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 예술이 된 화가, 이중섭 [전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글 입력 2022.09.1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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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_이중섭》  포스터 01.jpg


이중섭은 대표적인 한국의 서양 화가로써 '소'라는 모티프를 이용해 자신의 굴곡 많은 생애와 시대의 아픔을 분출해 낸 국민 화가다.

 

특유의 거칠고 힘 있는 터치로 인상적인 화풍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작품에 담아낼 땐 누구보다 따뜻하고 환상적인 화풍을 보여준다.

 

내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화가 이중섭의 다채로운 작품세계뿐만 아니라 예술가 이중섭과 인간 이중섭의 면면을 고루 반영하여 보여주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4월,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에게 기증받은 이중섭의 작품 9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기 소장품 10여 점을 모아 구성됐으며 일본 유학 시기부터 원산에 머무를 당시인 1940년대 그리고 제주도, 통영, 서울, 대구에서 활동했던 1950년대로 나뉘어 소개된다.

 

 

[꾸미기]닭과 병아리, 1950년대 전반, 종이에 유채, 30.5×51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jpg


 

소의 말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새와 닭, 소, 그리고 가족과 아이들은 이중섭 작품의 중심이 되는 주제였다. 두 마리의 닭을 부부로 의인화하거나 새와 인간을 같은 크기로 두어 가족 구성원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작품을 위해 닭을 직접 기르면서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표현해 낸 이중섭의 집요함과 섬세함은 그의 대표작인 '소'를 작업할 때도 계속되어 하루 종일 소를 관찰하며 연필 소묘를 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꾸미기]〈가족을 그리는 화가〉, 1950년대 전반, 은지에 새김, 유채, 15.2×8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JPG


 

관람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담배를 포장하는 작은 알루미늄 속지에 작업한 은지화인데, 누군가에겐 그냥 버려지는 한낱 작은 은박지일지라도 이중섭에게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재료가 되어 주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반짝이는 은박지에 마치 상감기법(금속이나 도자기, 목재 따위의 표면에 여러 가지 무늬를 새겨서 그 속에 같은 모양의 금, 은, 보석, 뼈, 자개 따위를 박아 넣는 공예 기법)을 연상케 하는 윤곽선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쏟아내게 만든다. 이중섭 특유의 집요함과 섬세함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때로 그 선들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중섭이 숨겨놓은 디테일들을 놓치기가 쉬우니 작품을 관람하기 전 조금 더 호흡을 가다듬고 공들여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꾸미기][꾸미기]〈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1950년대 전반, 종이에 펜, 유채, 32.8×20.3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JPG [꾸미기][꾸미기]〈부인에게 보낸 편지〉, 1954, 종이에 잉크, 색연필, 26.5×2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JPG

 

 

화공 이중섭은 반드시 가장 사랑하는 현처 남덕 씨를 행복한 천사로 하여

나는 우리 가족과 선량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진실로 새로운 표현을,

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오.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사실 내가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건 지금껏 이야기해 온 섬세함도 집요함도 아니었다. 바로 따뜻함과 애틋함이었다.


그가 아이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아이들 모두가 서로를 의지한 채 맞닿아 있거나 실로 연결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 안에서 느껴지는 끈끈함과 유대감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중섭의 따뜻한 시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1952년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 이름, 이남덕)와 자신의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멀리 있는 그들에게 이중섭이 적어 보낸 수많은 편지 속에는 그가 자주 그리던 닭과 새, 물고기와 게,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한껏 묻어나며 다시 가족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이 엿보인다.


이렇듯 이중섭의 작품은 강렬함과 따뜻함을 오가는 매력이 있다. 비록 평탄하지 않았던 삶이었지만 절망스러운 시대와 현실은 강렬한 선과 터치로,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이중섭의 다양한 매력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되길 소망한다.

 

 

 

컬처리스트_서은해.jpg

 

 

[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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