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마음이 편안한 향, 차(tea)

글 입력 2023.02.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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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자의 차에는 많은 시와 섬세한 감성이 있다.”-랠프 월도 에머슨


한 걸음걸음마다 커피숍이 있을 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시절에 살고 있지만 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맛이 없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늘 달고 사는 위장병과 잠 못 이루게 하는 카페인 때문이다. 그런 내가 커피의 대체재로, 아니 커피보다 더 사랑하는 음료는 바로 차(茶)다.


차를 사랑하는 이유야 수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글의 시작에 인용한 문장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차의 따뜻한 온기를 마시다 보면 다양하고 섬세한 감성이 떠오르고 사라진다. 함께 곁들이는 달콤한 다과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의 존재는 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나에게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차의 향기다. 따뜻한 풀 내음은 불안한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켜주고, 향긋한 꽃과 과일 향은 내려앉았던 기분도 새롭게 환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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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오랫동안 마셔온 전통 음료가 있지만 차는 사실 전 세계에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차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에서 시작되어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전파되어 동서양을 아우르는 문화가 되었으니 말이다.

 

차를 의미하는 단어는 각각의 언어에서 유사한 발음을 지니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육로, 특히 실크로드를 통해 퍼진 차는 차, 차이 등의 발음을 지녔다. 반대로 해상교역으로 전파된 차는 티, 테 등의 발음을 지녔는데 바다에 접한 푸젠성에서 쓰이는 중국어가 ‘테’발음과 유사하기 때문이라 전해진다. 그래서 유럽 국가에서는 티 혹은 테의 발음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전파되어 퍼져 나간 차는 더욱 다양한 종류를 지니게 되었다. 찻잎의 발효 방법과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유럽 쪽에서는 과일이나 꽃등을 블랜딩하여 또 다른 향을 추가한 가향차의 종류도 많아졌다.

 

‘차 향기’라고 했을 때 사람마다 상상하는 향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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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차의 향기를 간단히 설명하기란 매우 고민스러운 일인데, 매우 많은 화학물질들의 합이기 때문이다. 홍차 같은 경우에는 대략 400-500여 종의 향기 성분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중 어떤 특정 성분만 지녔다 하여 차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니며 모든 물질이 적당히 만나 우리가 생각하는 향이 되는 것이다.


차의 향을 만들 때 이 500여 가지의 향을 모두 넣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사용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홍차 계열의 향에는 장미의 구성요소이기도 한 제라니올(Geraniol)이 들어간다.

 

그에 더해 자스민의 구성요소인 시스 자스몬(cis-jasmone)과 헤디온(Hedione)도 자주 쓰인다. 차의 느낌을 가진 천연 향료들도 쓸 수 있다. 마테(mate)나 클라리 세이지(clary sage)같은 마른 풀 내음이 나는 향료가 대표적이다. 또 표현하길 원하는 특정 향이 있는 경우는 그에 맞는 향료를 쓴다.

 

얼그레이 홍차는 베르가못 향을 입힌 홍차이니 베르가못 오일을 추가한다. 얼그레이 홍차의 기원이라고 알려진 랍상소총 홍차는 강한 훈연향과 소나무 향이 강한 차이므로 자작나무 타르를 이용하여 향을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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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차의 향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일이다.

 

실제로 향수 이름이나 노트에 ‘tea’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예상한 차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명 ‘이미지 조향’을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시중에 나온 제품들을 보면 벚꽃 향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벚꽃은 이렇다 할 강한 향이 나지 않는다.

 

사실 벚꽃 향은 사람들이 느끼는 벚꽃의 이미지를 통해 조향을 하여 만드는 것이다. 차 향도 이런 경우가 꽤 있지만, 벚꽃과는 다르게 명확한 향이 있는 만큼 진짜 차향을 잘 표현해낸 향수들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차 향을 잘 묘사한 향수를 소개하려 하며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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