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5년 지기 술 친구와 낮술하면 벌어지는 일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대화도 안 풀리고, 술도 맛없고.
글 입력 2022.02.26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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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2.14 서촌 침니펍에서

 

 

그날은 인터뷰를 빙자한 만남이었다. 별일 없어도 만나는 사이에 인터뷰라는 형식을 갖춘 만남은 참으로 별일이었다. 항상 너를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은 똑같았다. “오늘 기분은 어때?” 그리고 돌아오는 답변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 영경 )

- 오늘 기분은 어때?

- 사실 어제 잠을 잘 못 잤어.

- 왜?

- 그냥 고민이 많아서. 뭐 좀 계속 찾아보고 작업하다가…

 

그렇게 고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인사말 네 마디로 어쩌면 그날의 대화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인터뷰는 망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망한 이유를 되새겨봤다. 첫째로, 둘 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어쩌면 둘 다 만남을 빙자하여 정신없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만히 내버려 둘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로, ‘친구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담아내면 좋을까’ 쓸데없는 부담감 때문에 이도 저도 갈피를 못 잡은 탓에 가이드라인조차 엉망진창인 상태로 친구를 대면한 나의 탓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인터뷰를 위한 시간은 끝나버렸다. 속절없이.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글은 당신의 애호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Project 당신- 지인 인터뷰’의 취지와 벗어나는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지금의 실패를 기억하고 나의 애호하는 너의 이야기를 꼭 다시 제대로 담아내겠다는 약속을 새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이 글은 정신없는 와중에 둘이서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간 대화의 기록이며, 그날 무수하게도 부서진 대화의 조각들 중 일부를 간신히 옮겨와 편집한 글이다. 끝으로 우리는 입 모아 말했다.

 

“인터뷰는 다음 기회에 다시…”

 
 

 

친해지는 속도가 비슷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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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샷. 영경은 각도가 생명이라 했다.

 

 

- 전에는 더 어려워했잖아. 너 속 이야기하는 거.

 

- 그치. 굉장한 발전이야. 그게 벌써 5년 전이잖아. 21살 때 만났으니까.

앞으로 5년 동안 또 얼마나 더 큰 발전이 있을지 몰라.

 

5년이면 서로 주고받은 편지가 꽤 된다. 영경은 늘 편지 속에서 임팩트 있는 말로 그때 그 순간을 살아가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현재까지 나의 인생 모토이기도 한 ‘Bleib so, wie du bist’(‘너대로 살라’)라는 말도 나의 생일날 영경이 내게 써준 말이다. 짧지만 강한 말. 누구보다 나에게 꼭 힘이 되는 말.

 

이 문장을 쓴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아주 잘 안다. 한창 '나는 누구인가, 삶은 왜 살아야 할까' 계속 나아가기를 주저하고 혼란스러워하던 그날, 영경은 묵묵히 나의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편지를 받았다. 그곳에 쓰여있던 말. '나라도 나를 받아들여라.' '나 자신을 기꺼이 마주 하라.' 결국 인생을 사는 것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는 것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영경이 내게 던진 수많은 말들과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용되는 꽤 강하고 단단한 위로였다.

 

그리고 이제서야 밝히는 비하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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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경이 건넨, (그러나 그도 모르게) 나에겐 인생 전환점이 되어준 편지.

 

 

- 이건 진짜 정확하게 기억해. 고3이었나 그때 일기장에 적은 얘기였어. 그때 뭘 해도 안 되는 시기였어. 인간관계도 안 풀리고, 공부도 안 되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세상 모든 게 다 불만인 거야. 그래서 일기장에 욕도 쓰고 ‘아무도 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했단 말이야. 근데 어느 순간 갑자기 ‘나라도 이런 나를 인정해야겠다’라는 이야기를 썼었어. 신기하게도 그런 결론을 내리고 나니까 ‘세상은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편한 거야. 부정적인 결론이라기보다 결국은 내 인생인 거잖아. 내가 걸어가고 내가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라 생각하면 편하거든. 그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너한테서 보이는 거야. 그래서 그 말을 편지에 적었지.

 

- 요즘에는 잘 안 보는데 한때 그 편지를 자주 들여다봤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제 제법 단단해졌다 생각했는데 한없이 나약해질 때. 편지를 보면 그때 얻었던 위로나 격려의 순간을 떠올리게 되고 그럼 나도 조금씩 살아나더라고. 다시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네가 정말 편하게 느껴지고 관계가 깊어지게 된 전환점이랄까, 그게 나는 이 편지를 받고 나서부터였거든. 너는 어때?

 

- 근데 나는 인생에 어떤 기억할 만한 포인트가 있진 않고. 그냥 점점 스며들듯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친해져서. 우리는 (친해지는) 속도가 비슷했던 것 같아.

 

- 그 속도가 서로 맞기 쉽지 않은데 말이야.

 

- 신기하긴 하지.

 

 

  

아무튼, 술


  

한창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에 확성기를 댄 것 마냥 격하게 반응하던 대학 시절, 외롭지 않게 나의 곁을 함께해 준 친구들이 있다. 술로 다져진 우정이랄까. 처음에는 술에 기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친구들에게 기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밤이 새 가도록 인생 이야기를 풀어가며 함께 마시던 술에는 늘 단맛이 돌았다. 어쩌다 지금은 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자발적인 독서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이름은 酒(술 주)객전도. 술만 마시던 모임에 '책'이 들어선 것이다. 말 그대로 주객전도된 상황이다. 영경도 酒객전도의 일원이다.

 

- 우리 주객전도 처음 시작할 때 ‘책으로 자기소개하기’ 했었잖아. 너 어떤 책 했었는지 기억나?

 

- 기억 안 나. 무슨 책이었어?

 

-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

 

 

비슷한 기질을 갖고 있고 비슷한 상태가 될 수 있는 나의 오랜 술친구들과 미래의 술친구들과 오래오래 술 마시면서 살고 싶다. 너무 사소해서, 너무 유치해서, 너무 쿨하지 못해서, 너무 쑥스러워서, 혹시 기분 상할까봐, 관계가 틀어질까봐, 어색해질까봐 같은 계산 다 던져버리고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술과 함께 한 발 더. 그러다 보면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순간도 생긴다. 그저 술잔 한 번 부딪히는 것으로,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으니까.

 

- 김혼비의 《아무튼, 술》 본문 中

 

 

자기소개로 술이라니. 왜 하필 이 책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싶었는지, 정작 이 책을 고른 당사자도 현장에 있었던 나도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너도 나만큼 술에 진심이구나’하는 동질감에 그 구절을 읽던 목소리에 집중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긴 너는 내가 먼저 ‘마실래?’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번뜩이는 눈빛만 봐도 바로 신호를 알아차리는 사람이었으니, 그런 네가 나의 술친구였으니 굳이 이유를 듣지 않아도 꽤나 설득력 있는 책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 그때 정말 술에 진심이었구나?

 

- 그때 되게 진심이었지.

 

-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술》 너무 팬이야. 그 책을 카페에서 깔깔 웃으면서 읽은 기억이 나. 그것도 혼자서. 내가 또 언어유희 천재들을 너무 좋아하잖아.

 

그러나 며칠 전에 내게 건넨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요즘 술이 맛이 없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 한 마디에 유일한 술친구를 잃어버린 듯한 슬픔에 잠깐 낙담했다.) 슬픔도 잠시 화이트 와인은 괜찮다는 너의 말에 나는 금방 미소를 띠었다. 어린아이같이. 그리고 영경이 덧붙인 말은,

 

- 우리가 겨울에 리스본 가서 화이트 와인을 마셔서 그런가. 겨울에 화이트 와인을 차게 해서 마시면 너무 맛있는 것 같아.

  

둘이서 유럽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지금 영경은 리스본에 도착한 그날 호스텔 근처 식당에서 마신 그 화이트 와인을 떠올렸다. 나도 아주 가끔 좋아하는 것들이 함께 모여 있는 행복한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나의 친구 영경, 우연히 만나 반가웠던 독일 주인분과 나누었던 다정한 대화의 온도, 그리고 그날의 설렘을 종점으로 날아오르게 한 가볍고 산뜻했던 맛 좋은 화이트 와인까지. 좋았던가 보다. 영경도 겨울에 화이트 와인을 보면 그 기억이 먼저 떠오를 만큼.

 

영경은 바로 앞에 놓인 화이트 와인잔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다시 술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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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화이트 와인잔에 그대로 담긴 바깥 풍경이 예뻤다. 사계절을 다 담아오고 싶을 정도로.

 

 

- 20대 초반에는 슬럼프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술을 마셔도 맛있게 잘 마셨거든. 건강해서 그랬나. 근데 이제는 슬플 때 술을 마시면 그게 끝은 아니니까, 다음에 내가 해결해야 될 일이 남았다는 걸 아니까 오히려 기분만 나쁜 거야.

 

- 그렇지. 예전에는 술 마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홧김에 마시는 술이 해결해 주지 않지 나의 인생을.

 

- 생각을 해봤는데 그때는 감정적인 문제가 더 컸다면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와닿는 것 같아. 전날 술을 마셔서 오늘 너무 피곤하고 짜증 나 죽겠는데, 해야 될 일은 있고. 이게 너무 싫어. 물론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마시는 건 좋지. 근데 홧김에 술 마셔야지, 이제 이런 생각은 안 하게 되는 것 같아.

 

- 맞아 그건 나도 그래. 나는 술이 정말 맛있어서 마시는 성격이잖아. 근데 며칠 전에도 너네 집에서 술을 마신 게 너무 좋았거든? 근데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분이 되게 헛헛한 거야.

 

- 알코올이 좀 깨면서 멀쩡한 정신이 돌아올 때 느껴지는 감각이 그렇게 유쾌하지가 않아 이제. 다음 날 맨날 첫차도 타고 그랬는데 말이야. 요즘에는 오늘 마셨다 하면 내일 운동을 해야겠는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 (웃음) 맞아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이래서 술은 진짜 기분 좋을 때 마셔야 되나 봐.

 

- 응. 정말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이제는 그렇지, 이제는 아니야.’ 그런 말들을 반복적으로 주고받으며 시간은 흘러왔고 우리는 변했음을 자각했다. 그때 그 시절 한없이 감정의 늪에 빠져도 좋았던, 그래서 술의 알딸딸함에 허우적대던 시기는 지나왔음을. ‘이제는’ 각자의 앞에 놓여있는 현실이라는 벽에 더욱 흔들리고 있는 우리였다.

 

- 지금은 시간이 벌써 1년 반 정도 흘렀잖아. 상황도 변하고 심경도 변했을 테고. 이번에 책으로 자기소개를 해본다면 어떤 책을 고를 거야?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그냥 요즘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기도 하고 나는 평생 내가 누군지 찾아가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그거 세 번이나 읽었는데…

 

- 또 언제 읽고 싶어?

 

- 삼십 대에.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 언제였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뭉뚱그려서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 네가 말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이야?

 

- 그냥 뭐랄까. 아이가 원하는 대로 클 수 있도록,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 그 기반을 마련해 주고 성장하는 과정을 잘 지켜봐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 아닐까 생각했어.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꿈꿨던 것 같아. 무엇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생각들을 아이디어로 풀어내고 실제 결과물로 이어졌을 때, 그 결과물이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되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 그럼 네가 만든 걸 보는 사람이 어떤 반응을 했으면 좋겠어?

 

- 일단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맞아, 이게 내가 필요했던 건데!” 이런 반응이면 더 좋겠고. 그런 반응을 얻으려면 내가 공부를 많이 해야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걸 원하는지. 그래서 책도 보고 여러 가지를 수집하고 있지.

 

- 실제로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들어본 적 있어?

 

- 설문조사를 받아본 적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는 답변을 받으면 성취감이 컸고 유의미한 결과였다는 생각을 하지. 근데 성취감으로만 먹고산다는 게 쉽지 않잖아. 대단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뭔가 만들어내거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답답한 게 있어서 계속 ‘만드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문화예술 분야 쪽으로 영상도 만들어보고, 마케팅 쪽에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음악도 해보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답답해지는 성향은 참으로 비슷하다. 역시 인간은 말하는 동물 이랬다. 우리는 만나면 보통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를 나누다가도, 각자의 시선에서 영감을 주는 것들은 종종 흔한 대화의 소재가 되곤 했다. 특히 눈을 번뜩이게 할 정도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에는 더욱 즐거워하면서.

 

요컨대, 오늘 만난 이곳에서도 그렇다. 가게 벽에 빈 구석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무분별하게 붙어있는 외국 감성의 우표, 엽서, 그리고 포스터들을 둘러보며 영경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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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셉을 모르겠네. 

 

- 그게 컨셉 아닐까? 일부러 여러 나라 우표나 엽서나 포스터로 꽉 채워서 더 외국 감성이 느껴지게 한 것 같기도 하고... (나름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 둘러대는 나였다.)

 

- 만약 체코에 한인타운이 있다면, 그 골목길 맨 끝에 있을 것 같은 곳이야. (이내 다시 둘러보고는 아주 깔끔한 총평을 남기는 영경이었다.)

 

- 오 진짜! 그럴 것 같네. (찰떡 같은 비유에 격하게 공감하며 맞장구를 치는 나로 마무리.)

 

그것이 우리의 대화였다. 감성과 분석을 오가는.

 


다시 본 대화로 돌아와서.

 

- 우리 둘 다 창작의 욕구가 강하잖아. 일상에서 대화할 때에도 ‘저거 멋지다’로 끝나지 않고 저건 왜 좋은지 구체적인 이유를 둘러대고,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 그렇게 아이디어로만 그칠 때가 많더라고. 그래서 아이디어로만 있을 때의 순간을 더 남겨두고 싶어서 유튜브를 만들까 생각 중.

 

- 오 진짜? 근데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아이디어를 순간으로 남긴다라…

 

-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 취향인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아이디어는 결과물 이전의 씨앗이 되는 거잖아. 그래서 그 씨앗일 때, 날것의 아이디어를 유튜브에 남기고 싶은 거지.

 

- 그러니까 이건 너에 대한 기록인 거네.

 

- 그렇지. 나도 그걸 보고 참고를 하고 싶어.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남겨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왜 이런 걸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싶었어. 그리고 아카이빙을 하다 보면 나의 다음 길을 모색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유튜브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까 늘 고민을 하던 영경에게서 오랜만에 들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알게 모르게 영경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나였다. 무엇보다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영경의 고백(쉽게 들을 수 없는, 그래서 더 귀한)에 나도 덩달아 동해지는 순간이었다. 좋은 어른의 모습은 무엇일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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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로 삐져나오는 추억의 향기에 잠시 젖었다가도 금방 현실로 돌아와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늘어놓았다. 예전의 추억과 미래의 꿈을 안주 삼아 술잔을 맞부딪히는 우리였다. 왠지 모를 적막함이 가득했다. 그러다가 바람 빠진 풍선 마냥 김 새는 대화에 한 술 더 떠서 술맛까지 없어진, 이 어이없는 상황에 자꾸만 픽픽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흐....흐흐흐....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선 "술을 마시지 말고 커피를 마셨어야 되나."하고 한탄 섞인 말을 내뱉는 영경이었다. 그의 말에 "에휴 뭘 또..."하고 뜨듯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나였다. '또'라는 단어 뒤 아련하게 남은 온점 3개에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말을 이제서야 전한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대화도 안 풀리고, 술도 맛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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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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