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ystem] 인간의 물성 : 변하지 않음. - 디어 마이 라이카

글 입력 2022.10.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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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어 마이 라이카>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sf 장르 인기에 누리호 발사가 맞물리면서 ‘우주’는 금세기 인간에게 최고의 도화지가 되었다. 가 본 사람은 있으나, 많지 않고, 우주에 대해 알고 있으나,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그 사실만으로 우주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주의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인 인간이 거대한 미지의 공간을 채워넣을 방법은 오로지 상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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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 엇갈리는 시간, 우주를 떠도는 인간.


<디어 마이 라이카>는 위와 같은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는 sf 뮤지컬로, <태양의 후예>, <닥터 이방인> 등을 탄생시킨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1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공모전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3년만에 공연 부분에서 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낸 작품이다. 더욱이 ‘과학융합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 한국창의재단에서 과학적 요소 고증에 대한 부분을 지원받아 몰입을 높였다.

 

기억을 잃은 우주비행사 ‘라이카’, 그와 함께 우주선에 올라탄 신경학 전문의 출신의 우주비행사 ‘K박사’, 라이카를 만나기 위해 우주비행사가 된 ‘벨카’가 극을 이끈다.


 

라이카, 꿈을 꾼다.

어떤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고, 

무엇인가 상실했다는 느낌에 눈물만 흐른다.


꿈에서 깬 라이카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K박사에 의해 자신이 우주비행사이며 동면 상태로

지구와 닮은 별 야사B행성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드디어 도착한 야사B행성.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인류의 흔적이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온 거지?

 

- <디어 마이 라이카> 시놉시스

 


동면 상태에서 깬 라이카는 아무런 기억이 없는, ‘무’의 상태의 자신을 혼란스러워한다. 함께 우주선에 있던 박사는 차차 기억을 되찾을 거라고 그를 안심시킨다. 박사 말대로, 라이카는 차차 기억을 되찾아가는데, 그것은 동면 이전의 삶에 대한 기억이 아닌 기계 조작, 우주선의 특정 영역에 대한 정보들과 같은 지식 영역의 기억이었다.

 

박사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며, 그들의 미션은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는 것이며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벨카는 여섯 살 생일날, 사랑하는 아버지가 우주에서 행방불명이 되었고,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소식을 듣는다. 벨카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고, 결국 아버지와 같은 우주선 엔지니어가 된다. 나아가 우주에서 엄청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미션 스페셜리스트’라는 요직을 맡게 된다.

 

아버지 라이카가 우주로 떠난 뒤, 지구의 인간들은 우주 시공간을 여행할 수 있는 왜곡된 영역, ‘웜홀’을 발견한다. 벨카는 이 웜홀을 이용해 우주 공간을 여행하게 된다. 그의 미션은 멸망해가는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는 것. 아버지의 미션과 동일하다.

 

벨카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아버지 라이카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탐사 행성에 우주 정거장을 설치한다. 라이카는 웜홀의 존재를 모르니 분명 저보다 늘 한 발짝씩 늦게 행성에 도달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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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라이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멜로디가 계속 신경 쓰인다. 그는 우주로 떠날 당시,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챙겼던 오로라 펜던트를 보며 기억을 더듬고, 결국 예전 기억을 찾게 된다. 그 기억은 우주선에 올라타 발사되던 순간.

 

모든 사람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지만, 자기 아내와 아들 벨카, 단 두 명은 우주선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 기억을 떠올린 라이카는 지구로 돌아가려 하지만, 어림도 없이 먼 도착예정일에 망연자실한다.


분노에 찬 라이카에게 K박사는 사실을 고한다. 자신은 동면 실험을 진행 중인 의사이자 과학자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아닌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고.


기억을 되찾자마자 힘든 것을 보면 박사의 실험이 실패한 것이라고 라이카는 말하지만, 박사는 라이카가 동면에 깨자마자 되찾은 기억이 가족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단순히 뇌에 입력된 '기억'이라고 일갈한다.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꺼낸 것은 감정이 아니라 단순 지식이라는 것.

 

박사가 이토록 감정이 아닌 지식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박사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K박사를 기피했다. 박사는 감정조차도 지식의 영역으로 다가갔다. ‘웃을 때 짓는 표정의 기준’ 등과 같이 데이터로 수치화하여 입력값을 보였던 것이다.

 

감정이 결여된 자신을 ‘인간’으로서 취급하지 않는 지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박사는 감정이 없는 인간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때 함께 우주 탐사선에 오른 것이 바로 라이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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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는 박사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며 분노하지만, 이내 호기심 때문에 누구도 아닌 본인의 선택으로 우주선에 올라탄 것을 인정한다. 시간을 되돌려 돌아간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며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마주한다.

 

박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질소, 산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슬픔, 기쁨, 절망, 그리움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인간의 존재는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박사는 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게 됐을까.

 

필자는 박사가 어느 순간 자신도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었음을 인지했으리라 생각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당했던 박사는 지구를 떠났다. 만약 정말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는 인간이었다면, 지구를 떠났을까.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렴 상관없었을 텐데 말이다.

 

‘난 이 땅에 내 자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을 봤다’는 박사의 대사도 그가 소외의 감정을 마주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소외감도 결국 감정의 한 부분이니까.

 

인간의 물성은 변하지 않는다. 되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고, 온도만 다를 뿐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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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라이카>를 감상하며 줄거리와 대사가 가진 힘을 절실히 느꼈다. 줄거리 적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는 편임에도 불구, 자세히 풀어쓸 수밖에 없었던 매력적인 작품이다. 무대 소품과 연출, 의상이 빈약하여 공연의 몰입을 방해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작은 무대가 어둡고 광활한 우주의 공간으로 변모하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성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시간과 공간을 이기는 것들의 가치에 대한 <디어 마이 라이카>.

 

변하지 않는 것을 마주하고 싶은 당신께 추천한다.

 

 

 

컬처리스트 명함.jpeg

 

 

[권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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