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말하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영화는 말야, 스크린을 통해 현재랑 과거를 이어준다고 생각해.
글 입력 2022.07.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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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내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참여했다. 워낙 연습이 많은 동아리였고 연주 봉사도 신청하면서 점심시간에도 빈번하게 음악실에 들락거렸다.

 

어느 겨울의 어린이집 발표회 봉사는 대기시간이 무한히 길어져 악기가 차가워지면서 튜닝에 애를 먹었다. 또 다른 여름에는 학교 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양로원을 향해 캐리어를 끌고 언덕을 오르기도 했다.

 

글의 서문을 이렇게 연 까닭은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며 나의 동아리 활동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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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 영화를 좋아하는 ‘맨발’의 시나리오 ‘무사의 청춘’은 영화 동아리에서 채택되지 못한다. 이후, 시대극 영화를 보러 갔다 마주친 ‘린타로’를 ‘무사의 청춘’ 주인공으로 삼고 친구 ‘블루 하와이’, ‘킥보드’와 함께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린타로’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이었다. 미래에는 영상이 길어 봤자 5초인데 ‘린타로’는 우연히 본 ‘맨발’의 영화에 푹 빠져 존재하지 않는 데뷔작을 찾아 과거로 오게 된 것이다.

 

미래의 사람이 과거의 영상에 존재할 수는 없으니 데뷔작을 찾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맨발’과 친구들은 영화를 상영한 후에 폐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영화를 찍는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은 바다까지 가서 찍고, 찍고, 또다시 찍는 과정을 거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나리오 수정까지 하여 도저히 마지막 날 안으로 끝낼 수 없는 상황이 되지만, 같은 장소에서 로맨스 영화를 찍던 영화 동아리 멤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친다.


고작 상영 한 번을 위해 이렇게까지 고생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도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이었지만 그 활동이 기록 하나 남지 않고 끝났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맨발’은 영화의 마지막 씬 직전에 상영을 중단하고 엔딩을 바꾼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상대가 서로를 죽여야만 진정 끝이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상영이 끝나면 다시 미래로 돌아가야만 하는 ‘린타로’와 영화를 삭제해야만 하는 ‘맨발’의 상황과 대치된다. 결국 이 둘의 치열한 싸움과 “잘 가”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개인적으로는 ‘린타로’가 영화의 의인화처럼 느껴졌다. ‘린타로’를, 영화를 사랑하는 ‘맨발’은 미래에 훌륭한 영화감독이 될 거다. “스크린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이어준다”는 ‘맨발’의 말처럼 영화가 다 사라지는 미래에도 어딘가엔 존재하고, 감상 되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첫 영화가 기록에는 남지 않더라도 그때의 뜨거운 열정만큼은 ‘맨발’의 안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나의 학창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라는 이유로 기록이 남지 않는 활동을 열심히 돕기도 하였으며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열렬히 사랑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속 단단하고 높은음을 솔로로 연주할 때의 쾌감과 봉사를 마치고 나면 몰아치는 뿌듯함은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많은 청춘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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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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