 있지 않았던 그가 아내의 죽음 이후로 무용단에 들어가 어설픈 춤을 춘다. 춤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어설픈 몸짓에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부끄러운 그때, 무용단을 이끄는 무용가'라 리보트'는 그의 춤과 그가 가진 이야기에 주목하고, 공연을 4주 남긴 시점에서 그를 주연으로 세우는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

 

 

 

감정을 공유하는 게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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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는 원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는 만큼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도 일어나, 결국에 이 모든 것이 상쇄된다.

 

아내의 과업을 끝내주려 시작한 이 일에서 제르맹은 새로운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정한 사람들과 평생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한다. 아내가 떠나고 과도하게 본인을 걱정해 주는 자식들을 떠나 밤낮으로 댄스와 무용단 생활에 몰입한 제르맹은 마지막에는 댄스팀을 떠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연습과 공연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무용단에 속해 있는 단원들을 가족으로 인식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관계가 된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일련의 기간 동안, 함께 애도와 슬픔이라는 감정을 교류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애도 방식을 존중하고 함께 해주는 이들은 동료 이상의 공동체로 기능한다.

 

 

 

저마다의 애도 방식



어설픈 춤사위에도, 공연의 주연이 결국 그였던 것처럼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떠나오고 또 찾아오지만 결국 삶의 주체는 내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누군가에게든 마음을 더 주고 덜 줄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듯이, 슬픔 속에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제르맹의 노력과 사랑은 더욱 숭고하게 보인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가장 다정한 마지막 인사, 사랑과 사람 그 자체를 깊지만 유쾌하게 풀어낸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5월 31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상실의 슬픔에서 이겨내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거나 울고 웃으며 성장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해당 영화를 꼭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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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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