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순수한 사랑을 위하여, '뉴진스'의 'Ditto' [음악]

글 입력 2022.12.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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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걸그룹 뉴진스는 싱글 앨범 'OMG'의 수록곡 'Ditto'를 선발매하였다. 이전에 발매하였던 'Hype boy'과 'Attention'은 90년대 특유의 감성과 요즘 세대에 걸맞은 트렌디한 비트와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야말로 대히트였다.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가운데 선발매된 뉴진스의 'Ditto'는 발매와 동시에 음원 사이트 순위권을 석권하며 대세를 입증하였다.


선발매된 'Ditto'도 90년대 특유의 분위기와 레트로한 비트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 대중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노래를 찾게끔 만들었다. '뉴진스가 뉴진스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그들만의 특유의 정체성을 갖추어 나아가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90년대 겨울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끔 만든다. 캠코더로 찍어 조금은 깨지는 화질과 체육복과 교복을 맞춰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풋풋한 냄새가 몽실거리는 그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뉴진스와 함께하는 첫 겨울은 그렇게 뉴트로하면서 간질거리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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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wJeans 공식홈페이지)

 

 

발매 이전부터 뉴진스의 팬덤인 '버니즈'를 위한 팬송임을 밝힌 민희진 대표의 말대로 이번 노래의 가사는 사랑스러운 고백의 설렘과 간질거림을 가득 담고 있었다. 레트로, 하이틴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뉴진스의 콘셉트답게 이번 선공개 뮤직비디오 또한 카세트 테이프의 앞면과 뒷면처럼 side A와 side B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되었다.

 

 

# Music Video

 


 

이번 뮤직비디오는 뉴진스 5명의 멤버들과 새로운 여학생 '희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멤버들과 희수의 즐거운 학교생활, 그러다가 희수에게 찾아온 첫사랑과 같은 남학생, 텅 빈 복도와 설원에 있는 사슴, 희수와 사슴의 눈동자, 눈을 떠보니 사라진 멤버들과 허상이라는 존재... 이 모든 걸 글로 쓴다면 도통 무슨 소리인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가 가수와 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팬송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어렵기만 했던 뮤직비디오 내용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희수는 주로 멤버들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고, 멤버들은 춤을 추고 있다. 이 모습을 보았을 때 캠코더를 든 희수는 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춤을 추는 멤버들은 가수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함께 비를 맞으며 고난을 이겨내기도 한다. 팬은 가수를 좋아하면서 때로는 그들과 아주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으로 또는 영상으로 매 분, 매 초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있어도 마음속에 항상 좋아하는 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 것이며 매일을 새로운 기분으로 눈뜰 것이다.

 

그러다가 팬 앞에 한 남학생이 나타난다. 이 남학생은 취업, 입시, 결혼 등과 같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실적인 한계나 다른 취미, 다른 가수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팬 앞에 나타난 현실로 인해 팬은 자연스럽게 좋아했던 가수를 잊고 살기도 하고 관심이 다른 곳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더 이상 '비'라는 고난을 함께 이겨내지도 않고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눈 뜨면 사라지는 허상이 되는 것이다.


뮤직비디오에서 희수는 꿈에서 설원 위 사슴과 오랫동안 눈을 마주친다.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둘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꿈에서 깬다. 꿈에서 깬 희수 옆에는 함께 잠들었던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후 자신이 없어도 잘 살아가는 멤버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비가 와도 함께 비를 맞지 않으며, 결국 희수는 두 존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였던 캠코더를 던져 부숴버린다.

 

희수와 남학생은 같이 길을 걸어가고, 이어서 복도 너머로 사라지는 사슴의 모습이 나온다. 사슴이 사라지는 이 장면이 잔상처럼 오랫동안 나의 기억에 머물렀다. 아마 내가 학창 시절 아이돌을 좋아하며 느꼈던 감정과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놓으면 놓아질 관계라는 것이 실감 났을 때부터 슬금슬금 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나의 시간을 챙기기 시작했다. 현실(남학생)을 택하며 가수를 좋아하면서 왜인지 모르게 느꼈던 외로움(사슴)을 잊었고, 더 이상 그들을 찾지 않게 되었다. 마치 희수가 캠코더를 버린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오랜만에 예전에 찍었던 캠코더를 재생시켜 보았다. 시간 속에 묻어둔 캠코더를 보며 뒤늦게 깨닫게 되겠지, 그들이 보고 있던 건 그저 캠코더가 아닌 나의 두 눈이었다는 것을. 결국 가수가 팬을 바라보는 눈동자도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side B 뮤직비디오 마지막에는 캠코더 재생과 동시에 멤버들이 문을 열며 들어오고 다시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들이 사라짐에도 여전히 남아있던 새끼손가락의 매니큐어처럼 그들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추억 속에서 여전히, 그때 그 나이와 분위기, 공기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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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wJeans 공식홈페이지)

 

 

노래 또는 영상을 보며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듯한 느낌을 느낀 적이 있는가? 한때 열렬히 어떠한 가수를 응원해 본 입장으로서 아직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중학교 때의 내가 생각난다. 점심시간 학교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음악에 내 가수의 음악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등교하자마자 방송국에 신청곡을 넣었고, 신곡이 나오면 밤을 새워서 뮤직비디오와 노래를 듣곤 했다.

 

음악방송을 가기 위해 종이 치자마자 친구와 복도를 달리며 버스를 탔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모인 커다란 콘서트에서는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가수를 좋아한 시간은 흔히 말하는 '덕질'을 한 시간이 아니었다. 나의 학창 시절 그 자체였다. 그들의 노래를 통해 나의 10대를 떠올린다. 친구와 함께 간 콘서트, 춤을 추던 복도, 학교가 울려라 들리는 음악소리, 낯선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부르던 노래...


시간이 흘러 내가 성장하고 내가 좋아했던 가수 또한 그때의 입지가 아닐지라도 그 시절 속 우리의 추억과 우리의 음악은 영원히 울려 퍼지리라는 건 어떤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진스의 신곡은 나에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팬과 가수의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도 하나 없이 팬은 그저 그 가수를 '응원한다'라는 마음 하나로 열렬히 바라보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한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의 존재는 팬이 가수를 향한 사랑이 아닐까?


바랄 게 없던 그 마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 음악을 들으며 다시금 떠올려본다.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그때의 나의 사랑을 말이다. 나의 말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

 

빛이 바랜 사진처럼 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너무 오래되어 희미해졌지만 위태롭고도 아련했던 나의 사춘기, 우리의 연대기를 오랜만에 다시 재생해 보아야겠다. 'Ditto'

 

 

[안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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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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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 이 해석이 가장 와닿고 정확한 해석같아요.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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