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랑이라는 만능안경을 끼고 : 윤하 'Parade' [음악]

글 입력 2022.11.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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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말로 시작해보겠다.

 

"색안경을 끼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색안경은 나쁜 것일까?

 

색안경을 끼지 말아야 할까?

 

*

 

물론, 색안경을 낀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편견, 혹은 선입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세상의 색을 바꾸어주는 '색안경'이라면?

 

어떤 때에는 좋아하는 이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분홍빛으로 밝히는 색안경이, 어떤 때에는 청량한 바다를 더욱 푸르게 보여주는 색안경이 있다면?

 

색안경을 썼다 벗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다 다채롭고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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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랑이라는 색안경이 있다. 어쩌면 색안경보다도 '만능안경'에 가깝겠다. 회색빛 내 일상에 분홍색 필터를 끼얹고, 내가 좋아하는 대상 주변은 블러 처리를 해주고,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카메라 어플 필터를 걸어주는 그런 안경.

 

그런 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은 매일이 축제다. 일상을 색다르고,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나를 들뜨게 만든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윤하의 노래에 에디터의 색안경을 씌워 보고자 한다. 가사를 곱씹고 느낌에 빠져들 예정이다. 내 세상을 바꾸어주는 '사랑'이라는 마법에, 잠시 빠져 보자.

 

먼저 음악과 함께 글을 읽은 후에 뮤직비디오를 본다면 두 가지 시선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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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틀자마자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어딘가 먹먹한 소리의 도입부는 기압차가 나는 하늘 높은 곳을 연상시키고, 둥둥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는 이제 설레기 시작한 심장의 두근거림과 같다. 이어지는 베이스 기타의 소리는 이 구름 가득한 하늘 한 가운데에서 모험을 위해 출항하려는 고동소리와 같이 느껴진다.

 

진짜 놀란 게 뭔지 아니

알람이 다정한 거 설레는 거

유난히 무겁던 눈꺼풀이

번쩍 떠지는 거 가벼운 거 

 

사랑을 하고 일상이 새롭게 느껴진다. 단잠을 깨우던 지긋지긋한 알람이 다정하게 느껴지고, 꿈보다 달콤한 현실에 설렘을 느낀다. 기다려지는 하루가 있기에 평소에는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기만 하던 눈꺼풀도 번쩍 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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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전부 다 낯선 이 기분

침대와 벽지 창밖도 다

어딘가 멀리 난 떠나온 기분

딱 그 느낌이야 

 

분명 똑같은 장소지만 어딘가 들뜬 마음이기에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진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끝을 마무리하는 가장 일상적인 요소, 침대와 벽지, 그리고 창밖이 새롭다. 내 일상의 공간이 아주 멀리 떨어진 여행지처럼, 두근거림을 주는 공간으로 바뀌어버렸다.

 

네가 내게 온 그 날 후로

부쩍 친절한 이 도시가

날 반겨주는 걸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도시는 네가 내게 온 그 날 후로 친절해졌다. 사람들도 나를 반겨준다. 아마 지금 사랑에 빠진 '나'에게는 타성에 젖은 계산원의 인사말이 상냥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무표정한 동료의 입꼬리 끝에서 미소를 찾아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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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참 걷고 싶은 날이야

다 손을 흔들며

  

기분이 좋아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날이기에 걷고 싶기도 하다. 그냥 걷는다는 건 누군가에겐 어쩌면 시간을 버리는 일.

 

하지만 길을 걷다 우연히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마주할 것도 같다. 그리고 내 주변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는 지금, 찬찬히 걸으며 내가 걷는 길 주변의 모든 요소를 뜯어보고 싶다.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졸졸 흐르는 강물도 내게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것 같다.

 

이런 모든 게 없더라도 걷고 싶다. 그냥 지금 무얼해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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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맞이한 기분

주인공 같은 이런 착각도 뭐 한번쯤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눈을 뜬 느낌이기도,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깨어난 것도 같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고 착각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은 이 착각이 주는 달콤함 속에서 허우적 댈 예정이다. 뭐 어때,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눈에 보이는 거 귀에 들리는 거

전부 아름다워 지금

다 이게 단 한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알람이 다정하게 느껴지고 도시가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의 연장선으로, 모든 게 아름답다. 평소에는 상처받을 직장 상사의 꾸짖음도 따뜻한 위로로 들리고 어쩌면 요란하게 울리는 클락션 소리 마저도 내 행복을 축하해주는 팡파레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지루한 일상이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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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한 순간

나를 낯선 곳에 데려와, Parade

  

사랑과 여행, 그리고 축제의 공통점은 바로 비일상성을 띈다는 점이다. 똑같던 나날들을 다르게 만들어준다는 것. 낯설게 보게 만든다는 것. 그러니 사랑이라는 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은 매일이 특별한 축제일 수밖에.

 

*

 

이 곡에서 윤하의 목소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록 기반의 목소리와 달리 훨씬 가벼워진 질감으로 어딘가 들뜬 기분을 극대화시킨다. 특히나 '네가 내게 온 그날 후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라는 구절은 한 글자 한 글자 호흡을 길게 늘어뜨려 가사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듣는 이도 사랑에 빠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리고 3절 후렴에서의 Parade라는 단어의 등장은, 말그대로 '축제'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브릿지에서 '사랑이란 한 순간 나를 낯선 곳에 데려와', 라는 익숙한 가사가 반복되고 청자는 당연히 익숙한 박자에 Parade라는 단어가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아주 잠깐의 정적 후, 예상치 못한 박자에 Parade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팡파레가 터지는 느낌을 구현해 정말 축제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왠지 기분이 들뜬다. 나 또한 사랑에 빠진 기분이 되어 내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된다. 마치 만능안경을 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종종 산책할 때, 길을 걸을 때 이 곡을 듣는다. 그리고 어딘가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구름의 모양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괜히 내 곁에서 머리를 휘날리는 바람에 집중해본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아, 내 일상은 언제나 아름다웠구나를 새삼스레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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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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