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존재함으로써 저항하는 인물의 삶을 그린 작품을 통해 동시대 창작진의 의무를 다할 수 있기를 - 창작스튜디오 하마 김정현, 조수현

글 입력 2022.1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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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스올라스>, <콤플리체>를 제작한 창작스튜디오 하마의 공동대표 김정현과 조수현을 만났다. 이들은 ‘고이지 않고 흐르는 삶’, ‘저항과 실존’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동시대의 이야기를 작품화하고 있다. 뮤지컬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시켜 문화향유층 간의 저변을 확대하여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마_같이_수정.png

김정현, 조수현

 

 

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정현 | 안녕하세요. 작가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현입니다. 

 

조수현 | 안녕하세요. 뮤지컬 및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곡가 겸 음악감독 조수현입니다. 

 

 

2. ‘하마’라는 이름의 뜻과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정현 | ‘하마’는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에요. 저랑 작곡가님이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 사실 저희가 공연에 있어서 권태기가 왔었어요. 그런데 창작스튜디오 하마를 결성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작품을 해보자’라는 마음을 갖게 되어서 ‘하마’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조수현 | ‘하마’를 생각하면 동물 ‘하마’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사실 하마가 순해 보이지만, 동물 세계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에요. 창작스튜디오 ‘하마’가 동물 하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용하지만 강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도 들어가 있습니다. (웃음) 저희는 기존의 뮤지컬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볼 뿐 아니라, 예술 장르로서의 뮤지컬을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거든요.

 

 

포스터 종합.png

 뮤지컬 콤플리체, 라스올라스 ©창작스튜디오 하마

 

 

3. 뮤지컬 <라스올라스>와 <콤플리체> 모두 독특한 소재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서 이 두 작품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정현 | 소재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그렇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항상 세상의 일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려고 노력하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두는 편인데요. 외부의 이야기들을 제가 가지고 있던 화두나 저의 가치관, 흥미 등과 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라스올라스> 같은 경우는 작곡가님이 버지니아 울프(영국의 소설가 겸 비평가)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그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의 화두인 ‘고이지 않고 흐르는 삶’, ‘무풍지대’, ‘가짜 평화’라는 키워드와 절묘하게 겹치는 부분을 발견해서 여기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콤플리체>에서 다루고 있는 ‘차우셰스쿠와 잊혀진 아이들’은 제가 정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역사적 사건이었어요. 이렇게 아직은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소재를 외부에서 찾거나 발견하기보다는 이걸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수현 | 4~5년 전쯤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버지니아는 강가에서 자살했는데 그가 죽음을 선택했던 방식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버지니아는 강가에 있던 돌들을 양쪽 주머니에 가득 넣고 물속으로 들어갔거든요. 죽어서도 자신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길 바랐던 거죠. 그래서 이 부분에 중심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버지니아 울프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을 만들고 싶진 않았거든요. 작가님하고 이야기하면서 울프가 했던 말 중 “나는 뿌리내렸지만 흐른다”가 작가님의 화두인 ‘무풍지대’와 연결된 것을 발견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작업을 하나를 끝내놓고 다음 작품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시간 차는 있지만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라스올라스>를 쓰고 있을 때 <콤플리체>를 구상하기 시작했거든요. 저희 둘이 공유하는 아이디어 노트가 있는데 거기에 소재와 이야기를 생각날 때마다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어요. 뒤에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현재 개발 중인 뮤지컬 <옥랑>은 <라스올라스>를 쓰기 전부터 여성국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미 그때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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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정현

 

 

4. 뮤지컬 <라스올라스>와 <콤플리체>를 통해서 각각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요?

 

김정현 | <라스올라스>와 <콤플리체> 모두 저희의 출사표에 가까운 작품인 것 같아요. <라스올라스>는 고이지 않고 흐르는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콤플리체>를 통해서는 세상 어딘가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존재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동시대 창작진으로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잊혀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함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5. 두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김정현 | <라스올라스>는 무력감에 빠진 중년여성 레이첼이 무풍지대를 나와 폭풍우를 뚫는 여정을 통해, 치열하게 불의에 맞섰던 과거의 자신을 긍정하고 다음 세대에게 저항의 정신을 전달하는 이야기. <콤플리체>는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일어났던 반인륜적 비극을 기억의 뒤편에 묻어둔 채 살아온 주인공 사샤가 그 비극으로부터 파생된 다른 희생자들을 마주하고 연대하는 이야기입니다.

 

 

6. 뮤지컬 <콤플리체>에는 피터 팬 모티프가 등장하는데요. 이 모티프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정현 | ‘잊혀진 아이들’과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라는 키워드가 바로 피터 팬을 떠올리게 했어요. 그래서 피터 팬 원전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요. 밝은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더라고요. 피터 팬이 왜 네버랜드에 영원히 남게 되었는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우연히 미아가 돼서 네버랜드에 오게 된 피터 팬은 시간이 흘러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해요. 그런데 부모님이 자신을 잊어버리고 새로 태어난 동생과 행복하게 살고있는 거예요. 그래서 피터 팬은 네버랜드로 돌아와서 그 이후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이렇게 바깥세상에 있는 우리가 네버랜드의 아이들을 기억하지 않으면, 그들이 상처를 딛고 세상으로 나왔을 때 다시 네버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콤플리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피터 팬 모티프를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요청 최종수정본.png

작곡가 조수현

 

 

7. 뮤지컬 <라스올라스>와 <콤플리체>, 두 작품의 넘버에서 강조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조수현 | 두 작품 모두 각각 음악 장르의 특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흉내 내는 음악이 아닌 저만의 어법이 담긴 음악이요. 그래서 무릇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진행이 나오기도 하죠. (웃음) 그래도 그 안에서 뮤지컬 음악의 장르와 대중성은 잃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라스올라스>의 경우 쿠바가 배경이라 라틴 밴드에서 활동 중이신 분이 드럼을 연주하며 아프로-쿠반 리듬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냈어요. <콤플리체>는 동유럽이 배경이라 동유럽의 색채가 느껴질 수 있도록 편곡했습니다. 두 작품이 다른 배경을 가졌기에 다른 음악 장르를 통해 각 작품이 완벽하게 분리되길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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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튜디오 하마 유튜브 페이지

 

 

8. 뮤지컬 <콤플리체> 앞에는 ‘다형식’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뮤지컬 씨어터필름(‘연극’이라는 공연의 특성을 ‘영상’이라는 매체와 결합한 양식), 오디오 뮤지컬 드라마, 온라인 전시 도슨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의 작품을 공개하고 있으신데요. 이전에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정현 | 저희 자체가 뮤지컬로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는 원래 영화랑 방송 쪽에서 미술 일을 했었어요. 공연이 가장 좋아서 이 작업을 하고 있고, 종종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덕분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새로운 방식으로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씨어터필름 같은 경우에도 영상작업에 익숙한 저한테는 엄청나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어요.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사업을 준비하며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서 제가 좋아하는 공연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저희만의 씨어터필름 형식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조수현 | 하나의 소스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파생될 수 있다는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요즘 뮤지컬의 콘텐츠화라고 해야 할까요. 뮤지컬에 웹툰,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유입되면서 멀티유즈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뮤지컬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 그것도 멀티유즈인 거죠. 그래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다가 온라인 전시를 통해서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클래식 음악회를 통해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반대로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전시나 클래식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요. 예술 문화 향유층 안에서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9. 씨어터필름은 뮤지컬 영화와도 다르고, 온라인 중계와도 다른데요. 이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정현 |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영화와 씨어터 필름의 차이점은 사실적인 공간이 아니라, 무대를 옮겨놓은 듯한 스튜디오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는 거예요. 무대 위에서는 공간의 이동이 시적인 만큼, 씨어터필름에서 이 부분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제가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연극적 허용이라고 말하는 부분들, 사실적이지 않지만, 공연이기 때문에 용납되는 문법들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씨어터필름에서 영상이지만 이런 특징들을 살려서 저와 같은 이유로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기존의 사실적인 장소를 이용한 뮤지컬 영화나 웹 뮤지컬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촬영도 한 공간 안에 이미 세팅을 다 해두고 이동하면서 진행했고, 판타지성이 가미된 공간 연출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수현 | 영화 같은 경우 컷 별로 잘라서 촬영하는데, 씨어터필름은 롱테이크로 촬영해요. 이를 위해서 무대 위 동선을 그대로 구현했죠. 그런데 롱테이크 촬영을 하다 보니 중간에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촬영을 시작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들과 촬영팀, 현장 스태프 모두가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10. 이렇게 하나의 작품을 다형식으로 변주하고 있으신데요. 지금까지 작업하시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형식이 있을까요?

 

조수현 | 저희가 이것저것 많이 했지만, 막상 본 공연을 못 했어요. 한 번도 무대 위에서 동선이 있는 뮤지컬 공연을 못 했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는 다음 단계로 본 공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11. 지난번에 공개된 뮤지컬 <콤플리체> 씨어터 필름을 보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두 가지 있었는데요. 형사 역을 이예은 배우가 아닌, 이지수 배우가 맡은 것,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노래가 어둡고 진지하기보다는 다소 밝고 경쾌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연출하신 의도가 있을까요?

 

조수현 | 보통 ‘이지수 배우’ 하면, 가녀린 여자주인공의 느낌을 많이 떠올리실 거 같아요. 하지만, 반대로 이런 역할을 해도 굉장히 소화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을 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음악 같은 경우는 소재 자체는 무겁지만, 판타지성을 가미한 만큼 확 틀어서 갔어요. 극이 무거운데 음악도 같이 무거우면 이 극의 무게가 끝도 없을 것 같았거든요. 사실 저희가 전하려고 하는 것이 사건의 무거움이 아니라, 이런 사건이 있었음을 다 같이 기억하자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오히려 무거운 이야기에 다소 밝은 음악 간의 간극으로 인해서 관객들이 예상 밖의 것을 마주하면서 ‘왜?’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돼요. 물론 이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저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죠. 다만, 저와 작가님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 취향이 맞아서 계속 같이 작품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김정현 | 저 같은 경우는 극이 무겁다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죽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모든 소재가 대상화되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을 다룰 때 불쌍함, 불행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그들의 삶을 섣부르게 단정시키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신경 썼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극에서 “사람들은 동화를 좋아하니깐”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공연은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있어야 잠들지 않고, 잠들지 않아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이지수 배우의 사샤 같은 경우는 우스갯소리로 “나는 캐스팅 전공이야”라고 하고 다니는데, 개인적으로 캐릭터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할 때 그 자체로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밝은 사람이 쓸쓸한 역할을 할 때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같은 거요. 관객들은 이 간극 사이에서 이유를 생각하게 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고, 이것이 몰입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요소로 작동하기도 해요. 

 

 

12.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옥랑>을 개발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이야기이고, 어떤 점에 집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국극 중에서 ‘여성국극’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정현 | 뮤지컬 <옥랑>은 여성국극을 그만두고 혼성극단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배우가 시간이 지나서 노인이 된 현재, 허물어져 가는 여성국극 극장을 사들이면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처음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여성국극이라는 장르를 접한 뒤로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이 소재에 관심이 있었어요. 여성국극의 경우 뮤지컬의 시초가 되는 장르이기도 하고, 여성국극이 가지고 있는 동시에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특징인 마이너리티(minority)와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워요. 이 부분이 저의 오랜 화두인 ‘존재함으로써 저항하기’, 즉 살아있음 자체로서 저항이 되는 것과 상통한다고 봤습니다. 

 

조수현 | <라스올라스>와 <콤플리체>와 더불어 <옥랑> 모두 ‘동시대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 마음이 동했어요. ‘차우셰스쿠와 잊혀진 아이들’의 피해자들이 심지어 저와 동갑인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멀지 않은 또래들의 이야기인 거죠. 이 또래들의 이야기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전하는 것이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옥랑> 같은 경우에도 실제 여성국극을 하신 분들이 아직 살아계시고, 현재 뮤지컬에서 여성국극의 요소들을 꽤 찾아볼 수 있어요.

 

김정현 | ‘옥랑’에서 ‘랑’이라는 글자가 굉장히 재미있는데, 여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남성을 의미하기도 해요. 영어에서 ‘man’이 인간과 남성 모두를 뜻하는 것처럼요. 제목처럼 저희가 이 작품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경계선을 흐리게 하는 작업이에요. 이게 모든 것에 적용되는데요. ‘뮤지컬은 이런 거야’라고 규정하지 않고, 장르적 구분을 넘어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고, 이에 워크숍에서 안무가와 함께 작업을 해서 진행했었어요. 

 

조수현 | 예전에 버지니아 울프와 관련된 논문을 읽을 때, 남성성을 가진 여성과 여성성을 가진 남성이 가장 조화로운 인간의 형태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글자 ‘랑’에 대해 작가님께 설명을 들었을 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하나로 생각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앞서 <라스올라스>에서 등장하는 ‘올랜도’라는 캐릭터가 여성의 모습과 남성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때 여성과 남성은 사회가 규정해 버린 어떤 것이었던 것처럼 젠더의 규정성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희가 여성국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왔지만, 서양음악의 뮤지컬과 동양음악의 여성국극으로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화성같이 서양의 것을 가져다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는 게 이 작품에서 제가 작곡가로서 가지고 있는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3.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김정현조수현 | 일단 <라스올라스>를 무대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스케일이 작지 않은 만큼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수정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본 공연으로서 관객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라스올라스>는 멈춰 있지 않습니다. 극장에서 <라스올라스>로 관객 여러분을 만날 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겠습니다!

 

*

  

창작스튜디오 하마의 작업은 유튜브 ‘창작스튜디오 하마’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창작진이 특별히 지난번 공개되었던 낭독뮤지컬 <라스올라스>와 씨어터필름 <콤플리체>를 12월 25일 ~ 12월 27일까지 다시 한번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동시대의 창작진으로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세상에 만연한 구분 짓기를 흐리게 하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작품을 하루빨리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프레스 김소정 명함.jp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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