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사랑을 회고하는 마음 - 허회경의 Memoirs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의 첫 번째 정규앨범 「Memoirs」
글 입력 2023.01.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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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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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낸다고 툭 하고 털어질 것이 아닐 걸 난 알았어요. 나는 사랑을 되뇌었고 기어코 사랑을 말합니다.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의 첫 번째 정규앨범명인 ‘Memoirs’는 ‘회고록’을 의미하는 단어다.

 

‘회고’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일을 일컫고, 비슷한 의미의 ‘회상’과는 동일하게 돌 회(回)를 쓰지만 각각 생각할 상(想)과 돌아볼 고(顧)를 쓴다는 점에서 회고는 돌이키는 행위를 통해 반성과 후회처럼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작은 차이가 생긴다.

 

즉 회고는 지나간 시절에 구태여 방문하여 여러 겹의 발자국을 남기는 과정과도 같다. 지구가 침식하고 퇴적을 반복하며 지층을 쌓아온 것처럼, 우리는 매번 달라지는 모양의 현재로 여러 겹의 기억을 만들며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간다.

 

작년 가을과 겨울 사이 발매된 허회경의 「Memoirs」는, 열 곡의 음악을 통해 삶에 기록된 사랑의 흔적을 밟으며 경험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노래한 앨범이다.

 

 

 

울퉁불퉁한 사람과 삶


 

사람에게 있어 균형이란, 이솝우화 속 여우와 포도의 관계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야기에서 배고픈 여우는 포도의 탐스러운 보랏빛에 포도를 따먹어보자는 마음을 품게 되는데, 포도는 너무 높은 곳에 달려있었고 여우는 갖은 방법으로 애쓰지만 끝내 따내지 못하게 된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갖춘 인간은 포도처럼, 완벽한 오각형을 상상할 때처럼, 갖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매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책을 읽고, 매일 일기를 쓰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으며 마음의 저울은 언제나 약간씩 기울어져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평생 몸과 마음의 수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때때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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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s」의 화자는 그러한 점에서 인간적이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3번 트랙 「오 사랑아」는 위태로운 사랑과 당신에게 조금만 더 버텨달라는 연약한 부탁으로 음악을 시작한다. 단정한 피아노 위에 ‘오 사랑아’하고 사랑을 부르는 허회경의 목소리가 겨울 바다 위를 가르는 새처럼 쓸쓸하고 가붓하게 얹어진다.

 

뒤로는 급하지 않게 악기들이 쌓이며 호흡을 함께하고, 가창 없이 채워지는 후반부의 연주는 마찬가지로 극적이기보다 곡선을 그리는 붓처럼 서정적으로 음악을 표현한다. 손가락 틈으로 계속해 빠져나가는 모래를 붙잡듯 가사는 애절하지만 음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초연하다.

 

2번 트랙 「결국 울었어요」의 화자는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처럼 모든 일의 끝에서 울고 만다. 다정함을 모질게 밀어내며, 파고드는 불행을 반기면서, 영원 같은 거짓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결국 울었다고 고백한다. 방어적이고 겁이 많으면서도 모든 순간에 울어버렸다고 고백하는 화자는 어린아이처럼 감정에 솔직하기도 한 사람이다.

 

열 개의 트랙을 들으며 인물이 사랑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 사랑아」에서 너무나도 쉽게 사랑에 뛰어드는 마음을 고백하는 화자는, 5번 트랙 「순진한 마음」에서 무엇 하나 얻는 것 없이 모든 걸 사랑하는 최선과 노력은 언제나 그만큼의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어지는 6번 트랙 「사랑 속엔 언제나」에서는 뾰족하고 삐뚤어진 마음과 슬픔을 그리고 부제인 ‘Our Forgiveness’처럼 용서에 대해 노래한 뒤 ‘이제 나는 뭔가 좀 알 것만 같’다고 담담히 털어놓는다.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첫 번째 트랙 「I Hope You’re Well」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당신이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소망으로 말의 첫 숨을 뱉는 것이다. 회고는 과거를 향해 서있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 또한 함께 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혹여 어떤 일을 돌이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도, 그러한 욕심의 끝에서는 끊어진 다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을 바라보듯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재로 또 한 번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는 쉼터가 될 수 있다. 흔들리는 현재와, 갈 곳 없는 미래에게 과거는 안전한 쉼터다.

 

 

 

 

「오 사랑아」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단편영화로 제작되었는데, 허회경은 직접 시나리오 기획에 참여하는 등 뮤직비디오 기획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2021년 싱글 「아무것도 상관없어」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김철수 씨 이야기」와 「그렇게 살아가는 것」 등의 몇 편의 싱글을 발매하며, 그간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싱어송라이터로서 고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풍성한 이야기 요소와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앞으로의 활동에도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순간들을 밟아 따라가는 일에서부터, 사랑으로 한 뼘씩 자라 만들어진 지금의 나에게 다다르게하는 허회경의 「Memoirs」를 거치며, 사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또 한 번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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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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