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짜 내 우주를 찾는 방법 [문화 전반]

월든존에서 일기를 씁니다.
글 입력 2022.02.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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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돌아오는 3월과 9월에는 학사과정에 맞춰 진행되는 수업을 듣는다. 동아리, 대외활동, 공모전 등 남들 다 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가며 ‘의무적’이라고 믿어지는 일들에 떠밀린다. 글, 사진, 영상, 광고 등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그렇지만 섣불리 하나를 시작하기보다 중요한 결정이라는 핑계로 잠시 미뤄두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한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우울감에 빠져버리는 ‘대2병’에 걸리고 말았다.

 

늘 그랬듯 보편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따라 나아가려고 하자 선뜻 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홀로 땅굴을 파고 들어가 온갖 생각을 펼쳐봤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끝없는 고민이 시작됐다.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줄곧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느라 정작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를 귀울이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고, 미래는 너무나 불확실했다. 불확실한 미래는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만들어냈다.

 

 

’다들’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다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하는 것처럼 해서는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 <고독의 발견>,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실체 없는 걱정을 떨쳐내려면 진로를 선택하기에 앞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나'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나를 찾으러 나선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끄집어내러 나의 우주로 간다.

 

우리는 모두 각각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똑같은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은 물질이 존재할지라도 똑같은 질량으로 똑같은 위치에 존재할 수는 없다. 이 우주는 무의식 속에 숨어 모습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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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

 

 

우리는 우주에게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 방법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존재하겠지만 필자는 <월든>에서 내 우주로 가는 하나의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는 자신의 우주를 찾기 위해 숲으로 떠났다. 콩코드 월든 호수가 있는 숲에서 오두막을 짓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진짜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진짜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월든>이라는 작품을 썼다. 책에 따르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에 내면의 목소리가 원하는 대로 삶을 경험하며 고유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인생을 내 뜻대로 살아보고 싶어 숲으로 갔다.

삶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정면으로 맞닥뜨린 채,

삶이 주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나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헛되이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문제는 지금 당장 숲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곁에 없어서는 안 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반려동물을 모두 데리고 자연으로 떠날 여건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월든은 숲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숲 속 오두막이 아니더라도 완전히 홀로 남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충분하다. 그저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안식처가 곧 '월든존'이다. 더 와닿게 설명하기 위해 필자의 월든존을 소개해 본다.

 

 

1. 잠에 들기 30분 전 방문을 잠그고 불을 끈다.

: 불시에 방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가족에게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함이다.

 

2. 핸드폰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둔다.

:모든 세상의 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3. 책상 위 스탠드를 켜고 일기장을 펼친다.

: 내 우주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함이다.



이렇게 완전히 혼자인 공간인 월든존을 만들었다면 우주를 관측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최근에 있었던 일, 취향, 변화, 등 자신에 관해 떠오르는 것들을 모조리 일기장에 적는다. 그리고 천천히 내 우주에게 말을 건다. 나에 대해 질문한다. 깊숙한 마음까지 온전히 홀로 남았을 때, 영혼은 하나둘 대답을 줄 것이다.

 

처음에는 말을 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을 먹었는지와 같은 피상적인 내용만 적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월든존에서 쓰는 일기가 익숙해지면 더욱더 깊은 고민들과 그에 대한 해답이 보인다.

 

필자의 경우 드넓은 우주를 떠도는 다양한 감정의 원천과 취향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흠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승부욕과 열등감이 꽤나 크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이런 흠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우주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인정하고 둥글게 조각하는 중이다.

 

세상의 외침에서 벗어나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나만의 월든존을 만들어보자. 내 우주로 발을 디디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독해지자. 그때의 나는 ‘진짜 나’의 삶에 다가갈 것이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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