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몰랐던 샤넬 이야기 - 코코 샤넬

글 입력 2023.04.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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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샤넬 표지.jpg

 

 

살아가며 단 하나의 명품 백을 가져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샤넬 백을 선택할 것이다.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세련된 로고부터 시작해 고급스럽지만 과하지 않은 특유의 디자인은 캐주얼과 페미닌 등 어떤 스타일에 매치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MZ부터 실버 세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 맞춤형 멋을 선사하는 샤넬은 아마 지금보다 몇 세기가 더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굳건히 자신만의 멋을 분출하고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난 샤넬을 굉장히 럭셔리하고 우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명품엔 문외한이지만, 적어도 샤넬이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샤넬이라는 디자이너를 상상해 볼 수 있었고, 상상 속 그녀는 정말 멋진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은색 세련된 슈트를 입고 선글라스에 회색 머리.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미지이지만, 그런 도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할머니의 모습이 샤넬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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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코코 샤넬은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었단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녀의 유년 시절은 천재적인 디자이너의 모습과 다소 거리가 멀다. 태생부터 환영받지 못했던 그녀의 유년기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그것은 생존이었다.

 

어머니의 이른 죽음과 아버지의 무책임의 결과는 버려짐이었고, 그 버려짐을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그녀는 비록 살아남았지만 몽유병이라는 상흔을 얻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스스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데 성공한다.

 

그런 측면에서 코코 샤넬은 스타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본인은 극혐하긴 했지만) '코코'라는 애칭을 얻게 된 마스코트 가수로서의 활동에서부터, 노래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실제 가수들보다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무대에 오른 그녀의 미소에 빠져든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 그녀만의 아우라가 그녀의 도전적인 디자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코 샤넬의 것이기 때문에, 코코 샤넬이 입은 옷이기 때문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존재만으로도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그녀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은 군중 심리가 당시에도 일부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하지만 감히 이것이 헛된 상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코코 샤넬이 선보인 모든 행보는 당시엔 파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가 변화하고 있었고 그로 인한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나, 요구를 직면하고 변화를 시행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 확신은 그때까지 경험한 자신의 영향력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멋진 신여성 코코 샤넬은 어쩌면 어려 사람이 함께 만든 공동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코코 샤넬은 변화를 보여주었고 세상은 그 변화에 열광했으며 그 인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 <코코 샤넬>이 흥미로웠던 지점은 그런 샤넬을 마치 진흙 속의 진주처럼 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저자는 굉장히 재치 있는 문체로 코코 샤넬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묘사한다. 그 과정에 대단한 숭배도 절절한 동정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자의 서술 방식이 꽤 마음에 들었다. 코코 샤넬의 인생을 자칫 잘못 풀어내면 자기개발서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데, 그 강도를 잘 조절한 것 같다.

 

책 <코코 샤넬> 덕분에 진짜 샤넬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알게 된 지금, 앞서 코코 샤넬이라는 사람이 태생부터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었다는 말은 취소이다. 그녀는 본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적절한 환경을 만나지 못했던 것일 뿐,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자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오른 그녀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따라서 나는 코코 샤넬을 대단한 사람이 아닌 멋진 사람이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최초에 상상했던 그 멋진 할머니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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