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3월 참 길다 [사람]

글 입력 2023.03.2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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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참 길다


며칠 전, 일정으로 가득 찬 캘린더를 배경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문구다.

 

바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매일매일, 일주일, 그렇게 거의 한 달을 꽉 차게 살고 있는 나로선 여태 3월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대체 뭘 하길래 그러한가 나조차도 궁금했다. 그래서 스물넷 대학생의 3월 한 달간의 삶을 정리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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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부로 아트인사이트의 일원이 된 나는 개강 전부터 예감하긴 했다. 이번 학기 좀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일단 2차에 걸친 수습 기간을 가져야 했다. 무슨 주제부터 다룰까 잠시 고민하다 역시 그래도 미술, 그중 전시리뷰가 할 만하겠지 싶었다. 학교 다니는 내내 가장 많이 접했고 작성한 글이 전시 리뷰이며, 인스타그램에도 글을 써 본 터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첫 글감으로 선정한 것이 성능경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경의 예술행각》. 퍼포먼스나 작가에 대해 평소 흥미롭다고 여겨왔기에 이번에 제대로 조사하고자 글을 작성했다.

 

“이게 맞나…” 글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습관처럼 학술적으로 쓰려 하는 걸 재차 마음을 다잡았다. 전시 외적인 것보다, 내가 뭘 보고 느꼈는지 되물으면서 썼던 것 같다. 그렇게 어찌어찌 완성한 글을 3월 6일에 보내버렸고, 피드백을 기다렸다.


답장 온 피드백을 찬찬히 읽으면서 수정했고, 마무리한 글을 다시 전송했다. 그리고 나의 글을 조금 거리 둔 채 읽어 본 결과, 문장 호흡이 길다는 걸 알았다. 한 문장이 끝나야 그다음 문장을 시작하는 버릇 때문일까. 앞말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우수수 쓰다 보면 문장이 길어진다. 동기한테도 이전에 비슷한 피드백을 들은 적 있었는데, 이제 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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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렇게 소개하다 보면 종종 도슨트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말하면 도슨트는 전시의 이해를 돕는 전시 해설사인 것이고,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 외에 연구, 보존, 홍보, 교육까지 기관에 따라 정말 다양한 업무를 맡는 인력이다. 그래서인지 학과 수업도 다양하다.


현재는 6월에 있을 졸업 전시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기획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다만 졸업 전시라고 해서 우리가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다. 기획안을 작성하고, 작가를 섭외하며, 이곳저곳에 홍보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도록까지 제작하는 일련의 전시 과정을 거친다. 말 그대로 스물네 명의 수강생들이 큐레이터로서 실무를 해보는 것이다.


그중 기획팀에 지원한 나는 벌써 기획 취지를 두 번 써봤고 수십 명의 작가와 수십 개의 작품을 거쳤다. 그래도 위안인 건, 내가 낸 아이디어가 전시 주제로 선정됐다는 거. 일주일 만에 전시 기획안까지 완성하고 발표 준비를 마친 건 4학년의 짬에서 나온 바이브였고, 팀원들이 다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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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회봉사까지 신청했다. 왜 4학년이 될 때까지 이수하지 않았냐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학기 중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었고, 방학 때는 놀았나 보다. 여하튼, ‘성북선잠박물관’에서 교육 프로그램 보조인력으로 활동한다. 국내 공립 박물관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곳이라고 오티 때 학예연구사님이 소개하셨다. 정말 그렇게 아담한 곳은 처음이긴 했다.


며칠 전, 첫 활동으로 초등 고학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여자 출석 확인, 개인정보 관련해서 학부모 동의 사인받기, 그 외 프로그램 보조업무를 맡았다. 한 시간 반가량의 프로그램으로, 박물관 특성에 맞게 옷과 관련해서 섬유 종류를 알아보고 패션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경고하는 알찬 구성이었다. 초등학생이라기엔 그보다 똘똘한 친구들이 많아서 놀랐다. 되려 내가 더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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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동들 말고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어 회화도 하고, 예술 관련 공부하는 모임, 학과 MT도 다녀왔다. 아, 그리고 운동도 다닌다.


아직 3월이다. 이 많은 걸 하고도 개강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결론은 그래서 좋다는 거다.


실은 2월 초에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휴식기가 찾아왔는데, 못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몸을 움직여보자 해서 등산도 가고, 운동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 가며 읽었다. 그랬는데도 불안함, 공허함, 허무함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에 휩싸여서 꽤 불편한 날들을 지냈다.


자체 진단을 내려보자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생기가 돋고 자신감이 있으며 할 일은 많아도 밀리진 않는다. 자처해서 맡은 역할이 있기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은 있지만 두렵지 않다. 꽉 찬 3월만큼이나 4월이 정신없이 분주하겠지만, 다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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