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영화]

낭창해지는 파아란 영화
글 입력 2022.10.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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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1년에 2~3편 겨우 보는 정도? 그 2~3편 마저도 누군가에게 이끌려서 보는, 자주 보는 공연과는 다르게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다지 없는 사람이다. (요즘에는 보는 눈을 넓히려는 차원에서 꾸역꾸역 ott에 올라오는 것들을 한 개 두 개 보기 시작한 참이다.)


그 이유는 당사자인 나도 잘 모르겠지만, 공연과 다르게 영화는 '찰나의 순간'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현장감과 일회성에서 빛이 나는 공연과는 다르게 언제 어디서나 재관람이 가능한 영화는 나에게 충분한 감동을 주기 부족하다.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작품이든 지나칠 정도로 '가볍게' 보고 지나치게 되어 작품에 대한 벅참과 감동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라고 질문한다면 재빠르게 답할 수 있는 영화가 하나 있다. 처음 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아 그리 인상 깊게 본 영화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계속해서 그 영화를 종종 틀어 두는 것으로 보아 나도 모르게 나에게 스며든 영화인가 싶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 영화와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스며든 영화.


다 자라지 않았을 때 본 영화라서 그런지 영화의 스토리도 배우들도 음악도 연출도,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파아란 영화

보면 기분 낭창해지는 영화

 

나에게 단지 그런 영화였다. 그런데 최근 수사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었던 그 영화에 작은 이성의 틈이 생겼다. 내 의지로 인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그 영화에 대해  찾아볼 만한, 생각해 볼 만한 것들에 대해 나열해 보고 있는 중이다.

 

 

 

Mamma 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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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ABBA

 

 

<맘마미아>는 스웨덴의 전설적인 가수 'ABBA'의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ABBA의 3번째 앨범 에 수록된 곡인, 'Mamma Mia'에서 차용된 것이다. (맘마 미아는 감탄사이자, 이탈리아에서는 좋을 때, 괴로울 때, 놀랄 때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출처)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며 1999년 영국 런던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 초연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전 세계의 음반 시장을 석권했다. 지금 봐도 세련된 스토리와 귀에 맴도는 넘버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쉽게 말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신화를 이룬 셈이다.


참 고맙게도 이와 같은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었다. 영화 <맘마 미아!>는 당시 뮤지컬의 대본을 담당했던 캐서린 존슨(Catherine Johnson)이 시나리오를 담당하며 뮤지컬에 버금가는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더욱이 메릴 스트립, 아만다 사이프리드,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의 스타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껏 받았다. 


당시 뮤지컬 원작의 존재와 함께, 많은 관심 속에서 만들어져야만 하는 영화였던 만큼 출연 배우들의 부담은 상당했다고 한다. 주크박스 뮤지컬로 더없는 흥행을 이룬 작품이다 보니 '원작에 비한' 평가를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2달간의 합숙을 통해 노래와 춤을 어색함 없이 해내고자 했고 ABBA의 멤버인 베니 앤더슨 (Benny Andersson), 비요른 울바에우스 (Bjorn Ulvaeus) 또한  배우의 특성에 맞게 노래의 리듬과 화음 등을 맞춰주며 함께 영화 <맘마 미아!>에 대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맘마 미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ABBA의 노래와 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춤과 음악이었기에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할리우드 스타들의 출연이니 어쩌면 관객들은 그 이상의 만족감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작품에 대한 그들의 노력과 애정 덕분에 영화 <맘마 미아!>는 미국, 영국, 호주에서 역대 뮤지컬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도 2004년 초연으로 시작된 뮤지컬 <맘마 미아! (2004)>의 흥행으로 영화 <맘마 미아! (2008)>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 한국에서는 2008년 9월 3일에 개봉하여 추석 연휴를 포함해 457만 명을 기록하였으며 9월 개봉 및 추석 시즌 최고 흥행 외화라는 타이틀을 2017년까지 무려 9년간 가지고 있다가 킹스맨 2에 내주었다거 한다. (출처- 나무위키_맘마 미아!)




진국의 스토리


 

노래와 춤은 물론 배우, 배경과 의상 등 시청각적으로 다방면에서 꽤 괜찮은 것들의 조화로 이루어진 맘마미아의 대단한 흥행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엔 이러한 시청각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사로잡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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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으면서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 런웨이를 걷는 듯한 당당한 걸음걸이, 그에 맞춰 펄럭이는 옷자락과 그 뒤로 펼쳐진 반짝이는 바다. 정말 귀와 눈이 절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의 향연이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항상 모든 것에서 그렇듯) 이러한 향연에 묻혀 상대적으로 '세기를 넘나드는 스토리'는 빛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뮤지컬이 영화화가 된다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은 아니지만 20여 년 동안의 지속적인 화제성을 갖은 작품은 매우 드물다. 그것도 20세기와 21세기, 무려 2세기 동안 말이다. 나는 <맘마 미아!>의 세기를 넘나드는 스토리에 조금 더 집중을 해보고자 한다.

 

 

 

1. Donna & Sophie


 

소피는 영화 초반에 자신의 아빠라고 생각되는 3명의 인물에게 자신의 결혼 초대장을 보낸다.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평생 묵혀왔던 숙원을 해결하고 싶다는 듯이 대담한 행동을 실행한 것이다. 아빠 없이 도나(엄마) 품 안에서 남부러울 것없이 살아온 것만 같았던 그녀는 아무래도 '딸과 엄마'로만 이루어진 이러한 가족 형태에 완전함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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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같이 있는 사람들과의 신뢰와 사랑에 충분히 만족하는 현실적인 그녀의 예비 신랑인 스카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피는 자신의 막연한 공허함을 채우고자 한다.

 

하지만 초반의 이러한 간절함이 민망해질 정도로 소피는 그 공허함의 존재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게 된다. 바로 그녀 자신한테서 말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도나와의 사랑과 유대감을 확인하고 가족의 본질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공허함은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더 이상 허상이 아닌 현실을 쫓고자 한다.

 

이 늦은 깨달음으로  영화의 마지막에 소피는 그토록 바라던 '진짜' 아빠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굳이 잡지 않고 흘려보낸다. (소피의 수긍 덕분에 이 영화는 누가 진짜 아빠인 지를 가리는 싸움으로 끝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내내 아빠를 찾고자 여기저기서 유난을 떨었던 소피의 의외의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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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함께 손잡고 들어가줄 수 있는 아빠를 찾아 평생을 부재했던 그 자리를 채우고 싶었던 소피의 바람은 도나와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덮여졌으며, 어찌할 줄 몰랐던 소피의 막연한 공허함은 자신의 자아로 채우고자 했다.


두 모녀간의 사랑과 신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애정이 그 자리를 메운 것이다.

 

 

 

2. 다이나모스


 

'다이나모스'는 극 중, 도나와 도나 친구들(로지와 알리)의 그룹 명으로 낮에는 자고 밤에는 파티를 여는 삶을 함께 살아온 그녀들의 오랜 우정을 인증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들의 우정 덕분에 <맘마 미아!>의 스토리가 한층 더 밀도있어졌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그동안 비춰졌던 여자들의 우정과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영화나 드라마들은 보면 남자들의 우정은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해서라고 꼭 지키는, 끈끈함으로 무장된 의리있는 관계로 그려졌던 반면 여자들의 우정은 의리보다는 질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앞에서만 친구 뒤에서는 원수의 관계로 많이 그려졌다. 그야말로 여자들의 우정을 얄팍하기 그지없는 허영투성이의 우정으로 그려낸 것이었다.

 

하지만 다이나모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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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먼 외딴섬에 사는 도나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오는 것은 물론, 울고 있는 도나를 온몸 바쳐 위로해 주기도 하며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함께 돌아보며 자격지심과 질투를 뒤로하고 현실적인 고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맘마 미아!>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특별한 것을 해줬기 때문에 다이나모스의 우정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그들의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것이다. 미디어에서 여자들의 우정을 한 번도 그렇게 담백하고 소박하게 그려진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나는 <맘마 미아!>를 본 평범한 여성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이들의 관계로 나와 친구들의 단단한 우정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우리의 우정이 드디어 미디어를 통해 입증된 느낌이 들었달까.


이렇듯 <맘마 미아!>는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적으로 보여준다.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 고뇌했을 법한 연인, 가족, 친구, 자신이 중심이 되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다.


무려 2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공감력을 관통하여, 주크박스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에서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스토리로 '주크박스 뮤지컬 & 뮤지컬 영화'의 바이블로써의 자격을 또 한번 입증해낸 것이다!


 

 

그냥, 젖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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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그것에 대한 관심의 밀도까지 함께 높은 건 아니다. 그냥 작업할 때 정적은 싫고 생각없이 무엇인가를 보고싶을 때 틀어놓고 노래도 가끔 따라 부르며 작업으로 뻑뻑해진 눈을 환기 시킬 용도 즈음으로 이용한 영화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마치 징크스(?)처럼 이제는 없으면 작업이 답답하게만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하루동안 작업에 들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져가고 있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렇게까지 의지하게 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중독성이 당황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이 젖어듦은 한동안은 마르지 않을 것 같다.


촉촉이든 축축이든 변덕스런 내게 최대한 오래 존재감 있게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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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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