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망없어 보이는 꿈에 대처하는 법

희망은 희망하는 것을 대체할 수 있다.
글 입력 2022.08.2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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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망없는 꿈.jpg


 

모든 꿈이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다. 꿈꿔서는 안 될 일은 없겠지만 정말 꿈꾸는 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다는 걸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시작도 하기 전에 ‘난 안 돼’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현실적인 조건들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다른 선택들로 인해 잠시 마음을 접어야 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직업일수도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거나 그리워하는 마음일수도 있고 꿈꾸고 바라는 이상일수도 있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꿈 하나쯤은 품고 살 텐데 그 마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최근에 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몇 가지 있어 고민이 많아졌다. 마음을 한 번 주면 포기가 잘 안 되는 성격이라 이럴 때마다 마음고생이 많아진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도 보고 이래저래 생각도 해봤는데 답이 잘 안 나온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공유해주시면 더 즐거울 것 같다.

 

 

 

가망없어 보이는 꿈에 대처하는 법



노력하다보면, 운이 좋으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에서 ‘가망없어 보이는 꿈’이라고 언급한 만큼 어떤 경우에는 노력하는 것 자체가 바보같아 보이기도 한다. 너무 뜬구름잡는 소리 같으니 예를 하나 들어볼까. 요즘 새로 나온 그룹 뉴진스(NewJeans)의 Attention과 Cookie를 듣다보니 나도 아이돌이 하고 싶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돌이 되려면 필요한게 많다. 우선 춤과 노래를 기본은 해야겠지. 지금부터라도 학원을 다니고, 몸도 좋아야할테니 헬스장도 좀 더 열심히 다니고 패션이나 얼굴을 가꾸는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나름의 준비를 하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혹시 소속사 관계자가 길거리 캐스팅을 할 수도 있으니 업계 사람들이 자주 다닐만한 곳을 기웃거리고... 그런데 이미 25살인 나는 돋보이는 외모를 가진것도 아닌데 실력도 능력도 없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이건 뭐 노력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무슨 노력을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장난같은 예시일 수 있지만 어떤 꿈들은 주위에서 보기에 꿈꾸는 것조차 장난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꿈들은 노력이 필요하겠고, 노력으로 이룰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가난이나 질병으로 죽어가는 일 없는 세상도, 장애와 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도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돌이 되는 것만큼이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노력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 노력의 방향성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그런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 시원한 답은 아니다. 너무 정석적이기도 하고 이것만으론 좀 답답하달까.


그럼 이런건 어떨까,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다. 가망없어 보이는 일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하면 나쁘게 들리겠지만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최선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삶이 뭐가 그리 나쁘다고. 사실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

 

게다가 포기라고해서 절대 쉽지는 않다. 포기에도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사람이 무언가를 포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삼켜야 하는데. 차라리 쉽게 포기라도 되면 다행이지. 어떤 마음들은 쉽게 포기조차 되지 않고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하여간 포기도 쉬운 길인것만은 아니다.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고 포기도 쉽지 않다면 비슷한 꿈을 찾는 방법도 있다. 아이돌이 되기에 늦었다면 취미로 인디밴드를 하거나 보컬 트레이너로써 꿈을 펼칠 수도 있고, 아예 음악에 재능이 없다면 엔터테인먼트 계열 회사에서 사람들이 재능을 꽃피우도록 기획하고 보조하는 일을 할수도 있다. 이것도 나쁘지 않은 삶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부유하며 이런 답이 정말 충분한가 생각한다. 한 달을 넘게 고민해도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가 과거의 내가 밑줄쳤던 문장에서 또 하나의 답을 찾았다. 이 역시 누군가에게는 뜬구름처럼 느껴질 것이고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조금 위로가 된다.


황현산 선생님의 책 [사소한 부탁]에서 찾은 대목이다.



영화에서 나탈리는 이 구절을 해설한다. “쥘리는 지난날의 정염, 생프뢰와 못 이룬 정염을 회상한다. 그와 함께 할 행복을 희망하다가 희망 그 자체로 행복해진다. 꿈을 현실로 대체함으로써 만족할 수 있으니까.” 나탈리는 상상력의 권능을 말한다. “상상력은 순전히 정신적인 쾌락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보충해줄 수 있다.” ...중략... 희망이 희망하는 것을 대신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철학 교사인 나탈리는 아마도 10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아니었더라면, 이를테면 같은 주제로 책을 쓰고 있었더라면, 이런 말로 설명을 끝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희망으로 희망하는 것을 대체한다는 생각은 진보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미래 세계를 환상으로라도 본다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그 세상을 마음속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진보주의를 삶의 방식으로만 말한다면 불행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기다. 한 사람의 진보주의자가 미래의 삶을 선취하며 이 세상에 벌써 행복하게 살지 않는다면 그는 그 미래의 삶에 대한 확신과 그 미래 세계의 건설 동력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여기서의 진보주의를 단순히 정치적 이념으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적어도 그것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모든 경우를 염두에 두고싶다.  희망이 희망하는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꿈꿀수 있는 당위성과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 희망하고 꿈꿈으로써 그 삶을 선취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 삶은 목표에 다가가는 힘겨운 과정이 될 수는 있어도 좌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꿈꾸는 그 삶을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에만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되게 한다.


최근에 현실적이고 냉소적이 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주변인들에게 희망고문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자꾸만 달콤한 말로 희망고문하지 말라고 혹은 너 지금 희망고문 당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희망은 정말 고문인가?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희망이 막연한 기대를 넘어 책의 표현대로 “아직 오지 않은 그 세상을 마음속에서 사는”행위라면 그것은 고문이 아니다. 와야만 하는, 반드시 오게 될 미래의 더 나은 세계의 모습을 먼저 알고 미리 살고 있을 뿐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꿈꾸는 삶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꿈꿔도 마땅한 그런 삶이라면 희망은 우리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오늘의 나를 그 미래에서 살게 하니까 말이다. 눈앞의 현실이 녹록치 않고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나무의 나이테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한 해에 한 줄씩 조용히 쌓여가는 것처럼 오늘 나도 내가 하루도 희망하는 그 삶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을테니까.


희망이 희망하는 것을 대체할 수 있다. 곱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문장이다.

 

우리는 그 희망 아래에서 노력할수도, 다른 길을 찾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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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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