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가린을 나의 우주로 만들어 지키다 [영화]

글 입력 2022.12.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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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에 위치한 가가린 시티에 살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주택단지를 철거하기로 결정됐고 주민 모두가 떠나는 상황이 된다. 유리도 떠나려고 했지만 가가린에 홀로 남아 지키기로 결정했다. 과연 어떻게 지켜 나가는지, 그 만의 방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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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살았던 인물들



유리는 가가린에 거주하면서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또한 엄마와 함께 사는 삶을 그려 나가고 싶었을 거다. 이러한 소망이 있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건물 곳곳을 수리하면서 다녔다.

 

가가린이 철거되기로 결정되자, 유리도 떠난다는 마음을 먹었고 데리러 온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갈 수 없다는 엄마의 쪽지를 보며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자신이 온전하게 머물 곳이 없기에 슬픔은 크게 다가왔다. 그리하여 가가린에 남아 우주선 배경으로 공간을 만든다. 자외선으로 채소와 식물들을 키우며, 식량도 우주에서 먹을 법한 음식을 가져와서 먹고 지낸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어준 다이애나를 좋아하게 되며 함께 가가린을 지켜내고 싶었을 것이다. 직접 만든 우주선 공간을 보며 공감하고 즐겨준 동반자가 있었기에 유리에게는 큰 힘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다이애나가 떠나게 되어 유리에게 슬픔이 다시 찾아왔다. 홀로 남았다는 사실에 상심에 빠졌지만, 가가린을 끝까지 지켜내려고 노력한다.

 

겨울이 되어 가가린에 큰 추위가 찾아왔다. 유리의 건강은 악화되었지만, 버티기 위해 노력했다. 철거를 위해 폭발물을 설치한 날, 주민들이 함께 해왔던 가가린과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모두 모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폭발하는 모습을 예상했지만, 유리가 선을 끊어 철거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가린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모두가 주목했다. 다이애나는 유리가 보낸 신호라는 걸 깨닫고, 안에 있던 유리를 구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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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는 미국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미국에 가면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는 믿고 있다며 유리에게 말한다. 많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고 동생들을 돌보아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기에 부담감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미국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집안의 주거공간이 불안정하게 되며, 모두가 급하게 떠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함께 있자는 유리의 손을 뿌리치며 다이애나는 가족들과 함께 떠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다시 가족의 굴레의 들어간 셈이다.


유리와 함께 있을 때, 다이애나는 자유분방하며 서로의 꿈을 듣고 존중해주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지속되지 못했다.

 

가가린이 철거되는 날, 다이애나는 이곳에 다시 돌아왔다. 우삼에게 유리의 안부를 물어봤지만 알 길이 없었다. 계속 가가린에 머물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든 다이애나는 다시 찾아갔지만, 제지 당할 뿐이었다.


철거되기 직전 유리가 가가린에서 보낸 불빛의 신호를 알아채고 구하러 다시 들어간다.

 

이들의 관계는 잠시 끊어졌을지 몰라도, 서로가 알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할 수 있었기에 유리가 가가린을 지켜내는 꿈을 모두가 볼 수 있었다.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이애나뿐이었기에 그날 자신의 신호를 보며 알아채 줄 것이라고 유리는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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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왜 우주선을 모방한 공간을 만들었을까?



집을 잃었고, 누구와 함께 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자신의 주거 공간이 더 이상 없다 생각했기에 방황했을 것이며 불안했던 마음을 잠재우고 싶었을 것이다. 

 

주거 공간은 편안함을 주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허름한 이 공간에서 불안감을 없애고 자신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우주의 모습을 재현했을 것이다.

 

특히 유리는 이곳에 거주하면서 우주 비행사라는 꿈을 키워왔다. 자신이 꿈을 꾸게 만들어준 특별한 곳이기에 자신만의 우주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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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담긴 가가린의 아름다움



감독이 담아낸 가가린 건물의 아름다움은 나를 사로잡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건축 미술작품 한 편을 감상하는 것만 같았다.


노후된 건물을 없애고 재개발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사는 시대에,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느꼈다. 가가린 건물을 보면 곳곳에 금이 가고 기계들도 낡아져 볼 품 없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 건물에 비친 햇살과 정교한 색감은 이곳에 담긴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건물 외부는 같아 보이겠지만, 내부를 보면 각자 다른 삶이 드러나 있다. 자신만의 취향과 인생이 담겨져 있는 각각의 사람들을 보며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만들어주는 큰 요소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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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막을 내리기 전, 주민들은 더 큰 곳으로 이사 왔고 방도 많지만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며 가가린이 아직도 떠오른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누구나 자신이 오랫동안 머문 공간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간직한 추억들은 오랫동안 마음을 간지럽힐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머문 공간이 없었다. 주거공간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으며 가가린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하며 공감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를 보며, 가가린 주거 단지는 낡았고 안전장치도 불안정한데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마음 편할 거라고 느꼈다. 하지만 떠나기 아쉬워하는 주민들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키는 유리를 보며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다. 

 

누군가는 그저 낡은 건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꿈을 만들게 해준 공간이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현재 또 다른 누군가의 우주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을지 모른다. 우리에게 주거공간은 어떤 의미이며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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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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