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밥 같은 영화 -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

글 입력 2022.06.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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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Chaplin. 나에게 찰리 채플린은 알고는 있지만 잘 모르던 사람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 속 태엽을 돌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교과서에 여러 번 등장하여 이름과 얼굴만 익숙한 정도였다.

 

한 시대의 아이코닉한 존재로 그를 알고 있었을 뿐, 그토록 여러 번 사진으로 만난 그의 영화를 볼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이번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그의 대표작 <시티 라이트 CITY LIGHTS>를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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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는 영화를 상영하는 동시에 40인조 오케스트라가 장면에 맞춰 연주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무성영화와 생음악의 조합은 각본, 연출, 주연, 그리고 작곡에까지 찰리 채플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 영화를 보는 가장 좋은 방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고전에 숨을 불어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성영화는, 아무래도 수많은 번쩍번쩍한 영상물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에게는 낯선 분야다. CG로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고, 후시녹음을 통해 완벽한 소리를 만들고, 수많은 기술을 사용하는 등 요즘의 영상에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말이 없는 무성영화를 애써 찾아가서 보기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맥시멀리스트로 살던 사람이 미니멀리스트로 살아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많은 걸 덜어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언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성영화인 <시티 라이트 CITY LIGHTS>를 보면서 언어를 빼더라도 몸으로 굉장히 많은 걸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말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 나아가 온몸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표현하며 사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찰리채플린의 움직이는 몸을 보며 나도 모르게 영화에 푹 빠져들어 관람하였다.


<시티 라이트 CITY LIGHTS>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떠돌이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늘 도시를 배회한다. 주머니 속 쥐어지는 돈은 단 돈 몇 푼.

 

화장한 오후, 길가를 배회하던 떠돌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 꽃을 파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가진 전 재산으로 꽃 한 송이를 사고자 한다. 때마침 백만장자가 차 문을 ‘쾅’ 하고 닫자 여인은 꽃을 산 떠돌이를 인정 많은 신사로 오인한다.

 

여인에게 애정을 느낀 떠돌이. 낮에는 여인에게 신문을 읽어주며 소식을 전하고 밤에는 여인의 치료비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술에 취한 백만장자와 친구가 된 떠돌이는 그로부터 여인의 치료비를 얻게 된다.

 

여인에게 떠돌이는 마음 따뜻한 모습이지만, 현실의 떠돌이는 비루한 행색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일쑤. 화려한 도시 속 떠돌이와 여인은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이 줄거리를 처음 보았을 때는 단순하게 적힌 스토리에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글로 읽었던 줄거리를 영화로 보았을 때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재미있었다. 속어로 '뻘 하게 웃기다'고 해야할까. 단순하고 직관적인 찰리채플린의 연기와 연출을 보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올 수 있었다.


코미디에서 간혹 타인을 상처 입히고 깎아내리는 걸 유머의 소재로 삼는 경우도 많다. 옛날 코미디 프로를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그 때문인데, <시티 라이트 CITY LIGHTS>는 그렇지 않고 따뜻하게 웃겼다. 1931년, 굉장히 옛날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타인을 깎아내리고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 웃기기 때문에 웃게 되는 개그 코드를 넣는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있었다. 사랑받을 만한 영화였다.


찰리 채플린이 복싱을 하는 장면에서는 여러 번 웃음이 터졌다. 엄숙하고 우아한 극장에서, 멋지게 차려 입은 오케스트라가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데, 어린애처럼 키득대며 웃다니! 나와 주변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몇 번이고 웃음이 터져 나와 웃겨 하는 기억이 아직도 기분 좋게 남아있다. 그 옛날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2022년의 우리에게 아직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1931년에 <시티 라이트 CITY LIGHTS>가 나왔을 때, 그 당시 사람들도 우리들처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이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향수에 빠져들었다. 1930년대에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위에 2022년의 내 주변의 아줌마들, 아저씨들, 학생들, 아이들의 웃음이 피식 빠져나오는 장면이 겹쳐졌다.


시대를 초월하여 웃음을 줄 수 있다니, 인류는 분명 시간이 한참 지나도 똥 이야기를 좋아하겠구나 하는 유치한 생각과 <시티 라이트 CITY LIGHTS>가 대단한 작품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이 터지는' 영화였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웃긴'도, '우스운'도, '웃음이 나오는'도 아닌, '웃음이 터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장면인데도 예상을 못한 것처럼 웃음이 터지는 이상한 영화였다. 그리고 동시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영화는 보는 와중의 느낌도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다 보고 나왔을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찰리채플린의 영화 <시티 라이트 CITY LIGHTS>는 공연장을 나오면서 마냥 낄낄거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남았다. 무해한 컨텐츠를 보고 나서 느끼는 편안함과 흐뭇한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시티 라이트 CITY LIGHTS>는 무해하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내용이 딱히 특별하거나 복잡한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있었고 이런 일이 있었다'하는 하나의 줄거리 밖에 없었는데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그 단순함이 좋았다.

 

최근의 드라마와 영화들은 긴장감과 재미를 위해, 복잡하고 어렵고 거칠고 세밀하고 다이나믹하게 사건과 인물을 얽어 만든다. 그런 컨텐츠들을 보다가 인물도 스토리도 단순한 이 영화를 본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단순한 이야기로 이렇게 재미있게 만든 영화를 보니, 맛있고 든든한 집밥을 먹은 기분이었다.


온갖 호화스러운 뷔페 음식을 먹다가도 든든하고 소담한 집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가끔 마음에 따뜻함이 필요할 때, 힘이 들 때 이 영화를 다시 볼 것 같다. 그 때는 이만큼 좋은 오케스트라 음악이 없는게 정말 아쉽겠지만 말이다.

 

 

(봄아트프로젝트)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 포스터.jpg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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