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은 어떠한 슬픔을 마주하고 있는가? -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도서]

글 입력 2022.05.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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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야오’의 삶 속 슬픔은 결국 역류하여 강이 되고 말았다.

 

가정폭력, 학교폭력에 임신과 유산까지. 평범한 일상이 그에겐 낯선 일들뿐이다. 이야오와 치밍은 서로의 곁을 항상 지탱하는듯 해보이지만, 결국은 무력해지고 만다.

 

그들은 어떠한 슬픔을 마주하고 있는가? 어떻게 각자의 슬픔을 풀어나가고 있는가? 이야오의 이야기는 비단 개인의 이야기라고 할 순 없다. 성숙하지 못한 나이를 가지는 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무관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불행이 가득한 삶 속에서 사는 이야오를 보며 나의 슬픔이 역류했던 시기가 떠올려본다. 고여 있을 수 없는 강물처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소진될 때까지 두고 볼 수 있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감정이 치유되고 본래의 회복탄력성을 가지기까지 큰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슬픔을 제대로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슬플 때는 괜찮아지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예 슬픔, 화, 짜증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히 거세시켜보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무감각해졌다. 원래도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저 극단까지 갔다가 균형으로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내 앞에서 과호흡이 와서 엉엉 울어도 슬프다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아빠가 암으로 수술해도 대기실에서 열심히 시험공부를 할 뿐이었다. 감정적으로 슬픔을 마주하지 못하니, 신체적으로 아팠다. 슬픔을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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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피카소의 청색 시대 당시의 작업물이 떠올랐다.

 

파리에서 있을 당시 지독했던 가난과고독,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검푸른 빛으로 표현해냈다. 사회의 소외계층이었던 병든 노인, 알콜 중독자, 가난한 자, 매춘부 등 음울한 소재를 그려내곤 했다.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밑바닥에서 느꼈던 슬픔은 죽음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작 <기타 치는 눈먼 노인>은 뼈마디가 앙상하게 다 드러난 시각장애인 노인이 기타를 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빈곤한 음색은 절망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노인의 생에 대한 의지도 찾아볼 수 있다.

 

피카소 인생에서 슬픔이 가득했던 청색 먹구름은 결국 소나기로 지나갈 수 있게 된다.

 

절망뿐이었던 삶 속에서 피카소가 슬픔을 마주했던 방식도 함께 확인해보길 바란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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