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토벤을 파헤치다 - 클래식 디깅 클럽 [공연]

Dead(죽은)와 Deaf(귀머거리)는 한 글자 차이다.
글 입력 2023.0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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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음악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음악보다도 유명한 것이 바로 그의 생애일지도 모른다. 귀머거리 작곡가, 괴팍한 성격의 작곡가가 사랑한 여인… 예나 지금이나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얘기들뿐이다. 인생 자체가 극적이었던 베토벤.


음악부터 인생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베토벤은 디깅 대상 그 자체였다.

 


[포스터] 클래식 디깅 클럽 - 베토벤.jpg

 


디깅(Digging)이란 발굴하다 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디제이가 자신의 공연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음악을 찾는 행위를 말하기도 한다. 현재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자신의 특색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짜는 행위를 일컫는 단어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클래식 디깅 클럽>은 디깅이라는 단어에 맞게, 나만 알고 싶은/내가 좋아하는 베토벤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됐다. 피아니스트 정한빈, 바이올리스트 이유진, 비올리스트 이신규, 첼리스트 이경준이 아름다운 선율로 공간을 채웠고, 재치 가득한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이 작품 사이사이의 틈을 메웠다.


이번 <클래식 디깅 클럽>이 특별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이 베토벤의 생애와 그의 음악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뒤이어 베토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매우 독특했다.

 

이러한 공연 구성 덕분에 예술의 전당 한편에 앉아 말 그대로 베토벤을 ‘디깅’하는 듯한 감상을 받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베토벤, Beethoven 1770-1827]


Theme 1. 악성 베토벤의 탄생

피아노 소나타 8번 다단조, 작품번호 13 '비창'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바이올린 소나타 8번 사장조, 작품번호 30-3. 1약장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8 in G Major, Op.30 No.3, i. Allegro assai


Theme 2. 모차르트를 디깅한 베토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테마에 의한 7가지 변주곡

7 Variations from Mozart's Magic Flute


피아노 4중주 제 3번 다장조, 작품번호 36-3

Piano Quartet in C Major, WoO 36 No.3



IMG_6275.jpg



이번 공연은 베토벤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던 작품을 모아 그의 음악 인생을 고스란히 느껴보도록 기획되었다.

 

1부에서는 청력 악화로 인한 고뇌와 충격이 담긴 ‘피아노 소나타 8번’으로 시작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무거움과 절박감이 아닌 밝은 분위기와 여유를 담아낸 ‘바이올린 소나타 8번 1악장’으로 막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써 내려가고자 한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대사를 상상하며 글을 쓰듯, 베토벤도 들리지 않는 음과 리듬을 상상하며 악장을 써 내려간 것이다.


해설 김문경이 베토벤의 청력 상실을 설명한 한 줄은 다음과 같다.

 

Dead(죽은)와 Deaf(귀머거리)는 한 글자 차이다.


베토벤이 청력 상실을 한 시기는 1788년으로 추정된다(1801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3년 전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고 처음 고백하였다). 이듬해에는 생의 의욕을 잃고 유서를 작성하였으나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는데, Theme 1 음악을 들으며 그러한 베토벤의 모습이 형형히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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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첼로의 아름다운 음색과 베토벤 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변주곡 중 하나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문을 연다. 모차르트를 경애했던 베토벤에게 모차르트의 작품은 큰 영감이 되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었다는 공통점도 있는데, 그들이 아버지 죽음을 받아들인 방식을 해설가 김문경 씨가 짧은 연주를 통해 들려주었을 때 모든 관객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차르트가 아버지를 여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곡한 곡이 너무나도 경쾌한 선율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부 마지막 작품으로 연주된 베토벤 피아노 콰르텟 다 장조 3번은 피아노 소나타 3번과 같은 장조의 주제가 차용된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다양한 악기의 앙상블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선율과 유익한 해설로 꽉 채워진 <클래식 디깅 클럽 - 베토벤>.


오는 2월 25일 <클래식 디깅 클럽 - 쇼팽>도 공연 예정이니, 익숙지 않은 클래식을 ‘디깅’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해당 공연 관람하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권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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