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사람에서 저곳, 저 사람에게 간다 [영화]

짐 자무쉬 감독이 그린 삶과 관계에 대한 허무주의
글 입력 2023.01.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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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곳 이 사람에서, 저곳 저 사람에게 간다. 내가 알고 지낸 이들은 마치 방과도 같다.” 주인공 ‘알리’가 재즈에 맞춰 춤을 춘다. 그는 아무렇게나 튼 음악에 맞춰, 아무렇게나 춤을 춘다. 사람은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처럼 삶을 살아간다.

 

이때 주인공 ‘알리’ 혹은 어떤 이는 음악 한 소절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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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원한 휴가>는 <천국보다 낯선>, <패터슨>, <커피와 담배> 등 미국 인디 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의 첫 데뷔작이다. <천국보다 낯선>,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등. ‘아담 드라이버’가 ‘패터슨'의 버스 기사가 되기 전까지, 짐 자무쉬의 필름에는 언제나 유랑하는 이방인의 삶이 담겨 왔다.

 

영화 <영원한 휴가>는 그런 그의 메세지를 담은 첫 번째 영화이며, <영원한 휴가>의 주인공은 자무쉬 감독의 <천국 보다 낯선> 속 ‘존 루리’보다도 지독하게 삶을 유영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인공 ‘알리’에게 영원한 것은 오로지 ‘모든 것은 변하며 자신은 떠돌 뿐’이라는 진리 뿐이다.

 

그에겐 옷도, 차도, 집도, 가족도, 사람도 영원하지 않다. 언제나 잠시 머물고 떠나며,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이러한 영화 <영원한 휴가>에는 청년인 짐 자무쉬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아, 새로운 영화적 스타일을 도전했던, 당시 그의 열정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영화 <영원한 휴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거리를 걷는 장면이다. 영화에는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거리가 있다. 주인공 알리가 걷고 있는 이 한적한 거리에는 사람들과 자동차 클락션 소음 대신, 음울한 음악이 깔린다. 그 배경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들, 그리고 누군가의 낙서가 그려진 벽들이 있다.
 
주인공 알리는 이 거리를 걸으며 여러 장소를 오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그는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으며, 심지어 뉴욕으로까지 떠나게 된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가 느끼는 삶의 권태로움이 전해지는 것 같다.
 
알리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길에서 노래 부르는 여자, 전쟁 폐허에 사는 남자, 정신병원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 영화관 카운터 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불안을 겪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삶에 지루함, 허무함을 느끼는 듯 했다.
 
알리는 이들에게 먼저 대화를 걸지만, 이들은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알리의 말을 무시하며, 심지어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알리’와의 소통을 단절한다. 이 모습에서 누군가와의 소통이 불가하고, 공통점도 없으며, 함께 하지 못 했던, 고독함이 느껴지는데, 이는 젊은 ‘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권태로움 혹은 짐 자무쉬 감독이 (헐리웃에서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추구했기에) 느낀 고독함, 더 나아가서 모든 인간이 마음 속 깊게 갖고 있는 고독함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4:3의 좁은 화면비와 풀샷의 구성 또한,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답답함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이때 주인공 알리가 항구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러닝 타임 내에 처음으로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가 알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리처럼 이곳 저곳을 유영하는 이방인이었으며, 이제 막 뉴욕에 도착한 프랑스 청년이다.
 
이름도 무엇도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머물다가 떠나는, 이러한 헤어짐의 순간은 우리의 삶에서 반복되며, 이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후, 배를 타고 떠나는 알리가 자신은 ‘영원한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이라고 말한다.
 
영화 <영원한 휴가>는 짐 자무쉬 감독이 학생 시절 만든 영화기에, 여러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충분히 엿보이는 영화이다.
 
언제는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은 젊음을 떠올리게 하며, 당시 청년 감독이었던 자무쉬의 가치관과 여정이 떠오르게 된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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