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은 가시장미인가? [문화 전반]

김승희 시인 <장미와 가시>를 통해 본 삶의 의미
글 입력 2023.04.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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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었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김승희, <장미와 가시> 中

 

  

학창시절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시였다.

 

이 부분만 발췌하여 소개해주셨고, 막연한 미래가 두려웠던 나에게 이 글은 큰 힘이 되었다. 힘든 순간이 지나면 반드시 찬란한 순간이 온다는 믿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나는 힘들 때마다 이 글을 보곤 했다.


시간이 흘렀고 우연히 이 시의 전문을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이 시의 전문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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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장미와 가시> 전문

 

 

화자는 ‘눈먼 손’으로 삶을 만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진 삶은 고통(가시)이 많아도 그에 합당한 찬란한 순간(장미)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과정이 힘들어도 그에 맞는 결과만 따라준다면 과정은 언제나 미화될 수 있으며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좋은 결과에 묻혀 사라진다. 더불어 어떤 일이든 결과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아무리 힘든 과정도 씩씩하게 이겨낼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화자는 많은 가시 속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한다. 분명 많은 가시가 있어서 그에 맞게 장미가 필 것이라고 믿었던 화자는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며 삶의 정의에 관해 묻는다.


세상의 삶은 이분법일 수 없으나 이분법으로 보면 편리하다.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 등 간결한 이분법 세계는 우리의 생활을 단순화한다.

 

그렇다면 이분법적 삶은 좋은 것일까? 삶이 장미와 가시로만 분리된다면 한 송이의 장미꽃을 보지 못한 화자의 인생은 앞으로도 줄곧 가시밭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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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장미와 가시의 경계를 허물 필요가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장미’와 ‘가시’에만 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미’와 ‘가시’는 각자의 표현과 생각에 따라 의미와 기준이 다르다. 행복과 불행의 경계가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고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제각각인 것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장미’와 ‘가시’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경계를 설정한 후 대답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당신의 삶은 장미가시인가, 가시장미인가, 장미의 가시인가, 장미와 가시인가.


 

*참고 자료: 나태주,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에디터 명함.jpg

 

 

[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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