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글 입력 2023.03.10 21: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좋아하는 책 편집자가 한 말이 종종 떠오른다.

 

책만큼 좋은 건 없다.

 

책만큼 흔하면서, 가벼운 것. 적은 값으로, 때로는 값 없이도 볼 수 있는 것. 그러나 사실 그 알맹이는 아주 농도 높은 것. 그런 건 정말이지 없기에, 책만큼 좋은 건 없다.

 

 

우리가사랑한세상의모든책들2_표1.jpg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의 저자 자미스 하퍼도 분명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자미스는 주위 친구들을 넘어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열렬히 추천하는 사람이다. 자미스의 추천이 특별한 점은 흑인 여성, 유색인종 여성의 문학책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하나의 키워드로 수많은 이야기를 모아주는 해시태그를 적극 이용하기에, 지금 바로 #diverspines를 검색해 자미스의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책과 와인을 곁 드리며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한다.

 

책의 일러스트를 맡은 제인 마운트 역시 책 애호가이다. 책과 그림을 좋아하는 제인은 ‘책 초상화가’가 되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책에 관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왔다. 자미스와의 인연은 자미스의 아들이 엄마의 생일 선물을 위해 제인에게 그림을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좋아하는 주제로 밤새 수다를 나누는 것만 같은 책,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을 만나보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방


 

“우리가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책들”은 책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일러스트와 함께 짧게 짧게 이어진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마다 주제가 바뀌면서 궁금한 주제를 찾아, 원하는 부분부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역사소설, 미스터리 & 호러, 로맨스 등 주제별로 책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삽화가들이나 책사랑꾼에 대해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의 방’이었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책을 쓰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건마다 담긴 역사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재미있었다. 유튜브에서 가방 속 물건을 보여주는 영상이 흥미롭듯, 누군가의 사적인 물건과 공간을 알게 되는 건 역시 재미있었다.

 

특히 “결혼 날짜”, “우리가 데이트하고 있던 동안”의 작가 재스민 길로리의 방과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재스민은 책상이 아닌 침대에서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침대에서 쓰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저도 모르게 등이 둥글게 굽고, 목은 쭉 나와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재스민도 자세가, 일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익숙하고, 내 어깨를 감싼 담요는 포근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면 베개 위로 풀썩 쓰러져 쉴 수 있기 때문이다.] - 재스민 길로리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일단 모든 걸 제쳐두고 침대에 푹 쓰러지고 싶은 마음에 공감했다. 타고난 재능의 작가가 성실히 글을 쓰는 모습, 빠르고 정확하게 타자를 치는 모습이 상상되지만, 그보다 솔직한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사랑하기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영향력 있는 책사랑꾼’이라는 코너다. 유색인 소녀 북클럽 설립자, 다양성 책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도서 큐레이터 등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그리곤 성실히, 꾸준히 책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고 공유하며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알리시아 타피아는 ‘자전거도서관’이라는 독특한 도서관을 처음 떠올리고 실천한 사람이다. 자전거가 이끄는 작은 도서관은 도시의 곳곳을 달린다. 겨울이면 손꼽아 기다려지는 붕어빵 포장마차처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찾아오는 도서관이었다. 흥미로운 모습에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책과 가까워지게 만드는 도서관이다.

 

[자전거도서관의 최고 장점은 도서관이 끌어오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은 폭넓은 경험과 앎의 방식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품은, 깊은 지식의 우물과도 같다. 무지개는 색의 다양성과 깊이 때문에 아름답다. 그렇게 아름다운 독서를 꼭 해보도록 하자. 아니면 놓칠지도 모른다.] - 알리시아 타피아

 

책에 관한 크고 작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알고 있던 작가, 책이 거의 없고 모두 처음 보는 이름들이었다는 데에 놀랐다. 낯설고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전에 경험하지 못한 책의 세계를 알게 된다. 새로운 책, 새로운 삶을 만나고 싶다면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