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가족에게 찾아온 특별한 작별의 여정 [영화]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다 잘 된 거야>
글 입력 2023.02.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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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 ‘다 잘 된 거야’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와 작별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작별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온다면 견뎌내기는 더욱 힘든 법이다. 영화 <다 잘 된 거야>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앙드레로부터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은 딸 엠마뉘엘의 가족 관계를 그린다.


<썸머 85>, <신의 은총으로>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영화 감독 ‘프랑소와 오종’이 존엄사를 소재로 제작한 작품이다.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담담한 감정 및 심리 연출과 소피 마르소(엠마뉘엘 역), 앙드레 뒤솔리에(앙드레 역)의 열연이 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깊은 몰입을 돕는다.


작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앙드레의 반신은 거의 마비가 온 것이나 다름없다. 물 한 잔도 혼자서 마시지 못하고 식사, 배변을 포함한 그 어떤 행위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게 됐다. 편하게 먹지도 자지도 못하게 된 그는 자신의 모습이 더 비참해지기 전에 하루빨리 삶을 끝내길 바랐다.


엠마뉘엘은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딸인 자신에게 죽음을 부탁하는 그의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냐며 분노하고 설득해 보지만 앙드레는 막무가내로 제 뜻을 고집할 뿐이다.


그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이해하기도 들어주기도 어려운 부탁이지만 엠마뉘엘에게 앙드레는 거역하기 어려운 존재다. 본인 스스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택했기에 사랑하고 존경하는 그의 뜻을 결국에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앙드레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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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와 엠마뉘엘이 사는 프랑스는 존엄사가 불법인 국가이다. 가족이더라도 당사자의 죽음을 돕는 조력자 역시 범법 행위를 한 명백한 범죄자가 된다. 그렇기에 앙드레는 존엄사 단체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 베른으로 향해야 했다.


“가난한 사람은 죽을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엠마뉘엘이 앙드레를 스위스로 보내기 위한 각종 서류를 챙기는 등 존엄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그가 그녀에게 건넨 말이다. 부와 가난, 삶의 시작, 삶의 끝 그 어느 것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인 것일까. 품위 있게 생을 마무리할 마지막 권리까지도 부의 불평등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또한, 죽음을 선택한 후 그리고 죽음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인 후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관객으로서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뇌졸중으로 인해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며 죽는 날만 한없이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목도해야 했던 딸과, 딸에게 부탁한 후 단호하고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해야 했던 아버지의 심정을 차마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우리가 엠마뉘엘의 상황에 처한다면 혹은 앙드레의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에 대한 고민을 기어코 끄집어낸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아프고도 잔인하지만 두 인물의 상황에 결국 자신의 모습을 이입해 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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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된 거야>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며 살아가는 삶과 죽음의 가치를 섬세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존엄사에 대해 논쟁하지 않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물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타당한 개인의 권리일까’라는 담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들지만, 그보다는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한 가족이 작별하는 모습과 그들의 관계에 집중한다.


동시에, 앙드레의 선택 후 삶의 매 순간 작별하는 여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딸들의 심정 또한 담담하게 담아낸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잠시 배제하고, 존엄사를 선택한 개인과 가족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이별의 과정과 그 순간의 감정을 담아낸 영화는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료를 받고 병세를 회복할 기회가 있는 환경 속에서도 남아있는 삶을 포기하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엠마뉘엘이 어쩌면 한없이 이기적일지도 모르는 그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택을 내린 이유는 누구보다도 그를 온 마음 다해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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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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