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모습들 -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영화]

글 입력 2022.03.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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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사랑하면서도 떠나고 싶을 수 있어”

 

사랑해서 떠난다.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드라마 속 대사로, 노랫말로, 누군가를 통해 한 번쯤 들어본 듯한 그 말. 그렇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도, 온전히 이해되지도 않는 말이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의 주인공 에드워드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우리의 부모님, 어쩌면 그보다 지긋한 나이의 누군가 또한 사랑해서 떠난다는 일, 그 일을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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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의 시작점, 분명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고 믿었던 순간들, 달라진 사랑의 모습들.

 

영화는 남편 에드워드가 아내인 그레이스와 함께한 29년을 뒤로하고, 그녀를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 한 사람, 그들의 아들 제이미는 에드워드와 그레이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이해하려 하지만 스스로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도 쉽지 않다.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사람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레이스, 응답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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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그레이스는 시를 사랑하고, 시를 엮어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숨김없이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도 늘 깊이 생각하고 서로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에 나 스스로와 가족들이 행복한지부터 새롭게 발견한 흥미진진한 사실과 생각들도, 최근엔 어떤 고민이 밤마다 잠 못 들게 하는지도 모두 털어놓는 그레이스다.


그래서 그레이스의 말은 물음표로 끝날 때가 많다. 나의 마음을 표현한 것처럼 상대의 상황과 감정은 어떠한지 묻고 또 묻는다. 그레이스에게 사랑은 응답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사랑하는 상대가 자꾸 궁금해지는 마음. 좀 더 알고 싶어 끝없는 물음표가 이어지는 상황도 선명히 그려진다. 하지만 쏟아지는 질문을 받는 상대는 어떤 기분일지 알아줄 때가 되었다. 조용하고 고요함을 사랑하는 에드워드는 그레이스의 질문에 그녀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갈등이 점점 커져갔던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가만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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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에드워드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에드워드는 조용하고 점잖은 성격이다. 말과 행동에 앞서 천천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차분하게 생각하고 머무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기만의 공간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사랑을 꼭 거창한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다란 이벤트, 감동적인 말이 사랑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일 마주 앉아 아침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순간순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전해진다고 믿는다.


이 점에서 에드워드는 그레이스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레이스가 건네는 무수한 관심과 질문에 부담을 느끼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레이스가 에드워드만의 공간을 넘어설 때마다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녀가 기대하는 응답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에드워드의 사랑은 그만의 사랑, 그의 성격을 닮아있다. 이에 대해 누구도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조금 더 표현해 주기를, 마음을 공유해 주기를 바라는 상대의 간절한 마음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좀 더 일찍 그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더라면, 그의 고민을 그만의 것으로 오래도록 안고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이미, 사랑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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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는 에드워드와 그레이스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오랜만에 부모님 집을 찾은 제이미는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가끔 서로 다른 성격으로 다투던 부모님이지만,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돌연 아버지 그레이스가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


제이미의 마음에 가장 기울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헤어진다는 사실에 깊은 상처를 받지만,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기도 전에 에드워드와 그레이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하는 든든한 아들이 되어야 했다.

 

떠나는 에드워드가 밉지만 그간 홀로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을 시간을 모를 리 없다. 감정적인 그레이스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태를 받아주기도 어렵다. 어쩐지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데 억울하기도 하지만, 상처받은 그레이스를 두고 떠날 수도 없다.


제이미는 힘든 시간 속에서 조금씩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실체도 없고, 시작과 끝도 분명하지 않은 사랑이란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떠나는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마음에 상처를 남긴 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미워하지는 않기로 한다. 슬퍼하는 자신을 한마음으로 위로해 주는 직장 동료들에게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볼수록 어렵고, 갈수록 복잡해져만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지치는 날들에도 마음 한켠에서 떠나지 않는 것. 사랑이란 그렇다.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하나의 정의를 지니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저마다 사랑이라고 믿는 것, 그 믿음만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 나의 사랑으로 상대의 사랑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 그것만을 기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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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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