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공연]

'연극' 진행중입니다.
글 입력 2023.03.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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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람하는 연극은 관객이 극에 정서적 몰입을 이룸과 동시에, 과거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현재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도록 재현하는 '환영'의 효과를 가진다. 즉, 관객을 극에 동화시키는 이 특성은 극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비판하며 작품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19세기 말, 연극계는 앞서 설명한 관객의 감정적 몰입과 무대를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으로서 받아들이도록 재현하는 사실주의 연극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구현해놓은 듯 사실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 목표를 두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롯, 성격, 사상, 언어와 카타르시스에 기반하여 플롯을 중심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연극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서사극의 등장


 

그러나 20세기 초엽,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은 사실주의 연극형식을 탈피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를 철폐하는 시도와 탈-극장 공연, 퍼포먼스 등 현장성과 사건성을 강조하는 예술가와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행한 다양한 양식적 실험에는 고전적 내러티브와 거대 서사로부터의 탈피, 형식적 실험을 통한 연극의 의미 강화, 테크닉에 기반한 재현이 아닌 ‘개념’ 자체를 보여주는 시도를 이루었다.


다양한 양식적 실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독일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시작으로 연극의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 '서사극'이 새로운 연극 양식으로서 등장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서푼짜리 오페라>, <사천의 선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가 주장한 서사극의 개념은 기존의 플롯을 거부하고 서사, 에피소드의 제시를 통해 관람자 스스로 극의 진실을 판단하도록 하는 하나의 연극 양식으로서, 현재 관객들이 보고 있는 것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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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효과?


 

그렇기에, 서사극은 관객의 감정적 몰입과 극의 정서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지양한다. 오히려 연극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서사극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관객의 몰입을 막기 위한 효과 또한 존재하는데, 바로, 소외효과다.

 

소외효과란 어떠한 극적 환영을 깨고, 현실을 이성적으로 직시하게 만드는 하나의 효과이다. 쉽게 말해, 의도적으로 낯선 환경을 조성해 관객이 작품에 심미적 거리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령, 무대 위에 스태프와 악사, 무대 회전의 노출, 자막의 사용과 노래 삽입, 극 속에 극이 존재하는 극중극 등을 활용하는 것이 그 예시에 해당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는 "극장은 관객들에 의해 심판되는 장소", "극장은 사회적 문제를 토론하는 장소"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이는 무대를 하나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심판대로서 극장과 연극의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는 그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문구이다.

 

그러나, 그는 극을 통해 사회 비판적 요소를 담아내고 관객이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하면서도, 극의 재미 또한 강조했다. 그가 주장한 연극의 교육적 측면과 사회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관객이 극을 소비해야 하고, 작품 자체의 재미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서푼짜리 오페라>에는 여러 차례 노래의 삽입이 이루어졌고, 이외에도 우화 형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딜레마를 풍자,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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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브레히트의 시도들은 추후 현대극 창작과정과 우리나라의 마당극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나, 오늘날의 연극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기반한 작품들이 더 많이 제작되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연극이 가진 틀을 깨기 위해 과거의 어떠한 인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관람'하는 것에 대한 각기 다른 의미를 전달하려 했는가에 관해 인식하고, 예술의 생산자로서 혹은 향유하는 소비자로서 그것이 오늘날 연극에 어떠한 새로운 시도로 적용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윤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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