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궁금하시지 않겠지만은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내적 관종 infp의 <one and only>를 위한 여정!
글 입력 2022.08.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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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늘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보기 보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그렇다. 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사계절 중에서도 봄이 참 싫었다. 물론 친구들과 모여서 벚꽃을 보러 가거나 봄내음을 맡으며 하교하는 일만큼 일생에 행복했던 순간도 없지만, 내게 봄은 매 학기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두근거리는 심장과 어색함 가득한 공기에 어쩔 줄 몰라하며 등교하던 모습이 선명하다.

 

대학에 와서는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꽤나 극복했다고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다. 왜냐면, 아주 처음 보는 얼굴들 앞에서 조금 더 큰 리액션과 공감으로 어색함을 무마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낯 가리는 사람치고는 거리낌 없이 잘 대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였다고나 할까. 술이 들어가면 더더욱 '인싸'력이 상승하기도 했고.

 

'그래. 내가 부담스럽게 느끼는 상황에서 떠는 거지, 사실 내가 또 관종끼가 있지?' 맞다. 사실 나는 보기보다 주목 받는 걸 좋아한다, 물론 내가 원했을 때에만. 실제로 '사실 무대체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전에 강한 편이기도 하다. 어쩌면 과한 리액션이 본연의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진 건 없다. 다만, 그 떨림과 걱정을 조금 더 잘 숨기는 척 하게 되었을 뿐. 사람들을 만나는 건 좋아하지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정보를 흘리기란 여전히 어렵다. 원체 걱정이 많은 편이라 그런 지는 몰라도, 여전히 첫 모임에 나가면 과긴장 상태에 놓여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지나치게 리액션이 커지거나 둘 중 하나다.

 

최근,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감을 느껴 자극과 영감을 찾고자 새로운 모임을 자주 나가고 있다. 모두들 처음 보는 사이인 만큼 자기소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자주 난감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너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긴장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앞서 말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어서 더 자주 그러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 모임에 참석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 먹은 겸, 말보다 조금 더 자신있는 글로써 스스로를 자연스레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self-interview에 도전해보았다. TMI가 남발할 것 같지만 모쪼록 재밌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본다.

 

 

 

Interview


 

▶안녕? 너는 누구야?

 

- 응 안녕, 우선 만나서 반가워. 나는 서울시민이 되고 싶은 경기도민이자, 글과 음악과 술을 사랑하는 스물 여섯살 여자사람이고 조만간 퇴사 할 거야. 시작부터 뭐 이렇게 자기노출을 많이 하나 싶지? (ㅎㅎ)

 

내가 좀 그런 경향이 있어. 고등학생 때는 꽁꽁 싸매고 다녔는데, 그 때 막 스무살이 됐을 때 친구가 그러더라고. 너는 힘들면 힘들다고 말 좀 하라고. 그 때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 이후로 자기노출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이제는 그냥 편하게 다 말하면서 살려고 하는 편이야.

 

사실 내가 일회성 관계에 강해. 아, 나 지금 말실수 한 것 같은데. 지금 이 글만 보고 말 건 아니지...? 이번 인터뷰가 흥미로웠다면, 내가 전에 썼던 글들 읽어줬으면 좋겠다. 이건 작은 내 바람! :)

 

▶너... 낯 가린다며? 말이 꽤 많은 거 같은데.

 

- 응, 그런 편이야.

 

아 사실은 내가 '관종'이거든? 관심 받는 거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 과한 나의 리액션들을 진심이 아니라고 폄훼하는 사람들을 여러 명 겪으면서 그 성질이 옅어지게 된 거 같아. 막 너무 오버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나는 늘 진심이었는데!

 

그래서 한동안 삶의 키워드를 '담백함'으로 잡고 살았거든? 실제로 담백한 사람을 동경하기도 했고. 근데 결국 나는 나로 살아야 되더라고? 내가 아닌 나로 사니까 병이 나는 거 있지. 다시 전의 나로 돌아가보려고 무던히 노력 중이야 요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럼 지금은 한 마디로 "낯 가리는 관종"?

 

- 원래 인간은 모순덩어리 아니겠어? (상황에 따라 휙휙 변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해.)

 

사실 내가 이렇다 할 타고난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닌데, 재능이 중요한 분야에 늘 마음을 뒀던 거 같아. 음악이나 춤 같은 것들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거든.

 

머리가 좀 컸을 때부터, 좋아한다고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자연히 마음을 접게 되더라. 처음엔 되게 씁쓸했어. 나도 저런 재능이 있었더라면 자신있게 '관종'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생각도 했었지.

 

그런데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한 건 아니더라고? 뭐 업이 아니더라도 취미로 평생동안 즐길 수 있는 거니까 깔끔하게 마음 접었지 뭐. 그렇지만, 여전히 사랑하긴 해 앞서 말한 것들. 이건 좀 tmi긴 한데, 사실 나 집에서 종종 음악 틀어놓고 춤 따라 추곤 해. 아이돌이라도 된 마냥 말이야. 어쨌든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ㅋㅋㅋ)

 

그렇지만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다는 꿈이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유명해지고 싶나?' 생각해봤는데, 그건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어렵다.

 

뭐 아무튼, 이러한 나의 '관종'력이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 발 벗고 나서서 감투를 쓰고 이런 걸 즐긴다기보다는... 막 그런 거 있잖아 학창시절에 장기자랑 나가는 그런 마음. 그런 걸 즐기는 거 같아 난.

 

▶퇴사한다며! 이직 하는 거야?

 

- 이직을 꿈꾸고는 있지!

 

그런데 뭐 이렇다 할 계획을 세워두고 퇴사하는 건 아니야. 혹자가 보기엔 도망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엄청 원했던 직업은 아니였어. 전공을 살린 직업을 갖고 싶었고, 미래의 직업을 위해서 최전선에 뛰어든 거였어. 자의반 타의반이긴 했지만.

 

졸업은 했지, 나이는 한 살 한 살 먹어가지,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취업하지... 이런 상황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였어. 속된 말로 "똥줄 탔지." 아무튼 좋은 기회를 잘 잡았던 거 같아. 첫 면접이었는데, 덜컥 입사하게 되었거든.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던 것 같아. 조급한 마음에 남들 다 하니까 '나도 얼른 취업해서 제대로 월급 받으면서 살아야지! 1인분의 몫을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거지. 사실 막 치열하게 준비한 것도 아니였는데, 정말 정말 운이 좋았고.

 

가끔 이렇게 마음 먹은 내가 '복에 겨웠구나.' 싶기도 해. 취업난이 정말 심하잖아. 불과 일 년 전만해도 나도 몸소 느꼈었으니까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오히려 '배고픈 상황'인 거 같아. 절박할 필요가 좀 있겠다 싶어. 그럼 살 길을 더 열심히 강구하지 않을까?

 

▶그렇게 운 좋게 취업했는데, 퇴사를 결심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

 

- 뭐 하나 딱 집어 말할 수는 없고 되게 복합적인 것 같아.

 

그리고 더 나이 먹으면 겁도 지금보다 더 많아질 테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배가 될 텐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사서 고생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 해보고 싶은 것들도 있고. 안 되면 어때 다른 거 하지 뭐.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살려고' 하는 거야. 많이 힘들고 지쳤거든 지금. 직업 자체는 매력적이긴 한데 웬만한 사명감으로는 일하기 정말 힘든 것 같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쪽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었고, 4년 간 공부를 했지만 어느 순간 다른 거 해보고 싶다느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계 속에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보니 기가 자주 빨렸던 것 같아. (쉽지 않았다... 내향인은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채워지거든요..) 아무튼 다 말 할 수는 없지만, 일이 힘들었다기보다는 사람 때문에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아! '나쁜 사람이었어!'가 아니라, 나랑 정말 안 맞는 사람이랑 일을 했었어. 별 거 아닌 거에도 자꾸 주눅이 들더라고? 뭐 그 분도 나한테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였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결심 했지... 아 역시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사람 때문에 힘든 건 ...(절레절레)

 

▶소위 말하는 "노빠꾸"인 거 같아. 원래 그래?

 

- 내가 좀 물불 안 가리기는 해. 종종 불나방 같다는 소리도 듣고. (ㅎㅎㅎ)

 

대책없는 퇴사라고 생각했지 방금? (사실 맞아) 근데 어떡해. 이렇게 태어났고, 한 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안 그래?

 

사실 하나에 꽂히면 실행력이 말도 못하게 좋지만, 대체로 우유부단한 편이야. 내가 걱정이 진짜 진짜 많거든. 미련할 정도로 정말 걱정을 달고 사는 편이야. 지나치게 걱정을 안고 살다보니 불안감에 불면증이 생기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렇게 되는 거야.

 

그런데도 일을 그만두고서 이상하게 어디 가서 굶어 죽진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막 솟구치는 거 있지? 뭐 어떻게든 먹고는 살겠다 싶은 거야. 나중에 후회할 수야 있을 것 같긴 하거든? 동년배 친구들은 저렇게 대리, 과장 달면서 성장하고 있는데 나는 영영 그렇지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지금으로선 그런 상황이 와도, 내 인생이 결코 실패한 인생은 아닐 거라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아. 왜냐면 지금의 상태로 계속 살아가는 게 더 힘들 것 같기 때문이지!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고들 하지만, 도망치지 않으면 계속 지옥 불구덩이에서 허우적 댈 거야 나는.

 

▶그럼 하고 싶은 게 있어?

 

- 있기야 한데, 뚜렷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대책 없다고 하는 거야. 내가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기는 한데 다 업으로 삼을 만큼은 아닌 거 같아서, 당분간은 재충전이 시간을 가지면서 미래를 좀 계획해보려고 해. 하고 싶은 걸 선명히 해야 일을 지속할 수 있더라고.

 

... 맞아. 사실 거창하게 포장했지만, 뭐 당분간 백수 라이프 즐기겠단 소리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 갑자기? 음...  그야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사실 농담이고, 몇년 전부터 ordinary라는 단어를 사용한 인스타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어느 순간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더라고.  백조처럼 물 밑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쳐야 평범의 범주 안에 들 수 있구나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지난 3년 간은 그래도 꽤 열심히 살았어. 정말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알바도 열심히 하고,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휴학하고 유럽 여행도 다녀왔지. 졸업하고 4개월 만에 취업하기도 했고. 아주 친한 동기 언니가 실제로 나를 보고 '백조'같다고 말해주기도 했어. 뭔가 잘 노는 거 같은데 하는 것도 많고, 결과들이 나름 나쁘지 않았거든.

 

취업하고서, '정말 이제 나는 평범의 범주에 들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 그런데 너무 싫증이 나는 거야. 내가 생각한 어른이 삶은 이런 게 아니였는데.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 너무 힘들었거든 최근 1년 동안.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던 거 같아. 공황장애 비슷한 것도 겪고, 우울증도 심해지고.

 

뭐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긴 했지. 그렇지만 현실과 이론의 괴리, 관계의 어려움, 일이 주는 부담감과 자괴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주는 아픔은 내게 깊은 생채기를 남겼어.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과도하게 많아지더니, 메마르기 시작하더라. 무서웠어. 초롱이던 눈이 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말수도 적어지고 동태눈으로 출근을 하는 나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

 

사실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런 마음에 "ordinary"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게 된 게 아닐까 싶더라고. 굉장히 역설적이지? 정말 나는 어쩔 수 없는 모순덩어리인가봐.

 

아무튼 요즘은 "one and only"에 제대로 꽂혔어. 전문성이 완전 있거나, 정말 뛰어난 재능이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나만의 매력이 있어야 결국에 살아남는 거잖아? 뭐 이런 거 없어도 잘 살 수야 있는데, 난 그렇게 살긴 싫은 거 같아. 세상에 나온 이상 발자국 정도는 콩하고 찍고 가고 싶더라고. 사활 걸고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거 같아.

 

그래서 결론은 이거야. 사랑하는 일로써 다수로부터 유일무이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너.. 욕심이 상당하구나?

 

- 나는 이때까지 내가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 옷 쇼핑도 끽해야 일 년에 3~4번이고 가방 같은 건 진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고 다니거든. 뭐 그렇다고 해서 돈을 모으는 타입은 아니긴 한데... 아무튼 커피 욕심이랑 기초 화장품 욕심 말고는 진짜 없단 말이지.

 

그런데 친한 지인이 나더러 그러는 거야. "하고 싶은 게 그렇게 많은데 너가 무슨 욕심이 없냐." 그 말을 처음엔 부정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도 많고 더 좋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걸 보니 나 진짜 욕심쟁이였더라고.

 

생각해보면 넉넉지 않은 지갑사정에도 유럽여행은 꼭 가고 싶어서 학교를 다니면서 알바를 두 탕씩 뛰던 나, 욕심 그 자체였던 것 같기도 하네.

 

▶꽤나 열심힌데 삶에?

 

- 근데 또 내가 막 열심히 살지는 않아. 가까이서 보면 게을러터졌어. 나 무용한 것들 엄청 좋아하거든. 멍도 자주 때리고.

 

고백하자면, 나는 데드라인 지키는 게 엄청 힘들어. 막 미뤄뒀다가 마감 직전에 몰아서 하는 스타일로 오랫동안 살아왔거든. 학부생 때도 친한 친구가 "너는 마감 당하는 삶을 사는 것 같아."라고 말해줄 정도로 얼렁뚱땅 살아왔어.

 

이게 혼자 과제를 하거나 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직장 생활 하다보니까 너무 치명적인 단점인 거야. 막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미루는 습관이 몸에 베인 나머지 일정은 어그러지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대로 받더라고.


이런 내가 너무 미울 때도 있었어. 치열해도 모자랄 판에 베짱이처럼 놀고 먹고 싶은 마음인가 싶더라고. 생산적으로 살 때는 생산적인 모드가 되어아 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좌절감보다는 성취감을 자주 느끼는 삶이 좋지 않겠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걱정만 하는 건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질 않으니 고쳐보려고. 쉽진 않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좀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것 같아. 계획도 적당히 세우고, 퀘스트 깨가는 느낌으로 리스트에 적어두었던 것들을 해내고 싶어. '갓생'과 '리추얼'이 또 요즘 핫한 키워드잖아!


▶리추얼(ritual)한 삶을 살고 싶다고?

 

- 응. 리추얼한 게 요즘은 좋더라고. 실제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으로 자리잡아서 관심이 생겼어.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스스로 만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뜻한다고 하네?

 

나는 내가 변화무쌍한 사람인 줄 알았어. 원체 싫증을 잘 내는 타입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계획적인 것보다 스케줄과 할 일들이 유동적인 곳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런데 해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고. 계획 수립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또 기한 내에 지켜내는 걸 힘들어 하지만, 스스로 정한 약속은 꽤나 잘 지키는 거 있지. 또 그런 계획 안에 있는게 은근한 안정감이 있어. 불안하지가 않아.

 

사실 그렇잖아.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지. 그래서인지 꾸준하게 반복하는 행동은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또, 작지만 꾸준히 반복적인 행위를 일상에서 해냈을 때 얻는 만족감과 성취감은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아주 중요하다고 해. 작은 성취감이 단단한 자존감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이걸 금방 깨닫고, 일에도 적용했다면 금방 '일잘러'가 됐을 텐데 아쉽다!

 

▶무용한 걸 좋아하는 구나.

 

- 요즘은 무용한 것들과 그 시간들이 있기에 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긴 해.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 빽빽히 스케줄러를 채워나가는 것이 일회성의 삶을 잘 사는 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거 같아. 내 몸과 정신이 온전한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거든.

 

오히려 무용하고 비생산적인 행위 - 이를 테면, 영감 수집을 목적으로 한 드라마 보기, 핫한 신상 카페 가기, 좋아하는 시집 읽기-가 생산성으로 연결될 수도 있더라고?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행위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무용함은 언젠가 내게 큰 선물을 전달해주지 않을까 기대 중이야!

 

▶요즘 사랑하는 무용한 행위에는 어떤 것이 있어?

 

- 음... 우선 나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커피'거든? 커피를 하루에 2잔은 꼭 먹을 정도로 커피를 사랑하는데, 그래서 카페에 있는 시간이 길어. 주중에도, 주말에도 카페를 꼭 다녀. 가서 멍 때릴 때도 있고,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책을 읽을 떄도 있고, 글을 쓸 때도 있네. 어쨋든 소비를 하러 가는 거니까 마냥 생산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넣어봤어.

 

내가 술도 좋아하거든? 그래서 음악이 좋은 곳에서 술 한 두잔 마시는 것도 정말 사랑해.

 

또...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누워서 좋아하는 영화 보기, 인센스를 피워두고 시집 읽고 필사하기 등등이 있을 것 같네.

 

▶아, 중요한 걸 안 물어봤네. 글은 어쩌다 쓰게 되었어?

 

- 사실 기다리고 있었어 이 질문.

 

아주 어릴 적부터 책을 진짜 좋아했어. 막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동시 낭송 대회 있으면 척척 외워가서 상 받아오고 그랬거든.

 

초등학생 때도 만화에 빠질 법 한데, 어머니가 tv를 잘 안 보여 주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트로 사둔 위인전을 몇 번 씩 돌려 읽거나 역사 만화책을 자주 봤던 거 같아. 소설도 좋아했고! 비문학은 이때부터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네. (ㅋㅋㅋㅋ) 책 읽다가 얼굴에 책 올려두고 잠을 자거나 공부하기 싫어서 책읽었던 순간들이 정말 많이 기억나네.

 

왜 어릴 때 꿈이 뭐냐고 많이들 묻잖아. 난 이런 애였어. 한 때는 패션디자이너였다가, 또 어떤 날에는 파티셰였다가, 또 어떤 날에는 작가가 되고 싶을 정도로 변덕쟁이 그 자체.

 

그러다가 책과 라디오를 가까이 하게 된 시절에 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아 나 작가 해야겠다!' 생각했지. 그런데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그 마음은 얼마 안 가서 접게 되었어.

 

그래도 꾸준히 집에서 일기를 쓰고, 교내 글쓰기 대회가 있으면 최대한 열심히 작성해서 제출하고, 또 어떤 날에는 주말에 컴퓨터 앞에서 한글을 켜서 원고지에 글자를 한 자 한 자 타이핑 해보기도 했었어.

 

살면서 꼭 한 번 쯤은 책을 출판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잊지 않고 살아왔던 거 같아. 그러다 대학에 와서 서평 쓰는 대외활동을 하게 되었어. 그 때 만난 분이 국문학과였는데, 글을 쓰시더라고. 글도 너무 좋은데다가 사람도 너무 매력적이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치않게 밥을 먹을 기회가 생겼어.

 

그 때 아트인사이트를 알게 되었어. 알고 나서부터는 '언젠간 저기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 그런데 선뜻 지원을 못하겠더라고. 떨어질까봐 두렵기도 했고,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혼자 연습해보고 지원서를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지.

 

블로그에 꾸준히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쓰면서 글에 대한 욕심이 커졌을 무렵, 덜컥 취업을 하게 돼. 그래서 적응하느라 한 반 년은 글 생각도 못한 채로 그냥 살았던 것 같아.

 

올해 초에 무지 힘든 시간들을 겪었는데, 그 때 딱 결심이 섰어. 힘들고 바쁜 와중에 오히려 지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것 같더라.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그래서 미친척 하고 잠 줄여가며 짧은 시간 안에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하였고, 지금 이렇게 컬쳐리스트가 되어 활동하고 있네!

 

▶그러면 글쓰는 직업을 갖고 싶어?

 

- 응. 욕심이 나긴 해. 그런데 아트인사이트 활동 하면서 다른 에디터분들의 글을 많이 보거든? 내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당장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꼭 가져보고 싶어. 뭐가 되었든 말이야.

 

그래서 요즘 싫어하는 비문학도 열심히 읽고 있다니까? 글로 성공하고 싶어서 말이야. 모든 분야에서 글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 뭐든 열심히 배워두고 연마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어쩌면 나... 성공할 지도 모르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 :)

 

인터뷰 맥락에서 조금 벗어나는 이야기이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치열하게 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행복을 위한 것이니까, 행복으로 가는 여정이 너무 괴롭고 힘들다면 가끔은 쉬었다 가거나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큰 용기를 가지고,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들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걸 깨닫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여러 번 겪었거든.

 

하고싶은 거 하고, 되는 거 하면서, 꼭 행복하자 우리!

 

 

 

맺는 말



이렇게 또 하나의 기록물이 완성 되었다.

 

이제껏 써오던 글보다 훨씬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기록이다. 늘 솔직한 글을 써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도 진정으로 솔직한 나를 보게 되었다. 생에 첫 인터뷰는 이렇게 셀프로 진행되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인터뷰이가 되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번 인터뷰는 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글로 나에 대해 풀어내면서 더 명확히 나를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아껴주지 않았던 숱한 밤들에 대한 반성을 했다. 또한 나는 나의 생이 호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은 보다 명징(明澄)하게 이어가려 노력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음과 느림을 인정하고, 부족함을 인지하면서도 자존감의 높이는 지키며 사는 그런 사람으로 자리많은 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언제나 꿈을 잃지 않는 피터팬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도 아트인사이트에서 여러 글들을 기고하며, 나와 나의 글을 뾰족하게 하는 연습을 통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꾸준함을 통해, 언젠가는 세상에 점과 선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고대하며 나의 잠정적 독자들에게 이 글을 바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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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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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혜민
    • 새출발을 응원합니다:)!! 지금 잠깐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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