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꾸는 돈키호테형 인간들이 넘쳐나는 날까지 - 돈키호테 [도서]

도서 <돈키호테>를 통해서 세르반테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
글 입력 2023.05.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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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돈키호테>를 읽으며 미치광이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고 많은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과연 작가는 왜 기사소설에 미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였는지, 이 인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돈키호테를 읽는내내 독자가 본인을 반영하는 사람에 의해 자신의 본 모습을 깨닫고 비춰볼 수 있 게 유도한다는 것을 느꼈다. 자기반영적 소설은 리얼리즘 소설과는 달리 여러 장치를 사용하여 소설 속의 허구세계를 고의적으로 드러낸다.


인공성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현실세계가 아닌 인공물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집필 당시 시대상인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세르반테스가 독자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고, 자기반영성의 어떤 장치들로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의식하며 소설을 읽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세르반테스의 집필동기



집필 당시 스페인 사회 중심으로, 먼저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삶과 몸담고 있던 시대가 그의 작품 집필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살펴보면, 스페인이 16세기 말과 17 세기 초 국외에서 벌어진 전투의 거듭된 패배와 정치력의 쇠퇴, 전염병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된 시기에 살았다. 즉 카를로스 5세로 대변되는 놀라울 정도의 열광적 낭만으로 충만했던 아버지의 세대와 펠리페 2세로 상징되는 패배, 실망, 환멸로 가득찬 아들의 세대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황금시기의 스페인에서 승리한 전쟁 영웅인 세르반테스는 영웅의 시대가 저물게 되어, 설 자리를 잃고 몰락하여 경제적으로도 궁핍해진다. 결국 감옥에까지 갇히게 되었다.


세르반테스는 그가 세비야의 감옥에 갇힌 시기에 소설 <돈키호테>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로 인해 괴로워했을 것이다. 집필 당시 스페인 왕국은 반 종교 개혁 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왕조의 통치하에 있었다. 사실 그에게 자유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래서 세르반테스는 기사소설의 형식에 돈키호테의 광기를 이용하는 형태로 교묘하게 당시 사회를 비판하며 유토피아를 꿈 꾼 것이다.

 

이상주의자인 주인공 돈키호테의 광기와 지극히 현실적으로 물질적인 산초 판사의 모습은 당시 사회와 세르반테스 자신의 삶의 이중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단순히 환멸로 가득 찬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며 그에 대하여 극단적인 거부감을 표시하는 대신에 자신이 꿈꾸는 종교의 자유, 남녀간 사랑의 자유, 세습제도 폐지, 정의로운 재판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모험을 펼치는 돈키호테를 통해 이상사회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세르반테스는 전 세대가 지녔던 이상과 그 이상이 실현되는 듯 보였던 시대에 대한 향수로 인하여 기사소설을 택했으며 이를 통해 상실한 이상의 회복 을 촉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스페인의 변화와 세르반테스 인생의 변화는 그의 머릿 속에서 지극히 이중적인 모습으로 결합되어 <돈키호테>라는 세기의 걸작을 낳게 한 것이다.

 

 

 

소설 <돈키호테>에 나타난 자기반영성



자기반영성은 자신을 거울에 투영하여 보는 것으로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자기반영성은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는 것으로, 문학에서는 문학 작품이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기 반영적 구조를 통해 얻는 효과는 본인을 반영하는 사람에 의해 자신의 본 모습을 깨닫고 비춰 볼 수 있게 된다 는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인공물로서의 소설의 모습을 강조하기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 하였는데, 세르반테스 자신을 스스로 두 번째 작가라 칭하면서 흐름을 단절시켜 독자로 하 여금 자신들이 지금까지 읽어왔던 이야기가 세르반테스가 아닌 다른 작가의 글이었음을 깨 닫게 만든다




돈키호테와 기사소설 사이의 패러디적 관계



패러디를 통해 창작된 작품은 리얼리티가 아닌 기존의 텍스트를 재현의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전하기 위해서 기존의 작품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세르반테스가 패러디한 것은 단순히 익숙함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기사소설의 주인공들은 세르반테스가 청년기에 겪었던 희망과 성공들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세상에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편력기사의 법도가 세상에 돌아다니면 그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잘못에 있습니다. 그러나 편력기사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지고, 아가시들과 고아들을 구출하고, 오만함에는 벌을 받고 겸손함에는 상을 받던 그 시대가 누리던 것 같은 것을 우리의 타락한 시대는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 돈키호테 2권, p28

 


이를 통해 그가 자신이 과거의 영광스러운 기사의 모습을 모방, 즉 패러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알카나 데 톨레도에서 젊은 비단 장수가 판 아랍어로 된 잡기장이 ‘둘시네 아 델 토보소’가 적혀있는 소설 돈키호테의 일부분이라는 것, <아랍 역사학자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에 의해 쓰인 돈키호테 델 라만차의 이야기>라고 쓰여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발견 된 필사본으로서 기사소설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돈키호테의 말이나 행동에 관한 부분 이외에도 ‘발견된 필사본’이라는 말 자체가 이 작품이 기사소설의 패러디임을 나타낸다. 그전부 터 많은 기사소설들은 특정 작가가 창작하였음을 숨기고, 오히려 발견된 글인 듯 독자들이 착각하게 만들었다. 소설 돈키호테의 탄생순서는 여러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씨데 아메떼 베넹헬리- 모로인 번역가- 편집자 순으로 위 과정에서와 같은 내용의 끊임없는 반복 으로 생긴 패러디의 결과가 돈키호테의 형태를 갖추게 하였다. 즉, 같은 내용의 기존 텍스트가 원작자, 번역가, 편집 자의 손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텍스트로 바뀌는 과정을 소설화한 것이 현재의 소설 돈키호테이다.

 

 

 

돈키호테형 인간과 산초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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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당시 시대상과 관련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집필동기와 자기반영 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패러디의 기법을 사용하여 당시 사회적 가치와 주인공 돈키호테 또는 작가 본인의 이상이 충돌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억압된 스페인 사회에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게 자신의 입장을 투영하여, 자신이 꿈꾸는 이상사회를 말하고자 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소설을 읽고 가장 먼저 내게 심어진 이데올로기는 그 당시 뿐 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도 돈키호테형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키호테형 인간은 부정 할 수 없는 영원한 이상에 대한 믿음을 지닌다.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봉사와 희생이 요구되어진다.


돈키호테는 헌신할 준비 되어있다. 스스로를 작품안에서 그려냈을때, 나는 돈키호테형 인간과 대조되는 현실주의자인 산초형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이기주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돈키호테의 삶과 달리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꿈조차 꾸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이상향이 무엇인지 제대로 찾아보려 하지도 않는 사람이 돈키호테를 미치광이라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세르반테스가 과거 스페인의 절대 왕정의 시대상과 관련하여 던지고자 하였던 메세지는 현재의 무기력한 사회에도 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꿈꾸는 돈키호테형 인간들이 넘쳐나는 날까지!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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