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광명시민회관 전시실]

글 입력 2022.08.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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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 한 도시 속 반세기의 노동 풍경 -
  
 

전시포스터1.jpg

 

 

 미술 작품을 통해 바라보는 도시 속 노동의 역사

 

 




<기획 노트>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전시가 열린다. 8명의 시각예술 작가들이 ‘노동’을 키워드 삼아 광명이라는 도시를 바라본 결과물을 전시에 담았다. 전시 제목은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중 「안개」라는 시에서 가져왔다.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고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 기형도의 「안개」 중 일부
 

 

안개 자욱한 안양천 변에서 시인 기형도는 구로공단으로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장의 검은 연기와 섞인 ‘안개’의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기형도가 시를 쓰던 1980년대, 서울 근교 소도시였던 광명에는 산업화 분위기가 선명했다. 시가 발표된 지 38년이 지난 현재, 광명시는 ‘공장’이나 ‘노동’보다는 ‘이케아’나 ‘광명동굴’로 더 자주 오르내리는 도시가 되었다.

이제 옛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예전에 공단 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지은 거대한 주공아파트 단지에는 10여 년 전 재건축으로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다. 광명시 철산동에서 하안동으로 가는 길목에는 과거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여성근로자아파트가 아직 남아 있지만, 해당 아파트가 폐쇄된 지도 몇 해이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도 아파트 개발이 확정되었다. 가리봉동 구로공단은 디지털 산업단지로 바뀌었다. 시인이 언급한 ‘안개’는 이제 걷혔을까?

이름은 바뀌었지만 디지털 산업단지에는 지금도 봉제공장들이 산재해 있고, 거기에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저임금으로 봉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2차 산업이 쇠락하고 이후 플랫폼 노동이라는 신노동이 생겨났지만 플랫폼 노동자도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이뿐인가. 농촌 사회가 해체되고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된 광명에는 여전히 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안양천 샛강 위로 떠돌던 짙은 안개는 지난 38년 동안 더 두껍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 아닐까?

‘노동’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자신의 삶과 예술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자본과 노동의 모순을 이케아의 가구와 같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손혜경 작가,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고발하는 추유선 작가, 직접 배달 노동을 통해 플랫폼 노동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유아연 작가, 농사일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자연 작가 등이 함께한다.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는 70~80년대 산업시대 노동 환경에서부터 MZ 세대의 노동 현실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의 노동 풍경을 한 자리에 펼쳐 보인다. 또한 산업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광명 지역을 재해석하고, 과거부터 MZ 시대 노동에 이르기까지 상실한 도시의 장소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에 대해 보다 넓고 깊은 이야기를 알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참여 작가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전시 마지막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 한 도시 속 반세기의 노동 풍경 -
 
 
일자: 2022.08.10 ~ 2022.08.19

시간
화-토 9:00~18:00
일, 월 휴관

장소: 광명시민회관 전시실
 
참여 작가
김덕진 김진 사랑해 손혜경
유아연 이자연 정승혜 추유선
 

주최/제작

김진

 

후원

광명시, 광명문화재단,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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