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이 지나고 올 시간에 대해 묻는다면. [음악]

피아니스트 최민석의 앨범 [Winter]
글 입력 2022.05.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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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 Winter (Minseok Choi Music / 2022)
겨울이 지나고 올 시간에 대해 묻는다면.

 

음악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것이 가능하다고 일러주는 게 바로 모양과 형태를 갖춘 한 장의 앨범이다.

 

대부분은 네모난 형태의 CD 케이스와 속지, 그 안에 음악이 담겨있는 CD로 이루어져 있으나 최민석의 앨범에는 조금 다른 물성이 깃들어있다. 쌓인 함박눈을 꾹 눌러 담은 듯 사각거리는 흰색 표지에 난반사되는 눈 결정들이 이루는 빛의 스펙트럼 같은 홀로그램.

 

난데없이 물성 타령이냐 반문할 수 있겠으나, 이걸 지나치면 이번 앨범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를 떨어뜨리는 실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준의 감각으로 시작하는 앨범은 이로써 우리에게 이곳에 깊이 들어갈 시간을 충분히 준다.

 

최민석의 윈터 프로젝트는 2021년 2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 곡을 한 편의 원고와 함께 발표한 일종의 연재였다. ‘Rhythm Smog’는 이번 앨범의 유일한 자작곡으로, 프로젝트 싱글 중 두 번째이고 이번 앨범에는 첫 번째로 수록돼있다.

 

차분하고 음울한 어조로 진행되는 이 곡은 아득한 안개와 흩날리는 눈발이 구분되지 않는 불투명한 겨울 어딘가에서 의식을 차린 듯한 느낌을 준다. 겨울은 보통 그렇게 찾아오기도 한다. 언제 찾아온 지도 모르게.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의 곡들로 이뤄진 앨범은 그의 말처럼 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은 듯 차근차근 흘러간다.

 

윈터 프로젝트라는 정체성으로 엮인 각자의 곡들은 놀랍도록 유사한 어법으로 겨울의 심상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다른 얘기를 전달한다. 한 계절이 셀 수 없이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곡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익숙하되(스탠더드) 결코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의 지평으로 우리를 이끈다. 겨울의 이미지와 빠르지 않은 템포, 비교적 정적인 멜로디 진행이 북구의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최민석에게 아무래도 그런 비유는 필요하지 않다.

 

멜로디의 심지가 살아 있고 힘이 느껴지는 타건은 여타 솔로 피아노에서 느껴지는 애수나 서정의 근거와 확실히 거리를 둔다. 오히려 스티브 쿤이 [Remembering Tomorrow]나 [Promises Kept]에서 들려준 것처럼 피아노라는 형체가 눈앞에서 현현하는 듯 연주한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무형의 피아니즘이 재즈 피아노의 서정을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그러모으는 한편 최민석의 연주는 그와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눈에 그리고 귀에 현상하면서 누구도 쉬이 들려주지 않은 방식으로 수년 전부터 착상한 겨울의 시간을 재생한다.

 

매달 한 곡씩 2월부터 12월까지 발매한 것이니, 세어보자면 앨범의 곡은 11곡이 되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12월에 마지막으로 발매한 ‘Cry Me a River’는 이번 앨범에서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음악을 하는 최민석이 아직 담기지 않은 12월의 곡을 어떤 식으로 예비하고 있는지... 오히려 그로 하여금 우리에게 겨울이 지나고 올 시간이 무엇인지 묻는 것 같다. 고작 듣는 귀로 답하는 이 마음이 어떻게 전달될지, 겨울을 담은 앨범의 흰 표지를 문지르며 생각해 본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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