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 [스캔들], 서로의 소중함을 아는데 어찌 제3자가 필요한걸까

글 입력 2014.09.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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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의 시작이었던 지난 토요일

대학로 1번 출구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만큼 가깝던

대학로 A 아트홀에서 연극 <스캔들>을 보고 왔습니다.

 


 

복잡해22.jpg

 

처음에는 막장에 가까운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리땁고 멋진 한 쌍의 부부 우진과 고은은

사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또다른 애인을 두고 있었고

아내의 애인은 남편의 20년지기 절친(!)인 주일이었고

남편의 애인 제시카는 명품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남편이 적금을 3개나 깨면서도(!)

애인에게 모든 걸 맞춰주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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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많은 연극이 그러하듯 

스캔들에서도 작은 오해가 산더미처럼 불어나서 

주인공들을 꽁꽁 묶어버리고 맙니다.

 

남편인 우진은 아내가 친정어머니를 뵈러 간 사이

또다른 애인인 제시카의 생일을 근사하게 보내기 위해 출장요리사를 부르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친정에 가지 않게 되었고

제시카의 존재를 의심받지 않기 위해 

뜨겁고 아름다운 우정의 소유자인 주일에게 제시카의 애인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딱 한 가지, 주일에게 출장요리사가 온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 작은 실수 때문에

주일은 출장요리사를 제시카로 오해하고 애인 행세를 하고 

진짜 제시카는 출장요리사의 역할을 맡게 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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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극 스캔들은 주인공 부부나 주일보다는

출장요리사와 제시카가 더욱 빛나는 연극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두 캐릭터 모두 몸으로 하는 연기가 일품이라면 일품이에요!

 

출장요리사인 세영은 모델 겸 배우 겸 행위예술가인 제시카가 되었다가

어느새 주일의 이슬람교를 믿는 조카가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출장요리사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엉뚱하고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모두 다 성실히 들어주고 자신에게 필요한 돈을 얻어 갑니다.

그녀의 행위예술의 역작인 타조와 안동병신굿을 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모델 겸 배우라는 주일의 '그녀'인 제시카도 만만치 않은 몸개그를 보여주는데

그녀의 워킹을 보시면 아마 모델 워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실 거라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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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캐릭터가 재미를 많이 맡았다면

부부와 주일은 나름대로는 감정을 많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 감정의 깊이가 매우 얕은 편입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둘이 남몰래 애인을 만들면서 네 명이 모두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진짜 애인은 아내면서도 제시카라는 또다른 애인이 생겨 버린 주일을 보고

아내는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남편 이외에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후회나 걱정은 없고

여전히 주일을 어느 정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남편인 우진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우진은 아내가 바로 근처에 있는 곳에서 제시카를 '자기'라고 부른다거나!

남편이 곁에 있는데도 은근 슬쩍 주일의 손을 잡는 아내를 보고 나면

주인공 부부는 이 모든 상황을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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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부부와 주일의 감정과 고뇌가 심각해지는 건

부부가 서로에게 숨겨진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입니다.

자신에게도 이미 애인이 있으면서도 상대가 배신했다는 생가에 치를 떨 정도로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낍니다.

다행인건지 어찌저찌하여 남편과 아내가 한 서로의 배신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로가 바람을 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맛본 후 

우진 - 고은 부부는 사이가 돈독해지고

주일 - 제시카라는 또다른 커플이 생기는 건 인상깊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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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더 많은 해학을 주고 싶었다면 

겉으로 부부가 화해를 한 이후에도 그날 밤 서로의 애인을 만나는 결말이 됐을텐데

원래 부부는 부부대로 사이가 좋아지고, 또다른 커플이 생겼다는 건

아무래도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상처주지 않는, 사랑다운 사랑을 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밖에 없어'라고 결국 말하게 되는 부부의 모습처럼요!

혹은 그만큼 쉽게 마음이 돌아설 만큼 애인과의 사이는 제목처럼 

사랑이 아니라 '스캔들'이었다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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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모든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학로 연극과는 다른 점은

이 거짓말들은 어느 정도 무난히 풀리고 넘어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주일이 혼자서 이 모든 상황을 계획한 것으로 해명하고 나서

부부, 주일, 출장요리사, 제시카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타격을 입거나 변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에서 주일의 한 마디처럼

출장요리사만 유일한 승자이고 주일이 상대적으로 피해자 같다는 말에는 

개인적으로 동감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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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탕 꿈인 것 같은 정신없는 현실 속에서

과연 저 상황이 연극 속에만 있는 막장 같은 설정인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부부 사이가 아니었더라도 그저 애인 사이였다면 

또다른 애인, 혹은 호감가는 사람이 생겨 고민하는 경우는 현실에 더 많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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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또다른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자신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건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기억 뿐만 아니라 

그 사람만 갖고 있는 수많은 장점들, 남들은 잘 알지 못할 약점조차도

상처주지 않고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매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스캔들처럼 내연의 관계가 되는 건 

좋아하는 사람들을 둘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마도 그 사람마저도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는 일일테니까요.


연극을 보면서도 내내 

인간관계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 스릴 있고 가벼워보였지만 

주인공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점점 감당할 수 없이 힘든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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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연극 <스캔들>처럼 

서로의 소중함을 굳이 또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낄 필요는 없겠죠!

사랑과 스캔들의 차이는 어쩌면 서로의 소중함을 먼저 알고 

스스로 상대방을 배려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고불변의 진리 같은 모든 인간관계에서의 한 마디는 

'있을 때 잘해!" 아닐까요? 

 

불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결국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해피엔딩으로 끝낸 연극 <스캔들>!

배우들까지 함께 무대와 연기를

즐기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던 <스캔들>을 함께 하세요!

 

- 이 리뷰는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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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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