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블로 피카소 - 재현의 거부, 회화적 기호의 탄생 [미술]

종합적 입체주의
글 입력 2022.08.30 17: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피카소의 종이 콜라주와 함께 회화가 도상(icon)에서 상징적 의미(symbolic)로 전환이 일어나면서 ‘종합적 입체주의’가 탄생했다.

 

종이 콜라주는 이질적인 사물의 단순 투입과 다른 것으로, 이전의 피카소가 분석적 입체주의에서 시도했던 공간 배치의 동시성을 실제 사물을 활용하여 캔버스의 재료적 물질성과 함께 평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다니엘-헨리 칸바일러(Daniel-Henry Kahnweiler)가 말했던 입체주의의 융합이 질료적으로 캔버스 표면에 겹쳐지며 화면의 깊이는 종이 사이의 거리가 되었다. 이때 조각난 종이는 지시 대상과 전혀 닮지 않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되며 도상은 파괴되고 기호학적 의미가 살아난다.


기호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기호학에서 의미란 도상적인 이미지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가 기호를 해석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언어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과”라는 단어는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과 실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즉,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표상에 매개된 것을 떠올릴 뿐이라는 것이다.

 

피카소는 이러한 기호의 자의성을 통해 시각적으로 자의적인 조건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때 피카소 작품의 이미지는 무엇이라고 봐야할까?

 

 

violin-1.jpg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바이올린 Violin>, 1912, 62x46cm.

 

 

신문 조각을 퍼즐조각처럼 잘라내어 콜라주한 <바이올린>은 재현으로부터 멀어진 형상이다. 그럼에도 관찰자는 피카소가 캔버스 안에 의도로 만든 체계의 규칙을 찾아 ‘바이올린’이라는 사물을 알아볼 수 있다.

 

바이올린의 대표적인 특징인 소용돌이 모양의 머리(scroll)와 F구멍(F-hole), 줄감개를 유추할 수 있으며, 신문의 빛바랜 표면을 보고 니스칠 한 바이올린 표면을 떠올릴 수 있다. 더불어 신문의 잘려진 부분과 잘린 부분을 통해 바이올린 옆면의 굴곡진 형태를 연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각각의 회화적 기호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지시체를 찾고자 하는” 관찰자의 시선이 과연 피카소의 부정적 대조의 역할을 하는 작품에 대한 해석으로 적합한 것일까?


피카소의 적극적인 옹호자였던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시 <넥타이와 시계>는 실제 사물의 모습과 유사한 활자의 배열을 보여준다. 언어 그 자체가 지시체가 되어 대상과 의미, 기호가 이중적인 도상으로 상징화된다. 이는 도상적 재현을 피하며 상징에 변형을 주었던 피카소의 의도와 다른 것이다. 앞서 피카소의 기호를 보고 도상적 의미를 찾으려 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피카소는 관계로써 정의되는 계열체를 콜라주의 대체와 조합으로 언어적 기호에서 시각적 기호로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 때문에 오른쪽 상단에 치우쳐 있는 신문 조각은 신문의 연장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형태(바이올린의 형상과의 관계에서 배경에 해당하는 기호 구성)가 된다.

 

이렇듯 기호 자체에 대한 구조언어학적 정의에 따라 기능하게 된 <바이올린>의 이미지는 대상이 아니라 기호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피카소의 분석적 입체주의 작품 이미지는 회화적 기호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카소의 회화적 기호에 대한 언어적 기호인 <바이올린>이란 제목에 매몰되어 기표와 기의의 인과적 관계를 찾으려는 시도는 관습적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카소 작품을 어떻게 봐야할까? 기호학적으로 분석해보았을 때 피카소의 콜라주는 “지시체의 불확정성”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의견에 따라 기호 그 자체, 작품 속 형식적인 요소들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미술적 맥락이 부재한 상태에서 과연 미술사에서 해석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적합한 방법인지 확신할 수 없다.

 

 

[문지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