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만난 사계 - 막스 리히터 스페셜

글 입력 2022.07.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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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음악.

 

먼 거리 이동 시에는 물론이거니와 집 앞 5분 거리의 편의점을 다녀올 때도 이어폰은 필수 아이템이다.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멀리 나가질 않아 음악 듣는 일이 많이 없었지만 점차 자라면서 플레이어가 마침 필요해져 갈 때, MP3, 휴대폰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은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 물론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창 시절에 음악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길을 돌아다니면서 가게에서 틀어놓은 음악을 알게 모르게 들었을 것이다. 음악으로부터 마음의 안정이나 예술 영감을 얻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활용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다.

 

음악의 위대함 덕분일까, 윗사람이나 어른들로부터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을 보고 교양을 쌓으라는 말을 듣곤 한다. 뮤지컬의 경우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하는 예술 활동이니 스토리를 이해하는 축에서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와 같이 음악만으로 어떻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걸까?

 

귀로 들을 땐 "멜로디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음악이 무엇을 말 하고 싶어하는 건지, 뜻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건 힘든 일이다. "노래가 이게 뭐야?" 까지는 구별해낼 수 있지만, 그 음악에 대한 '예술성'까지 알아내기에는 전문성이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에는 멜로디와 가사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 노래를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지만 가사 없이 멜로디로만 이루어진 뉴에이지, 클래식의 음악은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음악을 듣는다. 왜냐하면, 듣다 보면 좋으니까 듣는다.

 

*

 

7월 10일, [막스 리히터 스페셜] 공연이 개최되었다.

 

이번 [막스 리히터 스페셜] 공연을 주최하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 악단은 2021년 창단 이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수상자 내한공연, KBS 오페라 갈라랜드 녹화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최근 언론으로부터 가장 특색있는 오케스트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에 그들이 연주하게 될 음악의 작곡가가 바로 공연 제목에서 보이는 '막스 리히터'이다. '막스 리히터'라는 이름의 생소한 작곡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여 한 번 검색해보았다. 현대 작곡가답게, 그가 작곡한 음악들은 모두 현대인들의 만족을 겨냥한 듯 했다.

 

 

54세의 독일 출신 영국인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본인의 음악 스타일을 정제해나가는 한편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에서 청중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는 발레, TV(블랙 미러), 영화(<애드 아스트라>, <컨택트Arrival>,<바시르와 왈츠를>)등 다방면의 음악을 작곡했다. 2015년의 야심찬 프로젝트 Sleep은 박물관에서 잠자는 청중들을 위해 연주한 8시간 30분짜리 곡이었다.

 

막스 리히터는 음악에 아주 미묘하고 섬세한 지문을 남기는 작곡가이기에 지난 십년간 음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더 인상적이다. 그만의 특유의 소리는 클래식 음악의 난해한 수식을 거부하고, 대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현과 피아노를 전자 사운드에 엮어 넣었다. 그는 닐스 프람, 올라퍼 아르날즈, 조한 조한슨을 비롯해서 일군의 작곡가들이 대형 경기장 규모의 청중 앞에서 명상 음악을 연주하도록 영향을 주었다.


출처 : 킨포크

 

 

공연의 흐름은 <무인도> 서곡, 오페라 <레 보레아드> 모음곡을 지나 를 들려준 후 인터미션을 가진 뒤 <사계 리콤포즈드>가 이어졌다. 마치 클래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On The Nature Of Daylight 음악의 경우,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 드니 빌뵈드 감독의 <컨택트>, 드라마 <눈이 부시게> 등의 OST로 자주 등장하는, 생각보다 유명한 음악이었다. 공연장에서 멜로디를 들을 때에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집에 와서 드라마/영화 장면과 함께 들어보니 음악에 대한 몰입도가 강하게 들었다. 소위 말하는 'BGM의 중요성'을 정말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음악이었다.

 

이후에 이어지는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 처음 들었을 때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신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익숙했던 멜로디가 들리면서 <사계>의 리콤포즈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클래식' 하면 주로 베토벤, 모차르트 등 유명한 고전 작곡가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비발디의 <사계>의 노래 역시 클래식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유명하기도 하고, 음악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노래라는 뜻일 것이다.

 

또한 클래식은 주로 지루하다거나 올드하단 평이 많다. 하지만 막스 리히터가 재탄생시킨 비발디 사계는 (좋은 의미로) 너무나 현대적이었다. 굉장히 세련된 클래식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음악이었다.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를 작곡한 막스 리히터는 비발디와 사랑에 빠지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이렇게 현대인들의 취향에 딱 맞게 편곡한 클래식이라면 사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클래식에 대해서는 다소 어려워하시는 나의 아버지가 잘 알고 좋아하시는 음악이 바로 비발디의 사계였는데, 아버지께 들려드리고 싶었다.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듣거나 비발디의 사계를 좋아한다면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막스 리히터 스페셜] 또는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추천해보고 싶다.

 

 

공연포스터.jpg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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