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깨운, 팀 버튼 특별전

특별한 홀리데이, 인물에 대한 탐구, 오해받는 낙오자, 영화 속 주인공
글 입력 2022.05.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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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개최된 <팀 버튼 특별전>은 판타지 영화의 세계적인 거장 팀 버튼의 50년간의 발자취가 담긴 작품 전시다.

 

팀 버튼 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두 번째 월드 투어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그가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 회화, 데생, 사진은 물론, 영화 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까지 총 520여 점의 방대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팀 버튼은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영화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한 영화감독이다. 어딘가 기괴한 인물들은 판타지, 코미디, 호러가 뒤섞인 버트네스(Burtonesque, 버튼 양식)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양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가위손(1990), 크리스마스 악몽(1993),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유령 신부(2005) 등이 있다.

 

전시는 그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10개 주제로 구분하여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기억에 남았던 섹션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섹션 2 : 특별한 홀리데이 (HOLIY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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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특별한 홀리데이' 섹션.

 

이는 눈 오는 성탄절을 재현하듯 빨간 벽 위로 새하얀 눈이 흩날리는 광경을 연출했다. 여기서 다룬 <크리스마스 악몽>은 팀 버튼이 과거 버뱅크에 살던 시절 연말에 열렸던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축제 분위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와 악몽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조합으로부터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의 스토리보드와 이를 옮긴 영상 클립을 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쨍하고 밝은 색감의 화면 속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니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섹션 4 : 인물에 대한 탐구 (FIGURATIVE WORKS:MEN, WOMEN, OR CR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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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작품들 대부분 생명체 시리즈에 속했다. 그들의 동공은 아주 작거나 아예 없었으며, 신체가 이리저리 뒤틀려져 있었다. 이는 그가 현실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가 아닌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새롭게 해석하여 표현했기 덕분일 듯하다.

 

이 때문에 생명체들은 누군가에게 영혼을 뺏긴 것처럼 텅 빈 느낌이 들었고, 오래 바라볼수록 섬뜩해서 그런지 금방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눈길을 잡아끌었던 작품들이 있는데, 이는 지구본, 마스크, 거미 등 다양한 물건이나 동물로 창조된 이제껏 본 적 없는 괴상한 모양새를 띄었다.

 

그의 뛰어난 창의력과 표현력에 감탄하며 다음 섹션으로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섹션 5 : 오해받는 낙오자 (MISUNDERSTOOD OUT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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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섹션이 바로 '오해받는 낙오자'로, <유령신부>,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 등 소외된 아웃사이더(다른 말로 하면 사연 있는 괴물)들이 등장했다. 워낙 유명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되어 나타났기에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섹션의 끝에 즈음 소극장처럼 꾸며진 영화관에 들어가니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이 많았기에 빠르게 이동하느라 영상을 제대로 못 보고 넘긴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은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감상하고 나왔다.

 

굴 소년의 이야기는 부모가 더 나은 부부생활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먹어치우는 아주 끔찍한 결말은 물론, 흑백으로 표현되어 더욱 어둡고 실감나는 연출을 선보였다. 낯선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섹션 6 : 영화 속 주인공 (FILM CHARAC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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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데뷔작부터 가장 최근 작품까지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섹션으로, 영화의 콘셉트 드로잉, 회화, 대본, 스토리보드 등 제작 전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중간에 영화 클립을 띄우거나 캐릭터 피규어와 같은 조형물을 배치해두었다. 후자의 경우 영화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생생하고 입체적인 실물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위니토드>의 경우는 작품이 2~3점밖에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더 많은 작품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보다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전시 관람 전 사전 정보를 입수하는 것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 외 섹션들


 

이밖에도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가 판단하기에는 충분히 실현 가능성 있고 창의적인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스크린에 올려도 손색없을 만한 아이디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음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숫자가 살아있는 생물로 기묘하게 변한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는 실제와 가깝게 연출된 팀 버튼의 스튜디오가 등장했다. 평소 그림을 그리고 미래를 계획하는 등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팀 버튼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리된 책상과 물건들을 보며 그가 굉장히 깔끔한 성격임을 파악했다.

 

엄청난 다작을 쏟아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집중도 높은 작업 환경을 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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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유명한 작품들만 알았던 내게 또 다른 세상을 알려준 전시였다. 전시장 내 다양한 섹션, 풍부한 볼거리, 다채로운 미디어 덕분에 눈과 귀가 즐거웠다. 내 안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깨운 그의 작품들 덕분에 콘텐츠 창작자로서 많은 도움을 받아서 기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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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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