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 -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

공연 <앙상블블랭크 – 작곡가는 살아있다>를 감상하며...
글 입력 2023.05.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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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와 한국을 잇는 앙상블블랭크의 야심찬 프로젝트 "작곡가는 살아있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모차르트, 베토벤 등과 같은 이미 현존하지 않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하는 예술장르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도 클래식 음악은 많은 현존 작곡가들에 의해, 시대적 흐름과 새로운 음악사조를 반영한 다수의 창작품들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앙상블블랭크는 본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클래식 음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특히, 전 세계의 35세 미만의 젊은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를 통하여 선정된 작곡가(이응진, 크리스토프 렌하르트)의 작품들이 이번 무대에 올려진다. 살아 숨쉬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이다. 그 어느 공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새롭게 살아있는 작품들이다. 앙상블블랭크는 살아있는 작곡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공모하고 연주함으로써 젊은 작곡가들의 활동 기회를 확대하고 세계적 음악의 추세와 미학의 다양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단순한 창작발표회가 아닌, 국내 작곡가와 더불어 세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한 공연에 소개하는 앙상블블랭크의 창의적 무대연출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

 

작곡가는 죽었다. 흔히들 이렇게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곡가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바흐, 베토벤, 그리고 모차르트...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게 다다. 내 부족하고 턱없는 지식 때문일까.. 나는 “왜 작곡가들이 죽었다고 생각했지?”라는 의문을 품게 해준 공연 앙상블블랭크의 <작곡가는 살아있다>를 감상하고 왔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다양한 악기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음악 시간에 공부했던 비올라, 더블베이스, 마림바 그리고 클라리넷까지. 많은 악기들이 벌써부터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공연장에 그 누구도 떠들지 않고 조용했지만 이미 많은 소리들이 공연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긴장해서일까 아니면 설레어서일까 정적조차도 나에겐 음악으로 들렸다.

 

처음 시작은 더블 베이스였다. 태어나서 더블 베이스의 솔로 연주를 듣게 될 줄이야.. 귀를 기울였다. 낮지만 날카로운 소리, 불규칙한 리듬 속에 숨겨져 있는 규칙적인 패턴 그 모든 연주의 흐름 가운데 내가 집중했던 것은 연주자의 표정이었다. 살아있었다. 그 표정은 누가 봐도 살아있는 자의 것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공연은 ‘살아있는 그 모든 것’에 초점을 맞춘 공연이라고 말이다. <작곡가는 살아있다>의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첫 연주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도 존재한다. 바로 가야금이나 거문고처럼 줄을 뜯으면서 그리고 튕기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이다. 처음엔 사실 좀 듣기 어려웠다. 그러나 귀를 기울여서 들으면 들을수록 그 불편함은 나의 익숙하지 않음과 어색함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활이 현을 긁고 튕길수록 연주자분의 표정은 더 강렬해졌고, 그 연주를 보는 내 표정도 덩달아 강해지기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직도 내 귀에 맴도는 강렬한 선율 아니 리듬은 대화하지 못하는 더블 베이스라는 악기가 마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처럼 간절했다. 연주자의 표정, 연주뿐만 아니라 악기, 그 자체도 살아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 모든 공연에서 죽어있는 것은 없었다. 굳이 한 가지 꼽자면 나의 감성이려나. 죽은 감성을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이 바로 앙상블블랭크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앙상블블랭크 단체사진.jpg

 

  

지휘자와 작곡가를 맡으신 최재혁 지휘자님이 등장하시어 공연의 대체적인 소개를 해주셨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신 듯, 작곡가가 살아있다는 표현을 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해당 공연에는 현대의 한 작곡가의 곡이 포함되어 있다. 곡의 제목은 ‘Geste I (2022)’, 2022년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 당선작으로 세계 초연을 이 공연을 통해 선보였다. 이 곡을 작곡하신 이용진 작곡가의 말씀에 따르면 무의식의 흐름 속 찾은 선율을 찾아서 그려내렸다고 한다. 무의식이라는 것이 자신의 머리 속 떠오르는 아무 생각을 그렸다는 것이 아닌, 평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평범함 생각들 속 피어오르는 작은 상념들을 멜로디로 그렸다는 것이 그대로 전해지는 연주였다.

 

참 다양한 악기들이 이 공연에 함께했다. 특별히 가장 눈에 들어왔던 점은 바로 ‘퍼커션’이었는데, 한 가지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마림바, 징, 팀파니 등 3개 이상의 악기를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다. 바이올린과 플루트처럼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는 악기와 달리 퍼커션은 임팩트 있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짧게 들어간다. 그러나 연주 길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악기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퍼커션의 임팩트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강했으니 말이다. 사실 오케스트라가 아닌 이런 소규모의 클래식 연주 공연에서 퍼커션이 이렇게 큰 임팩트를 전달한 선례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신선한 도전이라고 느껴졌다. 인간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새로운 것과 안 해본 것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곡을 작곡한 작곡가도, 그러한 곡을 듣고 글을 쓰고 느끼는 우리 모두 살아있다. 그 규정과 틀을 벗어나 행동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오직 우리가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깨닫는 공연이었다. 작곡가는 죽었을지도 몰라도 현대에 아직 많은 작곡가들이 살아있다는 점 그리고 곡을 듣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클래식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죽이는 일만은 없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듣고 도전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를...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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