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쓰다 [사람]

글 입력 2023.02.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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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그리고 글을 쓰다.

 

자고로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말투부터 톤, 대화를 구성하는 단어까지 전부 그 사람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단서라며 말이다.

 

한때 진리로 받들고 살았던 문장이었다. 말하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말은 전염성이 강하다. 흔히 유행어가 사회를 휩쓸고 어떠한 공감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또한 전염성때문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은 특히 타인의 색에 물들기 쉬웠다. 우습게도 이러한 특성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라도 무의식중에 그에 대한 말을 하곤 한다. 요약하자면 누군가의 말이 전적으로 그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지 않는단 말이다.

 

반면에 글쓰기, 자신의 글을 쓴다는 건 굉장히 특이하다. 대개 말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 글이 된다고 하지만, 말과 글은 엄연히 다르다. 문어체나 구어체같은 형식상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본질이 다르단 소리다.

 

말에는 상황과 상대가 담기고 글에는 의도가 담긴다.

 

기록되지 않는 것들의 숙명같이, 말은 휘발되고 전염되며 가볍다. 애초부터 가벼운 자리에 커다란 의도나 자신이 담기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우리는 쉬이 꾸며낸 말을 하고 호응하며 비어있는 말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글쓰기는 상황과 상대가 지워진다. 그저 오롯이 어떤 의도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의도만 남을 뿐이다. 첫 문장을 쓸 때 품은 생각과 이를 표현하는 단어의 선택, 심지어는 글의 분량이나 마침표 마저 의도가 개입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이런 것들은 반복하다보면 하나의 형태로 자리잡혀 ‘문체‘라 부르는 것들이 탄생한다. 장기간에 걸쳐 의도를 녹여낸 것이니, 지문보다 문체가 정확하다는 말 또한 틀린 게 없을 것이다. 흔히 문체를 잘 읽는다는 사람들 또한, 단어 아래 깔린 의도를 읽어내는 데에 능한 사람일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행위는 자신의 의도를 잘 다듬어 드러내는 것과 같다. 의도를 갖는다는 것은 그 전에 생각하는 것이 선행되었다는 것. 고로 매일 한줄쓰기의 기적이나 기록이 갖는 힘은 글 그 자체에 있다기보단 그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한때 이 당연한 것조차 깨닫지 못한 적이 많았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말 그대로 풍부한 표현과 예쁘게 꾸며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었다. 좀 더 감각적인 문장, 그럴듯해보이는 단어, 어쩌면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 배치.글을 쓸 때 어감과 느낌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내용을 잇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당연한 말이었다. 경영학적 사고에서 바라보자면 판매할 물건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홍보 전단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과 같으니, 자연스레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직전의 나처럼 글쓰기가 버거워진 모든 이들에게,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 자체라 말해주고 싶다. 의도를 잘 표현할 문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그전에 내가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생각을 굳건히 보완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쓰기의 부담감과 힘겨움을 덜어줄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 될 것이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글쓰기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 모두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주제다.


 

[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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