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물 위, 서른 아래 [사람]

그냥 평범한 20대 이야기
글 입력 2022.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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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 IU, <팔레트> 中

 

 

나는 98년생 호랑이띠, 올해로 25살이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아이유는 25살에 <팔레트>에서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이라고 노래했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으니까.


10대 때는 23살 정도 되면 내가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3살부터 20대 중반으로 치기도 하니까 막연하게 ‘음, 그쯤이면 나도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연히 스무 살에서 세 살을 더 먹으면 법적 성인에서 더 나아가 많은 경험도 하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독립적이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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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2017년 4월의 노량진


 

그런데 웬걸? 대학교 입학을 22살에 할 줄은 10대의 나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23살에 나는 겨우 대학교 2학년이 되었고,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매일 자퇴하고 싶다고 외치는 그저 그런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웃긴 점은 고등학생 때부터 경영학과를 꿈꿔왔는데 입학 후에는 흥미가 없어져서 일찍이 진로를 PD로 틀어버렸다. 그래서 23살에는 1년 동안 카메라를 잡고 있었고,  나름 어디 가서 ‘할 줄 알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만큼 영상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24살에는 다시 마케팅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케팅 학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24살 상반기는 동아리와 학회를 병행하면서 5학기를 마쳤고, 여름방학에 어쩌다 보니 학회에서 임원까지 맡게 되었다.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개강할 때 즈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이번 학기는 편하게 15학점만 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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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첫 주 플래너


 

그런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9월 말쯤 되니까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친구가 나를 ‘귀찮은 것을 가장 싫어하지만 심심한 것을 더 못 참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는데 돌이켜보니 딱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한 나는, 내가 살면서 들어가리라 꿈조차 안 꿔본 대선캠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2021년 2학기는 결국 15학점과 학회와 임원, 캠프까지 병행하는 미친 짓을 저질렀는데,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 중에 단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포맷변환][크기변환]25.jpg

 

 

이렇게 23살, 24살을 정신없이 보내고 눈 떠보니 갑자기 25살이 되어 있었다. 10대의 내가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던 23살에서 두 살이나 더 먹은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졸업도 못했고, 독립적이지도 않으며, 이것저것 기웃거리긴 했지만 아직도 어떤 진로가 나에게 맞을지 결정하지 못한 그냥 나이만 먹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가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실제로 10대 때부터 플래너를 꾸준히 사용해왔지만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거의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22살에 대학에 입학한 것과,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경영 관련 진로를 전혀 꿈꾸고 있지 않은 것, 작년에 일했던 캠프와 지금 하고 있는 이 에디터 활동까지 모두 내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또 나는 음악을 듣는 것과 드라마 보는 것을 꾸준히 좋아했는데, 예전에는 음악 중에 힙합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고 드라마 중에서는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국내 힙합 음악을 즐겨 듣고 있으며, 2022년에 본 로맨스 드라마는 10편이 넘는다.

 

자꾸 이렇다 보니 나는 어느 순간 나를 정의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자꾸 변하고, 하물며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들의 얼굴도 다 다르게 생겼기도 하다.

 

아무래도 내 25살은 <팔레트>는 아닌 것 같다.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내가 지금 내 나이를 아주 잘못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크게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앞으로 서른다섯, 마흔다섯에는 또 어떤 내가 되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물다섯은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이대로 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팔레트>는 아닌 25살들을 위해, 우리 이대로 괜찮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가자는 말을 전하며 내가 가장 공감하며 들었던 25살을 노래하는 음악을 남긴다. 괜찮아 25!!

 

 

 

 

좀 아프더라도 한편의 멜로 영화처럼

 

- 볼빨간사춘기, <25> 中

 

 

 

에디터 태그.jpg

 

 

[이민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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