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교는 변하지 않는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4.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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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학에 재학하며, 한국의 교육과 학교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늘 비판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예비교사로서, 교육학도로서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배워왔다.  자료조사에서 90년대 논문을 읽으며, 이미 30여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 교사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


교육은, 그리고 학교는 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 안에서 내려버렸다. 삐딱한 시선으로, 결국 변하지 않으니 수업이나 잘 해볼 궁리를 해보는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다시 “진짜” 학교를 접할 일이 잘 없다. 두 번의 교육실습을 통해 그 기회를 얻었고, 학교가 내가 다닐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교복


 

내가 실습으로 방문했던 한 학교의 학생들은 거의 체육복이나 사복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다른 한 학교의 학생들은 생활복이나 교복 차림이었는데, 이 역시 여학생들도 모두 교복바지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한 눈에 학교가 변화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땐, 여학생은 교복 바지를 입을 수 없었고, 교복 치마 안에 속바지를 입지 않는 것도 교칙 위반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확인하겠다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하복 블라우스는 팔을 들면 배가 보일 정도로 짧았다. 이 때문에 안에 반팔 티셔츠를 착용하곤 했는데 선생님들께 걸리면 혼나거나 벌점을 받았고, 진한 색 속옷이 비치는 것도 안 됐다. 또 겨울에도 사복외투를 입을 수 없었다. 학교를 다니며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점이었다.

 

“현재 동복, 춘추복, 생활복 모두 착용이 가능하며, 개개인이 느끼는 추위의 정도가 다름을 고려하여, 생활복 점퍼를 착용하고도 춥다면, 사복 외투 착용을 허용합니다.”


실습 학교의 아침 방송을 들으며, 이렇게 당연했던 것이 이제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일순 씁쓸하다가도 굉장히 기뻤다.

 

그간 여학생의 교복은 치마로 고정이 되어 있어 바지를 입고 싶으면 추가로 돈을 내고 구매했어야만 했다.  이에 대해 남학생은 바지, 여학생은 치마로 규정해 단순한 선택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학생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20.1월 국민신문고)와 같은 지적이 있었고, 이것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로 17개 시, 도 교육청에서 여학생도 바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많은 교복사에서 더욱 편한 교복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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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스쿨룩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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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스쿨룩스 광고)

 

 

학교에서 긴 시간을, 야간자율학습까지 하는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하루의 반 정도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편한 복장은 쾌적한 학교생활의 기본 바탕이 된다. 넥타이 하나에, 사복 하나에 매기는 벌점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이제서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자유학기제



자유학기제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기 위해 중학교에서 한 학기(자유학기제) 또는 두 학기(자유학년제)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이다. 자유학기제 운영 기간에는 일제식 지필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학생 참여형 수업과 이와 연계한 과정 중심 평가를 실시한다. (대한민국 정책위키)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일제식 고사가 모두 폐지되었고,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혹은 자유학년제를 도입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만 해도 낯선 제도에 대한 불신, 시험을 치지 않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 우려, 사교육에 의한 교육격차 심화, 학교별 자유학기제 활동의 질 차이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고, 나 역시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시험 없는 학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만나고 나서 그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시험이 없다 보니 교사들에게도 진도를 맞추어야 한다는 부담이 줄었고, 그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수업방식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도 단순 강의식 수업이 아닌 보다 체험 위주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이전처럼 학생생활기록부에 한 줄 더 기록되기 위한 학교 활동이 아닌, 정말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직접 선택해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년이라도, 한 학기만이라도 이렇게 시험부담 없이 즐거운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자유학기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새로운 공간


 

저번 실습학교에는 카페처럼 꾸며놓은 교실이 있었고, 이번 학교에서는 독특한 도서관과, 복도 공간을 활용하여 삭막한 복도가 아닌 아이들의 포근한 대화의 장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방문했던 세종의 한 중학교에는 세 개의 층을 잇는 널찍한 계단이 멋진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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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일보, 청주원평중학교)


 

학교 공간이 변하고 있다. 일례로, 세종시는 기존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공간을 학교의 구성원들과 함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교실 및 개방형 창의·감성 휴게학습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는 학교공간혁신사업인 ‘꿈마루’ 사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학교 공간 혁신에서는 교실이나 도서관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 그 핵심이 있는 것 같다. 기존의 학생들에게는 휴식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 책상에 엎드리거나, 운동장으로 나가는 것. 두 가지의 선택지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학생들에게 공부가 목적이 아닌 공간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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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변화한 공간은 심미적으로 보기에 예쁘고 감각을 자극할 뿐 아니라 사각형의 획일적이고 닫힌 공간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으로 살아 숨 쉬는 열린 공간이 된다. 이런 공간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틈을 열어주지 않을까.

 

*

 

이외에도 주1회 채식,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대외활동 기회의 제공도 엿볼 수 있었다.

 

항상 학교는, 교육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학창시절과는 사뭇 다른 학교의 풍경을 두 번의 실습에서 목격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아이들이 변하는데 학교라고 변하지 않겠는가.

 

물론 대학수학능력검사와 대입이라는 거대한 제도 아래 근본적인 경쟁 시스템은 아직까지 변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그러나 학교는 조금씩 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를 실제로 반영하고 있다. 이 작은 성취들을 축하하고 싶다.


지금 나의 또래인 청년들은 많이들 우울하고, 불안해한다. 우리와 조금 다른 학교를 지나올 다음 세대는 조금 더 나은 청년기를 맞이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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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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