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학자와 예술가를 모두 사로잡은 빛의 신비, 책 '빛이 매혹이 될 때'

글 입력 2022.03.0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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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이 화면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있기 때문이다. 화면이 자체적으로 색을 가지고 망막에 맺히는 것이 아니라, 화면이 반사한 빛의 일부가 우리 눈에 들어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 화면의 색을 구성한 것이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책 <빛이 매혹이 될 때>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위 문장과 같을 것이다.

 

책의 저자는 앙리 루소처럼 휴일마다 붓을 드는 '일요일의 화가'이다. 본업은 물리학자, 예술을 하는 과학자인 것이다. 본디 화가를 꿈꿨다는 저자는 물리학의 길을 선택한 이후에도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그 마음이 살아있어 여러 연구 분야 중 '빛'을 선택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빛, 빛은 곧 색의 조합이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무지개색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우연히 포착한 뉴턴이 색의 진실을 밝혀내었다. 우리가 다채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단숨에 미술계를 사로잡았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살아있는 색을, 아니 빛의 움직임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인상주의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기억에 의존한 그림이 아닌,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찰나의 순간을 그리고자 했다. 오후 12시의 태양과 오후 3시의 태양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보다 정교하게 빛을 표현하고 싶었던 화가들은 자신만의 화법을 발전시키기에 이르렀다.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빛을 통해 망막으로 들어오는 색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보일까? 빛은 색의 조합이다. 프리즘을 통해 빛이 곧 색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뉴턴의 광학 이론으로 색을 정의하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말한 이가 등장하였으니, 그가 바로 독일 문학의 대부호 괴테이다.

 

괴테는 감각의 측면에서 색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 색과 잘 어울리는 형용사가 다르다는 것을 정리해둔 색 원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통용되는 색 이미지를 그 시대에 이미 고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오직 빛만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따라서 우리의 삶이 색으로만 둘러싸여 있다면, 지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빛은 어둠이 있기에 더욱 반짝이기 때문이다.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흠뻑 취한 나르키소스를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극적으로 묘사해 내었다. 연극 무대에서 핀 조명을 받은 배우 같기도 한 모습이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푹 빠져든 모습을 이리도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빛 때문만이 아님을, 이 그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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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나르키소스>, 1597~1599년

 

 

책 <빛이 매혹이 될 때>는 내가 읽었던 과학-예술 서적 중에서 가장 조화를 잘 찾은 책이었다.

 

실제 저자가 과학자이자 화가라는 점이 굉장히 큰 메리트로 반영되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인 설명과 작품 설명의 배치가 적절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덕분에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과학을 무척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빛의 발견이 예술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과학적 발견은 과학이라는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참 좋아했었다. 내가 수학을 조금만 더 잘했다면, 나도 예술계에 도움이 되는 과학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운 마음과 못내 아쉬운 마음이 함께 일렁인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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