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 플레이리스트 '6곡 노래 추천' ② [음악]

두 번씩이나 설정한 프로필 뮤직 PART 2.
글 입력 2022.06.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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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건 참 쉽지 않다. 자신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선택을 할 때마다 기로에 놓이게 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나머지 한쪽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면 이것에 대한 후회감이 들고, 그럴 때마다 ‘아, 나는 왜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 혹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던 걸까’ 하고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늘어놓게 된다.


이러한 경험의 반복 속에서 인간은 일종의 해탈을 느끼고 인생을 덧없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혜롭기에, 어떻게든 현명하게 이러한 인생의 무의미를 헤쳐나갈 태도랄까, 방안들을 역사적으로 강구 해왔다. 인간 지혜의 축적인 모든 서적과 근대의 위대한 기록물들이 이를 방증한다. 교훈을 얻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면서 살아나간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위대한 사람들이 위인들로 남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인내와 노력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행복이 얻기 쉬운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삶의 방식을 잘못됐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자기 삶의 선택은 자신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몫이니까. 그 누구도 책임을 져주지 않기 때문에, 늘 깊고 충실하게 고민해야 한다.


서두를 거창하게 시작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요즘 내 삶에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어서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감정의 기복으로 인해 나의 요즈음이 편치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음악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듣고, 글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쓰기 때문에 알 수 없으나, 일부분 추론 가능한 것만 이야기하려 한다.


그래서 이번에 ‘두 번씩이나 설정한 프로필 뮤직 PART 2.’로 소개할 여섯 곡은 꽤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는 동시에, 담담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원래 마지막 곡은 브람스의 교향곡으로 하려고 했지만, 플레이리스트의 통일감에 어긋나는 부분도 있거니와, 지면에 올려서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재즈곡이 있었기에 변경하게 되었다.


*


지난번에 소개한 곡들은 장르를 따졌을 때 사이키델릭이 주를 이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번씩이나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으로 꼽게 된 것이라면, 단순히 음악 자체가 좋은 것을 넘어서, 나와 사이키델릭 사이에 어떠한 교집합이 존재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쩌면 사이키델릭이 사상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맞닿아 있을 수 있다.

 

 

- PART 2. -

 

 


 

 

① 언니네 이발관 - 산들산들


PART 2의 첫 번째 곡은 바로 한국 1세대 인디밴드의 대표 주자 격인 언니네 이발관이 부른 ‘산들산들’이라는 곡이다. 6집을 마지막으로 해체하였지만, 나의 청춘에 심대하게 기여를 해주신 이석원 씨가 리더이자 보컬로 활동해온 그룹이다. 대신 현재 그는 강의자이자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 명의 팬으로서 그를 다시 무대에서 보길 희망하는 건 큰 사치일까.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들은 언제나 그렇듯 가사가 예술적이다. 이석원 씨의 쓸쓸한 목소리와 어울려 가사와 멜로디는 하나가 된다. ‘레슨은 길고 축제는 짧다’라는 이센스의 명가사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산들산들’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또 겪을 걸 예상하면서도 삶의 남은 날들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② Claire – Fly Me To The Moon


누군가는 애니메이션의 덕후를 이상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덕후인 나는 에반게리온의 덕후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취향 존중을 해주세요’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위대한 작품의 기준이 엄격한 이들이 갖는 편견은, 자신이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막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니기에, 온전히 감상하고, 또 깊게 이해하고 나서도 별로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주위에서 ‘저 작품은 매니악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에만 휘둘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마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음악 얘기로 돌아와서, 사실 2020년 버전은 과거 에반게리온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엔딩의 ‘FLY ME TO THE MOON’이랑은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편곡은 같으나, 보컬이 다르다. 원곡이 차분한 느낌이었다면 새로운 버전은 뭐랄까, 조금 더 발랄해진 느낌이다. 처음에 나는 원곡이 익숙했고 더 좋다고 느꼈지만 듣다 보니 새로운 버전도 괜찮게 느껴졌다.


‘FLY ME TO THE MOON’은 오래된 스탠다드이지만, 내가 이 곡을 특히 자주 듣는 건 이 곡의 분위기가 작품과 찰떡일 뿐만 아니라 편곡의 완성도에 있어서 높은 성과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사노바풍의 편곡이지만 현악기 세션을 전주로 활용하여 곡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호소력 있는 높은 수준의 보컬을 동원함으로써 곡의 묘미를 한껏 살린다.


 

 

 

③ Taeko Onuki - Bohemian


도시인의 방랑벽을 다루고 있는 곡이라고 느꼈다. 도시인들이 직접적으로 일탈하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그런 것에 대한 동경심 비슷한 걸 대부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방랑벽’이라는 것도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일 수도, 혹은 각처에 널브러진 것처럼 보이는 도시의 희망일 수 있다.


이러한 동경의 대상, 혹은 도시가 제공하는 희망을 막상 목전에 두게 되었을 때 그것의 실체를 깨닫고 실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신이 기대했던 핑크빛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이다. 그렇지만 보헤미안은 끊임없이 자유롭게 방랑한다. 쉽사리 실망하지 않고,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내일의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며 해묵은 슬픔을 삼킨다. 뒤에 묻고선 돌아보지 않는다.

 

 

 


④ 김오키 – 코타르 증후군


김오키는 색소포니스트로서, 재즈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 재즈 뮤지션이다. 데뷔 초반에는 사회 비판적인 성격의 음악을 하다가 점차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우원재, 히피는집시였다 등의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곡에서였다.


‘코타르 증후군’이라는 곡은 ‘Music from Inner Peace‘라는 음악 추천 책을 통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코타르 증후군의 뜻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믿는 사람들로, 일명 '걷는 시체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이미 사라졌거나 죽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존 활동을 포기한 채 마치 좀비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코타르 증후군‘은 힘 빠지는 곡이다. 그렇지만 한숨을 푹푹 내쉬는 것 같은 색소폰 소리에 가슴 한쪽이 저며오는 듯하며, 어쩐지 우울한 무드에 젖어 들게 만든다. 마치 비 내리는 날에 INFP가 혼자 와인을 홀짝이며 감상하기 좋은 곡이랄까.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 반복되는 멜로디 안에 강한 이끌림이 있어서 조용하고 차분한 상태에서 듣길 추천한다.


 


 

⑤ Los Indios Tabajaras – Maria Elena


영화 아비정전하면 무조건 같이 떠오르는 곡이 아닐까 싶다. 영화 해피투게더하면 터틀즈의 ‘Happy Together’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처럼. 더운 나라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곡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 인상이 진하게 남아있을 것이고, 그래서 아비정전을 감상한 사람들이라면 듣는 순간마다 영화 속 장국영의 서사가 연상되기 마련일 것이다.


신나는 ‘Maria Elena’는 자비에 쿠거가 연주한 버전이다. 이 버전에 맞춰 맘보 춤을 추는 장국영의 모습은 아비정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알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더 자주 듣게 되는 건 차분한 편곡의 ‘Maria Elena’다. 라틴 재즈를 듣기 좋은 요즘 계절에 이국적인 라틴 컬렉션을 들으면서 여행을 간 듯한 대리만족감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⑥ Bill Evans – Peace Piece


빌 에반스의 연주는 정교하고 지적이며 부드럽다. ‘Peace Piece’를 알게 된 건 보노보라는 뮤지션이 ‘Late Night Tales’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이 곡을 추천하였을 때였다. 이전에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Waltz for Debby’라는 앨범을 많이 들었었지만 ‘Peace Piece’를 알게 된 이후로 빌 에반스라는 인물의 생애와 음악 스타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음에 안정이 필요할 때나, 차분하게 생각을 해야 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다. 내게는 ‘Alice in Wonderland’, ‘My Romance’와 더불어 ‘Peace Piece’가 빌 에반스가 연주한 곡들 중 최고이다. 특히 빌 에반스의 ‘Peace Piece’에서는 그의 클래식한 면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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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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