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전 기절이야 기절 [예능]

부캐는 왜 성공했을까?
글 입력 2023.01.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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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어떻게 하면 무료하게 보낼 수 있을지 탐구하게 되는 요즘이다. 요즘의 내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멀티 페르소나, 부캐이다. 내가 구독한 유튜브 채널들은 부캐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채널임을 며칠 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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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최애 부캐가 누구냐 묻는다면 ‘서준맘’이다. 희극인 박세미는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여성을 모방한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누군가를 재현하는 건 그 자체로 재밌다. 말 그대로 웃음이 나온다.


눈 여겨 볼만한 점은, 그의 모방에 비하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가끔 우린 시선이 쏠리는 특정인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감성 브이로그 유튜버들이나, 형광 바지를 입고 클러치 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이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줬든 안 줬든, 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타자화시키기 쉽고 눈에 조금 띄는 타인이라면, 일단 비웃고 보는 게 국민스포츠가 된 요즘이다.


하지만 서준맘 캐릭터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미시룩을 입고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비꼼이 아니다. 어디서 무조건 본 것만 같은 누구를 재현하지만, 그 원관념을 희화화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불편함이 피해 갈 수 없는 시대에 살며, 희극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불편하지 않은 개그는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유머를 찾는 건 쉬워 보이면서도, 상당히 까다롭다.

 

그 어려운 걸 해내서 재밌는 거다. 그걸 해낸다면 시청자들은 일명 '부캐 놀이'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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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맘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주목해 보자. 시청자들은 서준맘의 지인 마냥 뻔뻔하고 유머러스한 댓글을 달아 부캐 놀이를 계속한다. 이는 시청자들이 부캐를 받아들여 수용자가 되었다는 것인데, 배우 본체를 알면서도 속는척하는 수용자들의 유무는 꽤 유의미하다.


희극인으로서 얻는 가장 큰 쾌감인 웃음, 그리고 이를 유용한 목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수용자들이 부캐 유니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존재한다.


유튜브가 성행하며 프로슈머라는 단어도 자주 쓰이게 되지 않았는가? 누구나 쓰고 달 수 있는 댓글이 또 다른 밈(meme)이 되어 유행이 되기도 하고, 부캐 설정에도 영향을 준다. 수용자들조차 부캐의 가면을 써 유니버스를 이어가는 양상은 부캐의 성공 유무를 보여주기도 한다.

 

 

 

시청자들에게 부캐 놀이의 바통을 넘길 수 있던 비결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웃긴데, 불편하지 않으니까.

 

아무리 창의적인 부캐라도 비하의 의도가 보인다면 시청자들은 쉽게 수용자로 넘어가지 않는다. ‘내가 이걸 보고 웃어도 괜찮은 건가?’ 라고 거듭 검열한다. 성공한 부캐는 유행이 되고, 유행은 항상 모방하고픈 욕구를 건드린다. 누구나 정상인으로 비치고 싶은 요즘, 위험한 유머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건 본능에 가깝다.


물론 개그와 웃음을 표하는 데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내미는 건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개그와 유행 그리고 대중은 꽤 밀접한 관계에 있기에 혐오와 편견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누군간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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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맘이 연기하는 일명 ‘신도시 여성’은 어쩌면 놀림감의 대상이 되어도 그리 놀랍지 않을 대상이다. 특정할 수 있는 연령대와 약속한 듯 입는 미시룩,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 등 그들을 특정 잡을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가시적이라는 점에서.


하지만 서준맘으로부터 신도시 여성을 비웃기 위한 장치는 보기 힘들다. 그저 신도시에 사는 여느 평범한 여자의 삶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갖는 일상적인 고민과 루틴을 '신도시를 배경으로'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 매력적인 말투와 표정을 첨가하여, 새로운 부캐인 서준맘을 만든 것이다.

 

*


세상을 살며 과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며 사는 게 가능할까? 인간은 분명 입체적인데, 한결같음이 언제까지나 미덕으로 통용될 수 있을까? 학창 시절의 나를 생각해보면, 과외 선생님 앞에선 한없이 차분했지만 학교 선생님 앞에선 침을 튀기도록 말이 많은 학생이었다. 영어 학원에선 한없이 시니컬했고, 가족들 앞에선 한없이 애처럼 굴었다.


가시나무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가 이 때문일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부캐는 너무나 많다. 어쩌면 실패가 모욕이 되는 요즘, 부캐의 열풍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본캐가 실패해도 내가 애용하는 부캐는 따로 있으니, 일종의 위로가 되어 다가온 거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동일해야 한다고 한다. 또, 쏟아지는 멀티 페르소나들을 써가며 어떤 가면이 진정한 나인지 찾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위와 같은 말에 굳이?를 외칠 수 있었으면 한다.

 

부캐 속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타인의 영향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올곧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내쉴 필요 없다. 스스로에게 이기적으로 구는 건 무엇보다 건강한 거니까. 또 다른 내가, 현생으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는 피난처로 요긴하게 쓰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도 혼란스러울 필요 없다. 그것마저 나고, 나를 자유케 하는 나의 자아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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