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발적인 팝아트의 물결을 만나다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전

역동적인 팝아트의 물결
글 입력 2023.04.0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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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보수적인 가치관을 거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때 등장한 ‘스윙잉 런던’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영국 런던 모습을 나타내는 사회 현상이다.

 

역동적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광고, 영화, 사진 같은 대중문화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드리며, 낙관주의, 자유, 실험의 정신이 담긴 문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스윙잉 런던의 물결을 탄 팝아트를 이끈 그런 팝아트를 이끈 당대 영국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를 포함해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리처드 해밀턴 등이 찾아온다.

 

오리지널 작품, 판화, 사진, 포스터, 영상 등 150여 점이 23년 3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DDP 뮤지엄에서 전시된다.

 

 

“스윙잉 런던은 단순한 시기가 아니라 분위기, 태도,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 헌터 데이비스,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스윙잉 런던의 물결에 올라탄 예술계에서는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받아들이고 대담한 색상과 소비자 이미지를 사용하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이때 시작된 흐름이 팝아트이다.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전’은 그 역동적인 흐름의 시작인 영국 팝아트를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문화가 시작될 때, 전통적인 흐름에 대한 비판과 도발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패러다임을 부수는 작품들, 그리고 지금은 익숙할지라도 당대에는 생소했던 작품들을 한껏 기대하며 전시장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한 작가와 작품을 아래 소개하도록 하겠다.

 

 

 

최초의 팝아티스트, 리처드 해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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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팝 아티스트 리처드 해밀턴의 재미있는 작품을 살펴보자.

 

작품 제목은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는가?〉로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 해봤을 법한 포토콜라주 기법을 활용했다.

 

작품의 사진들을 샅샅이 뜯어보면 몸매를 드러내고 있는 여성, ‘pop’이라고 써진 거대 막대사탕을 들고 몸매를 뽐내는 남성, 포드 자동차 엠블럼, 그리고 그 당시 고급 청소기와 전축이 보이며 천장에는 우주가 있다.

 

온갖 화려한 걸 다 모아 놓은 집은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상당히 과해 보인다. 있어 보이는 최고의 소비품들을 활용해 없어 보이게 치장해서 미국적인 물질주의를 풍자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튜링,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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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제목인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이다. 하지만 천재적인 재능과 나라에 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 그런 비운의 삶과 튜링의 업적이 팝아트로 재탄생했다.

 

에두아르도 파올로치의 작품은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이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가 과학과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작품이 꼭 공상 과학 그림 같아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작품 위아래에 써 있는 다양한 수식은 수많은 설계와 계산을 바탕으로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쟁의 설계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스윙잉 런던에서 주목할 점은 다양한 기법과 대담한 색의 활용이다. 이 작품은 밝고 대담한 색감과 대비되게 여기저기서 총구를 겨누는 듯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사람 죽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 전쟁의 총알은 장난감 총구처럼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위트 있게 전한다.

 

 

 

물을 포착하는 시선, 데이비드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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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수영장 시리즈'로 유명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볓에 반사된 수영장에 매료되었다. 빛의 반사와 약간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일렁이는 물은 그리기에 굉장히 까다로운 피사체이다. 그래서 호크니는 물에 더 매료되었다고 한다.

 

물은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도 변화하기 때문에 순간을 포착하게 한다. 호크니는 변화무쌍한 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움직이는 물을 따라 눈을 감지 않고 시선을 이동하다 보면 종종 색깔 스펙트럼을 발견하게 된다.

 

호크니는 이러한 율동적인 선들을 그림 위로 데려왔다. 같은 물이라도 시선에 따라 물의 유동성, 깊이감, 공간성, 시간성을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니. 호크니의 감각있고 신선한 작품들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눈은 언제나 움직인다. 눈이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이 움직일 때 내가 보는 방식에 따라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에 대상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실제로 다섯 명의 인물을 바라볼 때 그 곳에는 1천개의 시점이 존재한다.”

 

- 데이비드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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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달리 해와 죽음은 오랫동안 볼 수 없다. 대신 데이비드 호크니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시선이 오래 머문 순간을 보여주는 호크니의 작품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무력함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치 잡념은 잠시 내려두고 눈 앞에 놓인 일상을 살아가라는 응원을 받은 듯한 따뜻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섰다.

 

종합적으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전'은 팝아트의 시초 작품과 스윙잉 런던이 주는 생동감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만의 특별한 시선까지 작품마다 독특함이 팝팝 튀는 전시이다.

 

눈이 즐거운 작품들을 차근차근 만나다보면 스윙잉 런던이 주는 도발적인 에너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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