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당신에게 - ‘책 만들다 우는 밤’ 홍지애 작가

글 입력 2023.03.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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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이 나를 상처 입힐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이 잘 안되면 몇 배로 힘들고, 불안감과 고민을 털어놓는 일조차 “너는 좋아서 시작한 거잖아.” 같은 말 앞에서 배부른 투정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때로는 좋아하는 일을 택해서 성공한 사람 이야기보다 그 안에서 버티는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짧은 순간의 치기로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끌어안고 5년, 10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책 만들다 우는 밤』에는 버티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책 만드는 게 좋아서 덜컥 1인 출판사 ‘꿈꾸는인생’을 만든 홍지애 작가. 출판사를 운영한 지 5년, 17종의 책을 출간하고도 여전히 책 팔아 돈 벌기는 어렵고 모르는 것은 계속 새롭게 생겨난다. 기쁘고 설레는 순간만큼이나 막막하고 답답한 순간을 자주 만난다. 날것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니 웃다가도 눈물이 났다. 지난 24일, 홍지애 작가를 만나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우는 ‘책 만드는 밤들’에 대하여 직접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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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포근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찾아 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출판사가 여기 있다는 걸, 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출판사 설립 5년 차, 작가로 책을 내셨는데요. 지금까지 책 만드는 일에 집중하다가 직접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너무 답답해서였어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포근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찾아 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출판사가 여기 있다는 걸 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그동안 1인 출판사를 운영해온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는 마음으로 한두 꼭지씩 써보던 건데, 작년에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커지면서 책을 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기기도 했어요.

 

 

책을 만드는 입장과 직접 원고를 쓰는 입장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작업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책 만드는 일은 이미 있는 원고를 가공하는 작업에 가까워요. 원고가 독자들에게 좀 더 잘 읽히도록 내용을 다듬고 목차를 고민하고 사람들이 호기심 가질 만한 제목을 정하는 식이죠. 반면 제가 글을 쓰는 건 아예 내용물부터 새로 만드는 일이에요. 책을 만드는 일과 쓰는 일 모두 직접 해보니 비슷해 보여도 확실히 다른 영역이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작가님들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열심히 쓰고 며칠 지난 다음 다시 보면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가 많았죠. (웃음) 그런 식으로 글을 다 썼다가도 0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단행본은 글 한두 편이 아니라 책 한 권이 될 분량을 써야 하니 더 어려웠습니다. 

 

 

쓰는 사람도 편집하는 사람도 작가님 한 명이다 보니 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마감을 독촉해주는 편집자가 없으니 힘들었어요. 마감이 있다면 스스로 만족감이 덜해도 어떻게든 끝을 낼 텐데, 그게 없으니 글을 읽고 고치는 일이 끝이 없었어요. 제가 그동안 작가님들께 책 작업은 100퍼센트 만족이라는 게 없으니 일단 마감에 맞춰 끝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자주 말씀드렸는데, 쓰는 입장이 되어보니 저도 계속 고치게 되더라고요. 결국 나중에는 마감일을 스스로 정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그때까지는 끝을 내겠다 결심했어요. 안 그러면 영영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책을 쓰시며 주변에 글을 보여주셨는지, 그랬다면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비정기적으로 바뀌었는데, 원래 재작년 말부터 2주에 한 번씩 출판사 뉴스레터를 발행했어요. 거기서 이런 책을 준비 중이라며 제가 쓴 글의 일부를 몇 차례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뉴스레터의 특성상 구체적인 피드백은 받기 어려웠지만, 그렇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제 글을 공유하고 나니 어떻게든 마감을 해서 책을 내야겠다는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 친한 지인들과 출판사 인스타그램 팔로워분들도 책을 쓰고 있다고 하자 많이 응원해줬어요. 부담되는 것 이상으로 격려가 되었기에 감사해요. 

 

 

그렇게 완성한 데이터를 인쇄소에 보냈을 때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도 완성된 책 데이터를 인쇄소에 보낸 직후에 엄청나게 큰 행복을 느껴요. 그 잠깐의 행복감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한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제가 편집자로 만든 책도 그렇게 기쁜데, 작가로 참여한 데다가 본문 디자인까지 제가 했던 이번 책은 마감하고 나서 다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감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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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도 누군가가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이야기,

인터넷상에만 조금씩 남겨 왔던 무형의 기록을 모아

형태가 있는 물건으로 탄생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 만들다 우는 밤’이라는 제목이 와닿았어요. 어떻게 정해진 제목인지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보통 책 만들 때 제목을 정하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민도 많이 하는데요. 이번 책의 제목은 신기하게도 제가 원고 1/3을 채 다 쓰기도 전부터 정해졌어요. 제목 그대로 책 만들다 우는 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다른 후보군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그냥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제목이에요. 

 

 

그 제목처럼 책에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느끼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여러 불안감 역시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요, 작가님은 그런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느끼는 불안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해요. 첫 번째는 오타예요. 사실 확인을 제대로 못 하거나 오타를 미처 수정하지 못해서 뭔가 잘못되면 어쩌나 불안해하죠. 두 번째는 판매예요. 내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 있었던 시기를 지나 출간 종수가 늘어나니 불안감이 커지더라고요. 1인 출판사라 제 돈이 그대로 제작비로 들어가고, 책 한 권의 판매 결과가 그다음 책 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서 오는 부담이 있죠. 제목이나 표지 등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판매가 잘 될지부터 생각하게 돼요.


불안감을 해소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오타가 있을까 봐 불안해질 때는 소리 내서 ‘괜찮다’라고 말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걷는 것도 도움이 돼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계속 인식하려 하고, 혹시 실수가 있어도 충분히 돌이킬 수 있다고 되새깁니다. 판매로 불안한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해소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고 가는 수밖에 없죠.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즐거움에서 나옵니다. 불안하고 무섭고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책 만드는 일이 재밌거든요. 

 

 

앞으로도 책 만드는 일은 계속 즐거울 거라는 책 속 문장이 떠오르는 답변이에요. 작가님이 처음으로 책 만드는 게 즐겁다는 걸 발견했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외주 편집자로 만든 게 제 첫 책이었어요. 원고를 받아 여러 차례 다듬고 디자이너와 논의한 끝에 비로소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게 엄청 멋진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카피라이터로 일했는데, 세상의 단어들을 조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게 재미있었어요. 책 만드는 일도 누군가가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이야기, 인터넷상에만 조금씩 남겨 왔던 무형의 기록을 모아 형태가 있는 새 물건으로 탄생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컴퓨터 속 원고가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고 세상에 등장하는 느낌도 들죠.


저는 특히 내지 디자인이 완료된 파일을 받을 때 큰 희열을 느껴요. 한 페이지에 몇 줄을 넣을지, 행간과 여백은 어떻게 할지 고민한 끝에 완성된 페이지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똑같은 원고를 서로 다른 출판사가 책으로 만드는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편집자가 그 원고를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부분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지에 따라 목차도, 제목도, 디자인도, 판형도 달라질 텐데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작가로 인터뷰에 응하셨지만 지난 5년 동안 꿈꾸는인생 출판사를 이끌어 오신 대표이기도 합니다. 꿈꾸는인생은 어떤 책을 지향하나요? 작가님이 만드는 책이 궁금해요.


시작할 때부터 ‘꿈꾸는인생’이라는 이름다운 책,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꿈꾸는인생에서 나온 책을 읽을 때면 그래도 사는 게 괜찮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살고 싶어지는 마음은 갑자기 엄청나게 거창한 목표가 생기거나 큰 깨달음이 와서가 아니라 사소한 즐거움을 느끼거나 귀여운 무언가를 봤을 때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저희 책이 그런 작은 무언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출판사 대표로서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책으로 만들 원고를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 두 가지는 재미와 무해함이에요. 세상에 재밌는 건 많지만 그 중에는 무해하지 않은 웃음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꿈꾸는인생의 책은 무해한 재미를 추구해요. 거기서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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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한 분들이 읽으며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작가님이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즐거운 것도, 어려운 것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인 출판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저는 그냥 해보라고 말씀을 드리는 편이에요. 다만 출판사 운영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시작하시면 더 좋겠어요. 책을 만드는 과정 못지않게 책을 배본하고 입고시키고 홍보하는 과정이 출판사 일의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만든 책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해보고, 다른 작은 출판사는 어떤 식으로 홍보를 하는지 공부도 하신 다음에 시작한다면 조금 덜 맵지 않을까요. (웃음)

 

 

책을 읽으며 ‘책은 대체로 자기 길을 간다’는 문장에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경로로 책 한 권이 독자에게 도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이 책이 어떤 길로 가기를 바라시나요?


어떤 길이든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웃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 아니면 출판사를 하진 않아도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좀 더 넓게 보면 꼭 책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한 분들이 읽으며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 꿈꾸는인생에서 출간 예정인 책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상반기에는 저희 에세이 시리즈인 ‘들 시리즈’ 중 하나로 김수경 작가님의 『끼니들』이 출간될 예정이에요. 제목처럼 우리가 좋은 날에는 좋아서 먹고 힘든 날에는 힘들어서 먹는 끼니에 대한 에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작가님을 키워 온 좋고 쓸쓸한 모든 밥을 이야기합니다. 

 

 

꿈꾸는인생에서 작가님이 이루고 싶은 꿈 중 가장 가까이 있는 꿈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꿈은 올해 상반기에 나오는 책이 정말 많은 사람에게 읽혀서 즐거움을 줬으면 해요. 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책을 만들기에 이만큼의 뜨거움이 담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비롯해 꿈꾸는인생 책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출판사 이름 정할 때부터 생각하는 건데, 저는 그냥 우리 책을 읽는 독자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힘들어도 살아볼 만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시기는 분명히 오니까, 그때까지 같이 가면 좋겠어요.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

 

책을 만들다 우는 것은 홍지애 작가가 그만큼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벅차서, 힘들어서, 설레서, 감동받아서… 어떤 대상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면 울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늘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들이 그런 절절한 마음을 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버틴다. 이 책이 어떤 길을 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홍지애 작가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계속하는 이들에게 쉼표처럼 다가가기를 바란다. 비슷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말을 걸며.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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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상민
    •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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