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글 입력 2022.09.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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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전시회에 가는 건 아니지만, 여력이 된다면 전시나 미술관의 도록을 구매한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난 날은 해당 그림의 엽서나 포스터를 장만한다. 어쩌다 하나씩 사온 포스터는 여럿인데 걸어둘 곳이 없어 둘둘 말린 채 지관에 들어있는 것들이 여럿 있다.


뭘 그리 사오냐는 핀잔도 듣고 펼쳐 보지도 않을텐데 포스터나 엽서를 사는 것은 낭비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캐리어에 대각선으로 들어간 지관을 보면 확실히 부피가 크긴 하다. 그럼에도 지관을 지키려고 수건을 둘러서 짐을 싸는 이유는, 다른 예쁜 굿즈보다도 엽서와 포스터에 끌리는 이유는 단순했다. 작품을 집에 들일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비슷한 것을 집에 가져오고 싶었다. 영상으로도 소리로도 남길 수 없는 이 감정을 미술관 밖에서도 느끼고 싶었다.


이런 욕심이 아직 남아있었던 것일까.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의 소개를 보고 언젠가는 마음에 와닿는 것들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입문자를 위한 아트 컬렉팅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다.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_표지이미지.jpg



예술 작품을 모으는 컬렉터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금전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투자형, 집 안을 꾸미기 위해 작품을 구매하는 장식형, 예술 작품을 즐기는 애호가형. 어느 한 가지 유형에만 속하는 컬렉터는 없으며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가격을 무시할 수 없고, 모으는 사람의 안목도 중요하고, 이것을 배치할 공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애호가의 마음일 것이다.

 

 

미술이 아무리 돈이 된다고 생각해도 미술을 믿지 않는 사람은 미술에 돈을 쓰지 않는다. 미술품은 정말 미술의 힘과 가치를 믿는 사람만이 기꺼이 살 수 있다.

 

(44쪽)

 


컬렉팅은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들이고 적어도 몇 년을 함께하겠다는 다짐에서 시작한다. 언젠가 처리할 재산이라 생각하는 순간부터 작품을 보면 팔아치워야 할 짐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그렇다면 작품이 놓여 있는 공간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물론 추측이다.


많은 취미가 그렇지만 컬렉팅 역시 삶을 바꾸는 취미이다. 소비의 기준이 달라지고 새로운 소식을 팔로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람들이 삶에 찾아온다. 작가가 말한 '미술과 함께 함으로써 삶이 나아진다고 믿음(52쪽)'은 좋아하는 것을 동력으로 삶을 일구어나가게 된다는 이야기면서 동시에 미술이 가져올 변화를 반겨주길 바라는 마음일 듯하다.

 

이 모든 변화가 찾아온 삶이 즐겁게 여겨질 때 컬렉팅이 평생의 취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책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쉽고 간결하게'인 것 같다. 문장과 구성 모두에 적용되는 말이다.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초심자가 궁금할 법한 내용은 도표와 그래픽을 사용해 보기 좋게 정리하고 있다. 해당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어 내용이 궁금해질 때 확인하려고 한다.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도 있다. 예산에 관한 내용이 아마 새로운 취미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갖는 부분일 것이다. 새로운 취미가 잘 맞는다는 확신이 없을 때 큰 돈을 지불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무난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금액을 알고 시작 여부를 결정하고 싶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본인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라고 이야기한다. 컬렉팅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비용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모으며 나만의 안목을 키워가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며 컬렉팅에 사용할 예산과 모으고 싶은 작품의 방향을 조정해갈 수 있다.


아무래도 처음 시작할 때는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읽는 동안 컬렉션을 꾸리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좋은' '멋진'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책에서 계속 조언하듯이 그런 부담감이나 욕심은 컬렉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일 뿐이다.

 

좋아하는 것을 모은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스타트를 끊어야 다음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초보를 위한 여러 팁이 있는데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작품을 봤을 때 난감한 기분이 든다면, 되려 그 작품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반면 도대체 무슨 느낌인지 아리송하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을 작품일수록 새로운 미학일 때가 많다.'

 

(223쪽)

 

 

컬렉팅 생초보로서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첫눈에 반한 작품을 좋아하는 작품으로 생각할 것 같다.

 

예쁘고, 멋지다. 이런 생각을 느끼는 작품들이 자신의 취향으로 느껴지고 그것을 모으게 될 것 같다. 그런 생초보에게 '아리송한 작품에 주목하라'는 조언은 의외였다. 작품을 보고 '좋은' 기분을 느끼지 못했는데 좋아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처음엔 취향으로 시작하지만 컬렉팅은 점차 안목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안목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취향 수집을 넘어 수집가의 단게에 이르려면 취향을 넘는 수집이 필요해보였다. 취향을 넘어 보기 전에 살짝 떠밀어주는 조언이 있다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술관에 가서 도대체 알 수 없는 작품 앞에서 오래 보고, 친구와 이야기해보고, 마음대로 지어낸 작품의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미학적으로도 새로운 것이 가치롭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자꾸 생각나고 궁금해지는 작품을 곁에 두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판단이 서지 않고 볼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작품을 만난다면 낯선 세계로 나가 볼 타이밍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벽 한 켠에 다섯 개 가량의 포스터를 기분에 따라 큐레이팅하는 수준이다. 큐레이팅이라고 했지만 붙였다가 떼는 것뿐이다. 대단한 컬렉션을 모으겠다는 욕심은 없고 앞으로도 생기지 않겠지만, 미래의 내가 어떤 것들을 애호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을 본 덕분인가 분명 언젠가 컬렉팅의 세상에 빠져들 것 같다. 그때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선물해주는 작품들을 만나고 있기를 소망해본다.

 

 

 

컬쳐리스트.jpg

 

 

[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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