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인생에도 기본기가 있다면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해두면 좋은 일
글 입력 2022.03.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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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새로 배우다보면 기본기와 기초를 항상 강조한다. 대학교에서는 00개론이라는 이름으로 그 학문의 기초이론을 배우고, 운동을 할 때는 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자세나 기초적인 힘을 기를 수 있는 동작을 먼저 배운다. 기타나 피아노를 배울때도 마찬가지이다. 손의 힘을 기르고 기본적인 음계를 익힐 목적으로 지루한 스케일 연습을 매일매일 해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본적인 기반이 잘 다져져있어야 쉽게 쌓아올릴 수 있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말인 것 같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라!’같은 이야기를 꽤 많이 들으며 자랐다. 무언가를 배울 때는 기본기부터 다시 제대로 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기본기를 지나 다음단계로 넘어갔을 때도 다시 돌아와 첫 마음을 떠올리고 지루한 반복연습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뜻이다. 내 경험도 그렇다. 운동이나 악기를 배울 때 잘하고 싶은 곡이나 동작이 잘 안 될 때는 조금해하지 않고 기본기를 다시 연습하다보면 힘도 붙고 손에 더 쉽게 익숙해져 실력이 늘었다. 기초가 중요하다.


인생에도 기본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학교에 가고 싶은 요즘이다. 그것도 초-중-고등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다. 대학교에서 했던 공부도 재밌었고 이런저런 학원을 다니며 배우던 것도 재밌었지만, 인생의 기초부터 다시 쌓아나가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고 어려울 때가 생기면 어처구니없게 이런 생각까지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없으니, 고민해본다. 인생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너무 거창하다. 쉬는 날, 시간이 생겼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해두면 좋은 일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이랄까. 누군에게 대단한걸 알려주거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절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만약 나에게 자식이 생기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싶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지금은 나에게 해주고싶은 말이자 지키고싶은 것들이다.




운동


 

어릴 때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를 들어본 적 있다. 오래되고 낡은 말이라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왜 이런 말이 있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운동은 기본적으로 고통에 저항하는 행위라서 운동을 하게 되면 고통에 대한 내성과 저항력이 강해진다. 체력이 좋아지면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조금 더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


특수부대 출신 유튜버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최근에는 강철부대 2도 방영중인데, 출연한 인물들이 ‘정신력으로 체력의 한계를 넘는다. 멘탈이 피지컬을 지배한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수준에 와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이지 정신력만으로 당장 일반인이 엘리트 체육인이나 특수부대처럼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보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말이 좋다. 재치 있는 말이고, 실제로 가끔 체력이 월등하고 힘이 좋으면 일이 쉬워지는 경우도 있다. 행정이나 머리를 쓰는 일도 체력을 꽤 요구하기 때문에 운동을 평소에 해두면 더 오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10대 때는 어른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공감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지날수록 살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20대 초반의 잦은 음주와 밤샘으로, 30대 초반에 과로와 스트레스로 체력도 떨어지고 머리도 빠지고 여기저기 아픈 구석이 생기기 시작하자 억지로라도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해서 몸을 잘 관리해주고 미리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후회할 일은 없다. 게다가 실제로 해보면 재밌는 운동도 많고,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데도 좋은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책 읽기


 

내 인생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친구들과 운동하며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많이 읽었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각종 무협소설이나 판타지에 빠져 함께 읽기도 했고, 고등학교때는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나도 나중에 책을 쓰고싶다는 혼자만의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때는 심리학자가 되는게 꿈이었다.)


대학교에 와서는 훨씬 본격적이었다. 전공과 연관이 있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세어보니 한 해에 읽은 책의 권수가 매년 200권 가까이 됐다. 책상에는 항상 책을 쌓아두고 살았고 다양한 분야를 돌려가며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고작 그 정도 가지고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사람들과 대화할 때 도움이 된다. 배경지식과 관심사가 넓어지니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말을 꺼낼 수 있고, 얇지만 넓게 이해하다보니 다름에 대한 포용력도 강해지는 것 같다. 엊그제는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책에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적당히 대화에 끼어드니 너는 그런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거냐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는 효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소통하고 싶어서도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수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 힐링 에세이류의 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다.


책을 읽다보면 ‘내 마음을 읽어주는 듯한 문장’이 발견될 때가 있다. 내가 어럼풋이 생각하고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감정이나 생각을 잘 정리해서 표현하는 글을 만날 때면 감탄스럽고 감격스럽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의 대한 답이 책을 읽다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철학이나 소설 역사, 과학 분야를 막론하고 여기저기서 그런 순간들을 찾을 수 있어 더 재미있다. 그럴 때면 동시대의 누군가와, 이 책을 쓴 옛날 옛적의 누군가와 정말로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내 마음을 달래왔다.




언어 


 

언어를 잘 다룰줄 알면 삶의 폭이 넓어진다. 언어에는 당연히 모국어인 한국어도 포함되고, 영어와 제2외국어도 포함된다.


언어는 사유를 반영하고 사유의 체계 역시 모국어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정밀하게 잘 다룰수록 자신의 감정과 환경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할수록 오해와 분란은 줄고 소통의 가능성이 늘어난다. 모국어니까 자연스럽게 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국어이기 때문에 훨씬 중요하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언어란 수능을 위해 영어공부하듯이 단어 뜻과 문법을 많이 알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언어를 도구로 다양하고 논리적인 사유를 할 수 있고, 미묘한 어감과 분위기를 통해 상황의 맥락과 분위기를 유추해낼 수 있고, 오해와 왜곡 없이 감정과 생각을 전달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이상을 말한다.


그리고 그 기반을 기초로 다른 언어를 배워나가면 삶의 폭이 넓어진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말뜻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문화권의 문화적인 배경이나 맥락, 뉘앙스까지 학습하는 것이라 삶에 다양성이 더 더해지는 것 같다.


영어야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인과 당장 영어로 대화할 일이 없더라도 취업이나 자격 증명을 위해 성적을 요구하기도 하고, 해외에 나가면 현지인들과 요긴하게 대화할 수도 있다. 책을 많이 안 읽고 글을 안 쓰면 말이 단순해지고 다양한 표현이 어려워지듯이 타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단시간에 실력을 확 늘릴수도 있지만 시간을 꾸준히 투자하고 익숙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꾸준한게 중요한 것 같다.


의외로 세계에는 영어를 못 쓰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처럼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고 잘 하는 사람도 많은 나라에서도 누군가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걸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생각보다 영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하나 잘하기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언어나 관심있는 지역, 문화권의 언어 하나쯤 익혀두면 더 지경이 넓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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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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