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영감으로 바라보기 [도서/문학]

<별게 다 영감> 속에는 많은 양의 짧은 기록들이 담겨 있다.
글 입력 2023.05.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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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던 어느 날, 도서관을 찾아갔다. 독서가 취미는 아니지만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미리 찜해두었던 책도 다시 살펴보았다.


그날은 수많은 책 중에서 <별게 다 영감>이라는 책에 계속 눈길이 갔다. 기록 콘텐츠를 전하는 이승희 마케터의 책으로, ‘영감’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해놓은 책이다. 사소한 센스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길로 인도해주었다.

 

 

 

경험을 해야 영감이 오고, 영감을 기록해야 기억이 된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영감이 가진 힘과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매번 느낀다.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글의 틀이 되어줄 수 있는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항상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떠다니고 있고, 파고들수록 많은 소스들이 발견되긴 하지만 분명한 건 내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내가 직접 겪지 않는 이상 나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새로운 곳도 찾아가고 경험을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이유를 핑계로 삼아 이것저것 호기심을 갖고 경험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으며, 때로는 익숙함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잠깐 방심하고 있던 사이, 영감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기록에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길을 걸어가다 독특한 문구를 보게 되었을 때, 카페에 갔더니 신기하게 생긴 소품이 있었을 때, 광고를 보다가 눈에 확 띄는 요소가 사용되었을 때. 나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기억했다. 그 순간만큼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거라 믿었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져만 갔다.


기록이란 정해진 양식 없이 본인이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펼치는 것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느낀 가벼운 생각들과 소소하게 지나간 순간들은 기록에 담지 않았다. 뭔가 거창한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무언의 결심이 나도 모르게 영감의 크기를 따지고 선발하여 ‘기록에도 차별을 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한다.

 

 

 

별거 없어도 다 기록이 될 수 있다고 용기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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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게 다 영감>은 기록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가까이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영감을 전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익숙한 단어에서 느껴지는 낯섦을 기록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과 나눈 대화 중 감명 깊었던 말을 기록해놓기도 했다. 정말 사소한 순간조차도 글이나 그림으로 남긴 작가의 습관은 어느새 영감 노트가 되어, 반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잡이가 되었다.


책 속에는 제목처럼 정말 별것 아닌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피소드 형식처럼 한 페이지에 제목과 이미지, 그리고 짤막한 글이 프린트되어 있다. 이미지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노트 필기 사진, 메모장을 캡처한 사진, 책을 복사한 사진 등 자유로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글씨가 많아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막상 책을 읽다 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 영감으로 전환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나에게 영감이 되어준 두 가지의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작가가 어느 영화평론가의 강연을 듣다가 기록한 한 문장이다.


 

“누군가 정확히 이해했는가보다 누가 더 창조적으로 오해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별게 다 영감> 中]

 

 

이해한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해를 해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고, 응용하기 위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이해에도 예외가 적용될 수 있음을, 때로는 이해(理解) 대신 이해(異解)를 하여 창조적인 오해를 하는 것이 더 도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영감은 바로 카페 쿠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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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스타그램 @ins.note)

 

 

제주도 카페 ‘식물집’에서 주는 쿠폰은 시각적 브랜딩이 매우 잘 되어 있다. 그저 손님의 카페 방문 수를 세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쿠폰에 찍혀있는 화분에 새로운 식물들을 심어줌으로써 손님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전달해준다. 도장을 찍은 뒤, 옆에 빈 화분에는 과연 어떤 식물이 나에게 찾아올지 기대감을 먼저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식물과 카페의 조화로움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에피소드 이외에도 380장 이상의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영감들을 꺼내어 볼 수 있다. 책을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작가는 “그냥 맞아, 맞아 하면서 공감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라고 하는데, 공감은 물론 지금 이 글이 작성되기까지의 새로운 영감이 되어주었다.


본인의 경험에서 발견된 영감 역시 가치 있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새로운 영감으로 이어진다면 더욱더 의미 있는 순간이 아닐까. 이 책을 접하면서, 작가의 영감들을 이어받아 나만의 영감 노트에 나만의 스타일로 녹이는 기록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내고 새로움으로 채워보기도 했다.


책 속 어느 한 페이지에는, “늦지 않았다”, “하면 된다”라고 말을 건네는 ‘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건네는 조언을 마치 시간여행자가 미래에서 현재의 나에게 건네주는 것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영감을 얻기 위한 접근 방식과 기록의 범위에 서툴렀던 나를 이 책이 조언해주듯, 나도 기록을 ‘해본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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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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