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사람]

나 하나 붙들고 사는 거 정말 쉽지 않구나
글 입력 2022.06.0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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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단풍잎!

 

 

지난 5월을 돌아본다.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버거웠던 한 달이었다. 나는 자주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그대로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한 번 길을 잃은 사람은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나에게는 내 삶을 감당할 만한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나름 나를 완전히 놓지 않고 붙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던 한 달이기도 했다. 아주 깊은 바닷속에서 끝도 없이 가라앉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들을 찾기 시작한 걸까. 새롭게 도전하는 일들이 많았고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5월에 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말하기 수업 - 말로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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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크고 또렷한 목소리를 가졌는데 낯선 사람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해서 목구멍이 턱 막혀 버린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당황해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을 때 나오는 내 목소리가 싫었고, 그래서 나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 아예 입을 열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하고 숨고 싶지 않았다.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서고 싶었다.

 

그래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말 바꿔 dream>이라는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되었다.

 

수업에서는 호흡과 발성을 다듬고 다양한 감정을 넣어 말하는 법, 내용을 명확하게 타인에게 전달하는 법 등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을 훈련했다.

 

또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각자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피드백을 주어서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신경 쓰고 연습할 수 있었다. 나는 말할 때 평소보다 입꼬리를 올리고 얼굴 근육을 많이 써서 말하면 전달력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과 자신감을 실어서 잘난척하는  듯이 말하는 것을 연습해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다양한 감정을 섞어서 말하는 연습을 할 때가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재미도 있었다. 평소에 내가 잘 표현하지 않는 감정들을 내 말에 녹여낼 때 묵혀있던 감정들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이 수업은 말하기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타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 나를 드러낼 때 느끼는 어려움은 근본적으로는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업은 분명히 오래 굳어진 나의 두려움에 맞서는데 큰 힘을 실어주었다. 말하기에 대한 저마다의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고 적용시키며 말하기에 전보다 흥미와 관심을 쏟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꾸준한 훈련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심리 상담 – 감정을 잘 느끼고 흘려보내는 법을 연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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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힘듦이 있고, 그것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고 살아간다. 세상일은 야속하게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고, 인간은 모두 불완전해서 우리는 슬픔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우울도 특별하 게 여기지 않았다. 오래 지속된 우울을 내가 평생 함께 데리고 살아가야 할 친구처럼 생각했고, 나는 내 감정과 멘탈 관리를 어느 정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이게 정말 잘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주 비관적인 상태에 놓였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했으며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벅찼다. 분명 어떤 문제가 있는데, 나는 그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의 조언과 도움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던 중,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에 대해 알게 되어 지원하고 대상자로 선정되어 단기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내 안에서 솟아나는 감정들을 ‘잘’ 느끼고 그것을 ‘잘’ 흘려보내는 것을 내가 많이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감정을(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않기 위해 늘 노력했는데, 그게 어떤 부분에서는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치거나 묵혀 두었을 감정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들여다보고 그 감정들을 내가 처리하는 패턴을 살피는 것에 신경 쓰고 있다.

 

7회 동안 진행되는 비교적 짧은 이 상담을 통해 내가 힘들어하는 문제들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면으로 나의 상태를 바라보고 고착화된 우울에 빠지는 패턴을 알아냄으로써 같은 감정과 상태에 담기더라도 스스로를 좀 더 능숙하게 컨트롤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길 기대한다.

 

 

 

3. 운동 – 몸과 마음의 근육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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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루틴 없이 굴러가는 일상이 나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엄습한 어느 날, 집 근처에 걸린 헬스장 광고 현수막을 보고 무작정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고 수강등록하고 나왔다.

 

요즘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도 덜 깬 상태에서 헬스장으로 향한다. 아침부터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땀을 흘리고 씻고 나면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오히려 몸에 에너지가 감돈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는 전보다 개운하고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운동은 나의 노력의 결과가 비교적 정직하게 드러나는 활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많은 일들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지만, 내 몸 하나만큼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고, 내가 노력한 만큼 그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으니까!

 

운동이 루틴으로 자리 잡고 나를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리게 하는 몸과 마음의 근육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앞으로도 난 또 수없이 넘어지고 좌절하겠지. 그리고 항상 그랬듯 다시 나는 나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넘어져도 훌훌 털고 일어나기 위해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운 5월을 잘 보내고 6월 한 달도 나를 잘 붙들고 살아봐야겠다.


 

[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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