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스러웠던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었을까? [사람]

자기 나이처럼 행동하는 법을 깨달았다.
글 입력 2022.10.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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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어릴 때 '어른스럽다.'는 말이 좋았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아 칭찬 같았다. 그래서 계속 듣고 싶었다. 얌전하고 착하게. 그렇게 살았다. 착한 모범생.

 

그렇게 어릴 때부터 주욱 혼자 속으로만 '대학만 들어가 봐! 내가 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할 거야!''라고 이를 갈던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릴 때처럼 멋지고 어른스러운 현명한 사람이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어른스럽다'는 그냥 '손 안 가고 편한 알아서 하는 애'를 돌려 말한 것 같다.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허락되는 일들이 있지 않는가.


 

항상 멋진 어른스러운 사람! 빨리 어른이 되자! 했지만 다 크고나서 생각해보면 어른스럽게 보이려 했던 행동들을 굳이 그랬어야 했나 싶다.

 

점잖은 척 얌전 빼다보면 할 수 있는게 아무래도 적었다. 해가 질 때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논다느니 학교가는 길에 슬 빠져 다른길로 간다느니 하는 일이 없었다. 학교에서도 벌점을 피하기 위해 교칙을 지키려 항상 노력했다. 말도 항상 예쁘게 해야했고 어른들이 시키는 건 거의 따르도록 노력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어도 참았다. 내 것을 항상 양보하거나 의견을 내기보다는 대의를 따랐다.

 

그러다 보니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지 헷갈렸다. 내가 이렇게 얌전한 사람이었나 그렇다고 하기엔 나도 이 상황이 좀 답답했다. 나를 오래 봤던 친구들은 말 잘 듣고 얌전하던 나를 떠올리면 그때가 참 대단해보였다고 했다. 자기라면 갑갑해서 못했을텐데 버티고 있다고 말이다.

 

그걸 듣고 무언가 깨달은 기분이었다. 나 자신도 느끼고 있고 누군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조금은 바꿔보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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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커서 아이가 되고 싶다.


 

어른이 되고부터 어릴 적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대학 새내기가 되고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했다. 평일에 늦잠을 자기도 하고 날이 좋으면 강의실을 쓱 빠져나와 출석만 하고 빠져 나오거나 아예 자체 휴강을 하기도 했다. 어릴 적 포기했던 미술을 독학했다. 사고 싶었던 물건들도 직접 아르바이트를 뛰어 돈을 모아 샀다. 눈치 보여서 사지 못했던 장난감이나 굿즈, 만화책 등.

 

대학 새내기라서 그랬을까. 학교에 들어가니 다들 나보다 어른이었고 집에서도 막내가 아니다 보니 왠지 응석을 부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남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 의견을 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당당히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싫은 것도 조금씩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머리가 좀 컸다고 하기 싫은 일은 꼼수를 부리러나 딴지와 농담을 걸며 쓱 빠져나가기도 했다. 악동 같지만 즐거웠다. 자유로웠다. 이게 진정한 내가 아닐까 싶었다. 그동안 남들이 만든 '나'라는 사람에 맞추려고 너무 노력했던 것은 아닐까.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내 안의 어린이가 이제야 일어나는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커서 아이가 되고 싶다. 아이러니 같지만, 사람은 항상 아이러니 같은 세상 속에서 사니 괜찮지 않을까.

 

 

 

피터 팬이 되자.


 

악동같이 시간을 보냈더니 이제는 주위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만이 남았다. 이전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이제 다시 어른이 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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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친구들을 보면 그들에게 더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스스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이전처럼 남의 시선에 의해 어른이 되고자 했지만, 전자는 그들의 말에 따라 나를 어른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스스로가 나 자신을 통제하고 어른처럼 보이게 행동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피터 팬이 되고 싶다. 동화 속 피터 팬은 영원한 아이였지만 그래도 네버랜드로 들어온 웬디와 동생들 그리고 다른 주민들을 지켜 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내가 만나는 아직은 어린 친구들이 일찍 어른이 되지 않게, 나와 함께 할 때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악동 같아도 그 나이대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지 않도록 천진난만하게 그들의 시간이 동심을 지킬 수 있도록. 그 나이대의 모습으로 현재를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현실은 동화가 아니고 나도 피터 팬이 아니니 나도 서서히 어른이 되겠지. 

아직은 내가 완전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조금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른이 되고 싶다.

아직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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