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의 얘기를 들려줘! '컴온 컴온' [영화]

C'mom, c'mon!
글 입력 2022.06.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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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영화] 컴온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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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들어줘, 나의 슬픔! 와서 들려줘, 너의 기쁨!"

 

어린이의 삶과 미래에 대해 인터뷰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 어머니의 임종을 두고 오랜 시간 등돌리고 살던 여동생 비브의 부탁으로 육아 난이도 극상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9살 조카 제시를 돌보게 된다.

 

뜻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과 슬픔의 시간, 조용한 밤과 흥미로운 낮 시간을 함께하게 된 둘. 조니는 제시에게도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도리어 질문 세례를 받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과거를 꺼내게 되는데..이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 어쩐지 우리, 진짜 가족이 된 것만 같다.

 

'컴온 컴온'은 과거 세대와 미래 세대, 남매, 어색한 삼촌과 조카, 아이와 어른의 모습 등 다양한 관계의 측면을 담아낸다. 주인공 조니와 그의 조카 제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은 대화나 전화 통화로, 때론 독백으로 전달된다. 담백한 흑백 화면 덕분에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욱 귀기울여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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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을 인터뷰한다.

 

국가나 거주하고 있는 지역, 미래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인터뷰를 수집하던 도중 여동생 비브의 요청을 받고 조카 제시와 동행하게 된다. 9살 아이. 그것도 어딘가 (어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독특해보이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것 같은 제시와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낮에는 처음보는 아이들과 거시적인 질문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돌아오지만 밤에는 양치를 할 것인지, 스마트폰을 언제까지 볼 것인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조카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갓난아기 때 보고 거의 처음 본 조카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제시는 조니에게 고아 연기를 하며 상황극을 하자고 제안하고 자꾸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진다. 뉴욕 한복판에서 제시가 사라진 날, 조니의 꾸짖음을 듣고 제시는 말문을 닫는다.

 

답답한 마음에 조니는 비브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육아가) 이런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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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답답한건 제시도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오빠라고는 하지만 거의 처음보는 삼촌이라는 사람도 낯선데 갑자기 그 사람과 뉴욕에 가서 같이 잠깐 지내야 한단다. 아빠와 엄마는 따로 살지만 아무도 그 상황과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학교에는 친한 친구가 없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몰두하게 되지만 어른들은 못하게 막기만 한다.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삼촌의 마이크였다. 직접 헤드폰을 쓰고 뉴욕 곳곳의 소리들을 수집하면서 낯선 환경에 정을 붙이고, 녹음된 또래 친구들의 음성을 들으면서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게 아니였다는 생각도 해본다.

 

예측 불가한 제시의 행동들로 조니와 비브는 전보다 자주 통화하게 됐다. 처음에는 해결책을 위한 통화였지만, 전화라는 매체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남보다 못한 시절도 있었던 남매가 수화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제시의 짧은 뉴욕 여행 이후에도 비브와 조니, 제시는 전화로 일상적인 대화들을 자주 주고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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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와 비브, 제시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는 미국 전역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는다.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냐는 유쾌한 질문부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발전, 이민자의 고민을 묻는 현실적인 질문, 국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추상적인 질문들에도 아이들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아이들의 답변이 모두 이타적인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초능력을 질문받은 아이는 치유 능력을 말했고 바라는 점에는 미국이,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좀 더 남에게 베풀기를 원했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에 담지 못한 더 많은 아이들이 답변이 등장한다. 싸움이나 갈등이 아닌 평화와 화합을 말하는 대답들,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대답들에 영화 마지막에 등장한 제시의 음성이 오버랩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컴온 컴온!(C'mon, c'mon!) 어쩌면 영화는 우리들에게 지금 당장 뭐라도 하라고 외치는게 아닐까.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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