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사랑의 감성과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영화, 20세기 소녀 [영화]

글 입력 2022.11.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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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특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등인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캐릭터도 한몫했지만 드라마 내의 래트로한 분위기와 모습이 잘 표현됐기 때문이다. 삐삐, 다마고치, 카세트테이프, 공중전화박스…

 

지금은 없어졌으나 당시 애틋했던 물건들이 화면 속에 소환돼 과거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들.

 

 

 

당신이 지켜보던 짝남, 썸남

티 없이 순수하고 맑았던 때가 있었다


 

'20세기 소녀'는 친구 연두가 심장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다녀올 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백현진이라는 남학생의 큐피드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라는 연두의 짝사랑 현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로 한다. 이를 위해 보라가 선택한 방법은 현진의 친구 운호와 친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현진과 운호의 이름표가 바뀌었었고, 연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현진이 아닌 풍운호라는 것이 밝혀진다. 열일곱 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질풍노도의 시기. 여자아이들은 사랑보다는 우정을 중요시할 때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양자택일의 관점은 아니지만 사춘기와 함께 미성숙한 사랑을 하며 방황을 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흔들리는 보라(김유정)의 모습에 충분히 공감이 됐다. 그 시절 나도 그랬기에.


보라와 연두는 이름부터 색깔을 지칭하는데, 두 색은 보색이다. 서로 정 반대에 위치해 있다. 실제로 두 캐릭터는 성격도 성향도 다르다. 그러나 보색은 적절하게 이웃하여 놓으면 선명하게 보이거나 또렷하게 보인다. 그래서 친구라는 설정을 은연중에 넣은 것일 수도 있겠다.


20세기 소녀는 서사의 흐름, 빈틈, 부족한 부분을 찾기보다는 어린 시절 나를 오버랩 시키는 영화다.

 

 

 

기다림 속 엇갈림, 미장센

아날로그가 주는 풋풋함


 

연두는 현진이 방송반에 지원할 거란 사실을 알고 함께 오디션을 본다. 그러나 현진은 기권해버리고 연두는 방송반에 합격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진의 친구 풍운호가 방송반에 합격해 그를 통해 현진의 정보를 캐낼 수 있어 안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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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손 편지를 주고받고 삐삐를 통해 숫자로 마음을 표현했던 그 시절 답신을 받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했다.

 

지금이야 상대방 위치를 찾는 앱, 인스타 DM, 카카오톡 등 메신저가 참 많이도 나왔다. 1999년 세기말 그때는 어땠을까. 어린 시절의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 시절은 많이 불안했지만 곧 희망적인 일들이 생기리라는 믿음으로 가득 찬 시기였다.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허무와 좌절의 시기였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며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종말론이 소문처럼 아이들 사이에서도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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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로 영화 속 분위기와 영화를 둘러싼 분위기, 색감,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표정, 옛날 비디오방, 작은 미장센 하나하나는 스무 살의 감성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분명 오글거리고 비주얼과 느낌만 살린 영화 뻔하고 작위적이라 평도 있다.

 

영화가 무조건 다 좋다고 할 수 없기에. 그러나 분위기 자체도 하나의 장치다.

 

하나의 요소를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도 매력이다. 첫사랑 영화이기에 더 그렇다. 우리가 우리 나미의 빙글빙글, 소방차 노래를 틀으며 세기말 감성을 따라 하며 연기했듯이. MZ 세대 또한 배경, 소품, 의상을 통해 그 시절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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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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