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는야 홍길동

글 입력 2022.07.31 00: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6월 말, 종강을 시작으로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사실 대외활동이나 이것저것 할 게 많지만, 우선은 학교를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해방된 것 같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행 아닌 여행을 시작했다.

각 잡고 떠난 여행과 갑자기 떠난 여행이 뒤섞인 7월을 보냈다. 그래서 계속 집에 종일 있는 날이 많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내향형 I라고 MBTI 결과가 나오지만, 밖에 나와도 좋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 외향형일지도?
 
 
 
나의 마지막 가방끈

 

해가 쨍쨍 비친 어느 날,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 아마 졸업식 전 마지막 방문일 듯싶다.
 
나보다 학교를 적게 나오고, 학교에 와도 수업만 듣고 홀랑 떠나버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도서관도 싫어한 나는 빨리 집에 오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학교를 멀리했다.
 
 

1.jpg

 
 
그래도 졸업한다니 내가 대학교에 다녔긴 다녔구나 싶은 기분이 든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보통 생각하는 대학교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한 나 자신에게 칭찬의 한마디 건네면서 학교를 떠났다.

 
 
파주

  

기말고사 마치고 1달 만에 집에 온 동생의 취미생활을 위해 가족들과 파주에 갔다. 파주 카트장에 가서 더운 날, 동생은 열심히 카트 운전을 했다.
 
 

2.jpg

 
 
2살 터울씩 세 자매였던 언니들과 나는 이런 레이싱이나 차, 기계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늦둥이 남동생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확실히 다른 관심사에 놀라고 신기해하는 중이다.
 
기계 다루기 좋아하고,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속도를 즐긴다. 레이싱 드론, 레이싱 카트를 좋아한다. 아빠도 같은 부류의 관심사를 가진 아들과 함께 알게 모르게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렇게 멀리 카트 30분 타러 왕복 3시간을 달려서 놀러 가는 거겠지?
 
 
 
속초


매년 여름 가족여행으로 강원도에 많이 왔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왔다. 그러니 더 색다르고 재밌을 수밖에! 아르바이트에서 친해진 언니들과 함께 처음으로 수도권 외곽으로 여행을 떠난 거라 더 기념적이다.
 
 

3.jpg

 
 
속초 아이가 생기고 처음 가본 속초 해수욕장은 멀리서 보기에 더욱 아름다워졌다.
 
사실 앞에 나무숲들이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멀리서 보는 풍경에서 해변까지는 한눈에 잘 담을 수 없었는데, 이 관람차 하나로 충분해진 것 같다. 가슴이 평화로워지는 풍경이다.
 
 

5.jpg


 
청초호가 보이는 신상 숙소를 예약해 지냈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고 야외 수영장도 있어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전에도 수영장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중학생 때 가본 기억이 전부인데, 오랜만에 가보니 그냥 튜브 하나로도 친구들과 웃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6.jpg


 
속초 해수욕장 바다를 바라보며 물멍을 했다. 종일 땀 흘리다가 바람이 조금씩 부는 곳에서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힘이 다시 충전되더라.
 
그렇게 속초 여행도 마무리했다. 운 좋게 버스를 타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엄청 내렸다. 그리고 다시 집 근처 터미널에 도착하니 맑은 날씨라 운이 좋은 여행이었구나 싶었다.
 
 
 
고양이 모임

 

7.jpg

 
 
루이스 웨인 전시회는 그가 그린 수많은 고양이를 만나볼 수 있는 힐링 그 자체 전시다. 계속 웃으면서 볼 수 있던 귀여운 공간이었다. 생각보다 공간 구성을 잘해서 백화점 내 조그만 문화홀을 알차게 조직해냈다.
 
작가님이 애정한 고양이를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8.jpg

 
 
1층인 우리 집 앞에 살던 길고양이가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사라져 걱정하다가, 길고양이 살펴주시는 분께서 좋은 기회로 입양을 보내셨다는 공지글을 보고 시원섭섭했던 기억이 난다.
 
착한 가정에 가서 멋진 집사 만나서 잘살고 있지, 고양아?
 
 
 
부산

 

비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계속 우중충했던 날씨,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해운대 앞 숙소를 잡아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더욱 센 파도를 맞으면서 물놀이했다.
 
 

9.jpg



친구도 수영을 못해서 둘 다 파도를 맞기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너무 재밌는 추억이 되었다. 1일 차에도 15km 넘게 걷고, 2일 차에도 그 정도 걸었다. 체력 좋은 친구와 함께 헛둘헛둘 행군하며 여행했다.
 
 
 
포항

 

포항에 유배당한(?) 대학원생 친구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갔다. 포항은 자연이 함께하는 와중, 엄청난 공장들이 멀리 보이는 공업도시다. 도시와 시골이 혼재하는 공간이랄까.
 
 

10.jpg

 
 
해변 근처 카페에 갔는데 뒤를 돌아 산을 보면 패러글라이딩하시는 분들이 저 멀리 보이고, 앞 바다에선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수상 레저를 즐기고 있는 분들이 여럿 보였다. 부산에 갔다가 오니 더욱 평화롭게 다가왔다.
 
 

11.jpg

 
 
포항공대도 다녀왔다. 공학이라는 분야에 'ㄱ'도 모르는 내가 느낀 포항공대는 조용한 열정을 뿜어내는 곳이다.
 
조용하지만 그 열정으로 우리나라 공학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내 친구가 있다는 것도 괜히 뿌듯하고 멋졌다.
 
 

12.jpg

 
 
지금 나는 먹고살기 위해 뭐 할지도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에선 역시 직접적인 구체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쏟고 있구나. 너무 퍼져있는 나의 기운을 모아야 할 시기임을 더욱 느낀 시간.

택시를 바가지 당해 이미지가 안 좋아졌지만, 자가용을 끌고 가족여행으로 와야 그나마 여행할 수 있는 지역임을 느끼면서 KTX를 타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어디로?

 

 

[이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